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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생각(20250605) - 국민주권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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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헌법 제1조 2항은 '주권主權'과 관련한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학교에 사회나 정치경제 과목에서 배운 내용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지금의 정치 상황이 누구나 이 조문을 떠올릴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입법, 행정, 사법의 모든 영역의 공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국민주권'에 근거한다. 선각자들은 100년도 훨씬 전인 1919년 3월 1일에 '주권재민사상'을 담은 '기미독립선언서'를 공표했다. 독립 국가는 국민의 주권에 존립 근거를 둔다. 군주국가 시절이던 조선시대에도 군주민수君舟民水라 하여 백성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당시 민주주의를 잘 알아서 그리 정의한 것은 아니고 통치의 기본이 백성에서 비롯된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지난 3년은 마치 외적外敵이 쳐들어와 나라를 쑥대밭으로 망친 것처럼 온 나라가 구석구석 망가졌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私有化하여 나치나 독재국가에서나 볼 법한 끔찍한 만행들을 스스럼없이 저질렀다. 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의 모습을 단 1분이라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국민의 머슴으로 임명받아 일하는 주요 자리는 하나같이 자질도 떨어지고 자격도 안 되는 머저리들이 꿰찼다.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던 우두머리가 4류도 못 되는 작자였으니, 유유상종類類相從한 군흉群凶이 나라를 거덜 냈다.


더욱 심각했던 것은 민주공화국에서 단 1초라도 허용될 수 없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 즉 '비선 세력의 발호' 때문에 헌법을 비롯한 실정법이 유명무실해지고 공권력이 제 기능을 못하고 불공정이 일상화되어 버린 일이다. 사회 질서가 여기저기서 무너졌다. 권력의 사유화는 국민의 안녕과 공공의 이익을 처참할 정도로 짓밟았다. 국민의 권리는 무시되었고, 생명의 존엄성은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결국 참다못한 국민이 아수라 지옥의 문턱에서 겨우 나라를 회생시켰다.


2025년 6월 4일, '빛의 혁명'으로 세워진 정부는 스스로 '국민주권정부'를 천명했다. 헌법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역사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해도,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왜 국민주권정부라고 명명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정치는 언어로 행해진다고 한다. 이 내용은 정치를 출세의 수단으로 여기고, 특권만을 탐하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전부이다. 머리가 똑똑하고 말만 잘하면 대접받을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소위 자칭타칭 '엘리트'들 사이에 만연했다. 물론 이런 인식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엘리트에 대한 정의는 더욱 엄격해질 것이고, 정치인이 누리는 특권은 많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하면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길은 앞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강조한 무실역행務實力行처럼 힘써서 실행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지금처럼 무리를 지어 부화뇌동하는 집단적 무사고의 맹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수신修身과 신독愼獨, 언행일치, 솔선수범이 없는 화려한 수사는 '나는 사기꾼이요'라고 스스로 알리는 증표일 뿐이다.


정치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이 기본 철학이다. '국민주권정부'는 국민의 절대다수가 약자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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