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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생각(20250624) - 스포츠맨십

스포츠맨정신 스포츠맨십 매너 예절 무질서 배타 구별 권리 공공정신 피해

by 브레인튜너

어릴 적에 배드민턴을 많이 즐겼다.




배드민턴채 두 개 하고 배드민턴공(셔틀콕) 하나만 있으면 방과 후에 저녁 먹기 전까지 동네 친구들과 신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놀이였다. 공중으로 높이 띄우기도 하고, 있는 힘을 다해 야구의 직구처럼 날리기도 했다. 서로 주고받는 스매싱에 돈독하게 싹트는 우정(?)이었다고나 할까.

30대 시절 주말이 되면, 어릴 때부터 자주 놀았던 산에 다녔다. 동네 아이들을 이끌고 가서 한국 드라마 '전우'와 미국 드라마 '전투'에서 본 전쟁놀이를 즐겼던 추억의 장소이다. 길에 널브러진 목재를 가져다가 톱질과 망치질을 해서 기관단총을 만들었다. 때로는 역사 드라마에서 본 장검을 만들어서 칼싸움하기도 했다.


즐겁게 오르내리던 산 중턱 길목에 언젠가 흉물이 생겨났다. 검은 비닐 차광막을 돌돌 말아 만든 배드민턴장이 생겼다. 겉에서 보면 흉측했다. 알고 보니 소위 동네의 동호회 모임이었다. 주민센터나 구청에서 허가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이상했다. 공공재인 마을의 나지막한 산, 그리고 보는 눈을 불편하게 하고 불쾌한 마음이 들게 하는 이상한 시설이었다. 게다가 너무 소란스러웠다. 당연히 자신들만 사용하는 이너서클용이었다. 오르내리면서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지금 사는 동네 공원에는 농구와 철봉을 할 수 있는 작은 운동장이 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캐치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어느 날 보니 바닥에 배드민턴 라인에 따라 얕지 않은 홈이 생겼고, 특히 네트를 설치하는 가운데 양옆에는 웅덩이보다 작지만, 푹 파인 홈이 생겼다. 어린이들이 잘못 디디면 발목을 접질릴 수 있는 깊이였다. 물론 흙으로 덮은 흔적이 있었으나, 그저 눈가림 정도였다. 그것도 아무런 조치도 없다가 민원을 제기한 다음부터 취한 반응이었다.

구청의 관련 부서에 신고했다. 누구나 사용할 운동장을 특정 시간에 반 이상을 차지하고 배타적으로 활용하는 건 옳지 않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결과는? 공무원이, 일을 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배드민턴 동호회 구성원들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동호회의 이러한 야만적인(?) 행태는 운동장을 인조 잔디로 덮을 때까지 지속되었다. 지금이야 누구나 사용하니 이견이 없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그 무리는 더 이상 공원에서 보이지 않았다.


동네의 큰 공원에는 야구장이 있다. 집 뒤에는 축구장을 갖춘 중학교 운동장도 있다. 가끔 운동하러 온 동호회원들의 모습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을 자주 본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면 거기에 맞는 매너와 행동이 따랐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스포츠맨십이 없이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은 본능에 따라 사는 짐승과 다를 바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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