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에는 제법 괜찮은 산책로가 있다. 날씨가 궂지 않으면 때때로 나가서 걷곤 한다. 평소 운동을 좋아한다거나 갓생스러운 삶을 사는 건 절대 아니다. 이대로 살다간 정말 안 되겠구나, 라는 깨달음을 몸소 겪은 후에야 조금이라도 몸뚱이를 움직이는 습관을 만들게 된 것이다.
헬스장에 간다면 날씨에 관한 제약이 덜하겠지만, 실내운동이 그다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쇠질은 재미없고 러닝머신을 달리자니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무한의 쳇바퀴를 달리는 햄스터가 된 듯한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그보다는 출발지와 도착지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산책로를 걷는 게 좋다. 그리고 산책하는 강아지와 길고양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비 오는 날엔 나가기 어렵겠다고 생각하니, 평소 산책로를 걸을 수 있었던 것도 새삼 감사한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좋은 산책로가 있는 동네에서 살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보고, 걷고, 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림을 그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