임계점 한계점 경계 반응 촉매 변화 불평등 기운운동장 압력 온도
임계점臨界點은 물리학에서 쓰는 용어이다.
'어떠한 물리 현상이 갈라져서 다르게 나타나기 시작하는 경계'가 임계점인데 종종 한계限界와 비슷하게 사용된다. 물질을 변화시키는 요인은 온도와 압력이다. 변화의 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촉매이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온갖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내는 내성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는 기미도 안 보이고 모든 여건이 녹록지 않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나 태도로 역경을 극복하는 시도가 많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한계에 도달하지 않도록 촉매와 같은 일을 해야 하는 직군들이 있는데 이들은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무심해 보인다.
물을 끓일 때 100도가 되기 전까지는 물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다만 가열이 되면서 바닥에서 조그마한 기포들이 떠오르기 시작할 뿐이다. 화구와 마주한 지점에서는 열이 전달되어서 그럴 수 있지만 냄비 안의 물은 100도가 될 때까지 기체로 변하지는 않는다. 정확히 100도가 되는 시점에서 물은 맹렬하게 기포로 바뀌기 시작한다. 즉 액체로서의 물로 버티다가 결국 열에 의해 분자 간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끓기 시작한다. 물이 반응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신체적으로 몸에 이상이 생기면서 임계점에 도달하면 탈이 난다. 심리적으로도 도저히 견디기 힘든 한계에 도달하면 마음이 무너진다. 인생을 살다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이 나아지는 경우보다는 감당해야 할 짐이 하나둘씩 더 생기는 법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매일 새로운 지식이 축적되면서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편리해질 것 같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돌아간다.
유사 이래 경제 규모가 이렇게 거대하게 형성된 적이 없는데, 왜 세계 각국에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는가. 정치공학은 이전보다 더 정교해지고 발전했는데 약자와 소수자의 편이 되는 정치인은 많지 않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유사 정치꾼은 자꾸 늘어나는가. 사회가 건전하고 안정화되었다면, 정신 관련 질환자가 늘어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현상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침에 음악 라디오를 듣는 중에 한 애청자가 보낸 사연을 DJ가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듣는 순간 지금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각 개인의 마음을 묘사하는 것 같아 깊이 공감했다.
힘들어요. 이제 임계점에 온 것 같아요.
중용中庸은 최고의 덕목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중용의 덕이 거의 사라졌다. 경제에서는 중산층이 사라지고, 정치에서는 중도가 실종되었으며, 개인은 극도로 고립되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각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할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직군이다. 이제는 임계점에 다다라서 폭발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반응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촉매로서 작동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