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비주류 소외 고독 외로움 소속감 혼밥 독립군
술을 마시는 사람, 마시지 않는 사람을 구분 짓는 말이 아니다.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언제 어디를 막론하고 혈연, 지연, 학연 등을 비롯한 취향, 생각 등이 비슷한 이들끼리 무리를 짓는다. 그룹을 형성하는 것은 인간의 사회적인 본능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주류主流'는 조직이나 단체 같은 곳에서 다수파를 의미한다. 비주류는 그 반대인 소수파를 일컫는다. 사람은 속성상 다수파의 일원이 되는 것을 추구한다. 다수파에 속해 있으면 심리적으로 만족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아싸보다는 인싸가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이 더 강하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이겠으나, 주류 편입을 향한 욕망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는 한국인이 유별나게 심한 듯하다. 향우회나 동문회가 결성되는 것이 그렇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모임이 형성되는 걸 보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오죽하면 자녀들이 같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도 엄마들 모임까지 있으니 말이다. 맘카페가 결성되어 별의별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소속감을 하나의 권력도구로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사람은 원래 고독을 참지 못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조기 퇴직이나 은퇴로 인해 소속된 회사나 조직을 떠나는 경우도 잦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노령화와 죽음 등으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자연스레 정리되기도 한다. 이렇게 인간관계가 적어지면서 그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미 소속된 조직에서는 소외감을 느끼고, 조직에서 나오면 외로워진다. 자기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종교단체나 동호회 같은 곳에서의 활동을 열심히 할지도 모른다.
나무는 줄기가 있고 그에 따른 가지가 있기 마련이다. 강은 실개천들이 모여 본류를 이룬다. 세상의 모든 흐름은 주류와 비주류가 상호 보완하며 균형을 이루게 되어 있다. 강물이 굽이쳐 흐르듯 우리네 인생이 주류와 비주류를 오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억지로 주류에 편입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무리와 어울리지 않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주류가 아니라고 해서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현대 사회는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남들을 의식하기보다는 개인의 만족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억지로 무리에 끼기 위해 위만 바라보며 사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길을 걷는 것이 훨씬 현명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주류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비주류가 되기도 하는 것이 인생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중력을 거스르려면 많은 힘이 소모된다. 소모보다는 즐기는데 힘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