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그림일기를 그리는 이유

by 쾌청


오랜만에 지인과 통화했다. 고맙게도 연락을 종종 먼저 해주는 사람이다. 요즘 어떤 시즌을 보내고 있는지를 서로 나누다가 그와 처음 만났을 무렵이 생각났다.


"그때는 제가 많이 우울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 되게 이상해 보였을 것 같네요."


"아니, 그냥 어두워 보였어. 슬퍼 보였어."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덕분에 나도 잠시간 그때를 덤덤한 기분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



나는 20대를 대부분 우울과 무기력으로 보냈다. 내면을 잠식하는 우울 아래에는 분노가 끓고 있었다. 나는 갈 곳 없는 화의 방향을 나 자신에게로 돌렸다. 나 자신을 미워하는 건 사실은 아팠지만, 멈추기가 어려웠다. 수동적이고 무력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기도 했다.


죽고 싶다는 생각과 말을 많이 했다.


그때의 마음 상태를 떠올리면 지금의 나는 하나님께 정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여전히 여전히 고장 난 부분이 많음을 발견하는 매일매일이다. 그렇지만 그때처럼 숨은 쉬고 있어도 죽은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2019년, 비행기에서 기내식으로 받은 포춘쿠키 메시지


이제는 과거에 입술로 뱉었던 잘못된 말보다 더 많이 좋은 말을 하고 좋은 생각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감사하는 연습을 한다. 내게 감사란 건강한 마음과 밝은 방향으로의 삶을 하나님 안에서 만들어가는 실천이다. 매일 출근하면서 "하나님, 오늘도 일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한다. 일할 곳이 있는 것이 감사하고, 무엇보다 내가 현재 일을 할 수 있는 마음 상태인 게 감사하다.




그림일기를 그릴 때는 36색 오일파스텔과 다이소 크레파스를 쓴다. 수작업을 잘 못하는 편인데 특히 크레용은 잘 다루는 재료가 아니다. 그래도 크레용을 만지면 그림을 즐겁게 그렸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 감각을 가져가고 싶었다. 하다 보니 색상을 다양하게 쓸 수 있도록 72색짜리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장인은 도구 탓을 안 한다고 하지만 나는 장인이 아니니까 도구를 탓해도 된다.


브런치에 올리기로 한 일기가 으로 90장 남았다. 조바심에 대충대충 때우지 않고, 즐겁게 채워가자고 다짐한다.


편안함과 연결감을 느끼게 해 준 지인에게 감사합니다.


그림을 그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나를 밝은 곳으로 이끄시는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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