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서울 무표정 무심 정취 한양 여유 맛집 구수한커피
강남역의 하루 유동 인구는 6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하철은 2호선과 신분당선이 교차 관통하고 있고, 광역버스는 20개 이상 노선이 지나고 있다.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양쪽에는 크고 작은 빌딩이 즐비하다. 강남대로는 왕복 10차선이고, 테헤란로는 왕복 8차선인데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항상 오가는 차로 빼곡할 정도이다. 서울에서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지하철과 버스가 오가는 늦은 밤과 새벽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강남역 8번 출구 쪽에 있는 삼성그룹 사옥에는 한 때 약 2만 5천 명 정도 근무하기도 했다.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사람도 많이 모이지만, 취업이나 유학, 또는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이 몰려 있어 젊은 수강생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온갖 종류의 먹거리와 호프집, 유흥업소들이 많았으나,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레 정리가 된 듯하다.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탓에 주변에는 점심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식당이 많다. 대체로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곳이 많고, 혼밥을 위한 1인석으로 배치해 놓은 곳이 많다. 물론 저녁에는 회식할 수 있는 중대형 식당도 있다. 하지만 음식 맛은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가가 오르기 전에도 이 지역의 식당들은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 별로 없었던 듯했다. 사람은 많고 먹을 장소가 충분하지 않으니, 맛으로 승부하기보다는 가격과 회전율을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지 않나 싶다. 물론 기본 식대에 1.5배에서 2배 정도 지불하면 맛있는 곳에서 식도락을 즐길 수 있지만, 봉급 생활자 형편에 매일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또 하나 관찰되는 모습은 커피 문화이다. 강남역 일대에는 스타벅스가 열 군데도 넘는다. 그만큼 장사가 잘된다는 의미이다. 이뿐 아니라 타 브랜드 커피와 개인이 하는 테이크 아웃 전문점을 포함하면 강남역 중심 반경 300여 미터 이내에 50여 개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 머릿속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커피숍만 대략 스무 군데는 넘는다.
강남역에 강의가 있어 나가면, 30여 명이 되는 수강생이 각각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대체로 저가 브랜드 커피에 사이즈를 업한 큰 컵이나 자기의 텀블러에 받아 온 것들이다. 각자의 취향에 맞춰 마시기보다는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사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젊은이들은 가성비를 우선 따지는 경향이 강한 듯하다. 커피 맛이 괜찮은 카페의 커피는 이들이 마시는 것보다 1,000원에서 2,000원 정도 비싸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물론 스타벅스를 마시는 친구들이 있지만, 아마도 선물로 받은 쿠폰으로 마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타벅스 커피는 정말 맛이 없으니까...
커피는 2024년 강남역 상권의 총매출액 1조 8,800억 원 수준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부분이지만, 오늘도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강남역은 무심하고 무표정한 '서울'이다. '한양'의 정취를 느낄 만한 구석이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