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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BA May 20. 2020

재택의 기술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일하는 육아와 직장일을 겸하며 얻은 기술

초유의 코로나 사태로 집에서 일하며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직장맘들은 집에 있어도 나가서 일해도 편하지 않다. 오히려 눈에 밟히는 집안일과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메일, 업무 관련 전화와 카톡으로 마음은 급하고 아이들은 간식을 달라, 장난감을 찾아 달라 불러대고,  잠깐 밖에 나가려고 하면 마스크는 자꾸 어디로 가는 걸까, 그 많던 쌀은 다 누가 먹는 걸까, 정신줄 붙들어 매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라면 코로나가 아니라 다른 걸로 골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문제는 재택근무를 하자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의 번거로움은 없어졌지만 근무 시간이 모호해지면서 실질적인 "퇴근"이 없어졌다. 8시 출근과 5시 퇴근의 일정이 없어지면서 5시 이후에도 어떤 날은 9시까지도 업무 관련 콜을 받고 일을 하게 되기도 하고 하루 종일 아이를 눈으로 본다는 것 외에 아이와 실질적으로 무엇인가를 같이 할 시간은 없었다.


온라인 수업으로 아이가 뭔가 수업을 하다가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10분 이상을 혼자 스크린을 보며 수업을 할 수 없어 나는 아이 옆에 내 Lap top을 안고 앉아 틈틈이 업무를 보면서 아이의 온라인 수업을 챙겨야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 어떡하든 벗어나야 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아도 작은 등불이라도 붙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내가 나의 마음을 달래야 했다. 인정하자. 나는 워킹맘이고 모든 것을 혼자 해낼 수는 없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잘" 해낼 수는 없다고 인정하자.  그리고 받아들이자. 여기까지. 난 여기까지 하면 내게 합격점을 줄 거다라고 정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빨랫감 따위. 점심은 가끔 햄버거로 때워도, 간식이 누구네 집 강아지 이름이냐, 그냥 과자 봉지라도 까주자. 


적어도 두 시간마다 30분 또는 1시간 정도 컴퓨터에서 눈을 떼고 쉰다. 그 시간엔 급한 전화만 받고 웬만하면 전화도 그냥 울리게 둔다. 목숨을 구하는 일을 하는 직장만 아니라면, 가끔 놓치는 전화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사무실에 있어도 잠시 회의를 하는 동안,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동료와 업무 관련 얘기를 하거나 커피 타임을 갖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집에서 근무를 하는 동안의 휴식은 절대 필요하다.  


중요한 메일이나 연락을 받아야 할 경우 메일 알람을 설정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자리를 비우는 동안이라면 간단한 부재중 메시지를 설정해놓는다. 


업무가 과중하게 몰린다면 "Skill of Delegation"을 활용한다. 재택근무 체제로 변하면서 어딘가 Under-utilized 된 자원이 있게 마련이다. 현장 근무가 주요 업무이던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은 분명 업무가 적어졌거나 일이 없을 수 있다. 그런 직원이 있다면 해당 부서의 부서장과 상의하여 업무 협조를 요청한다. 다른 부서의 일도 배우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직원이 있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스벅 커피 기프트콘이라도 보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화상회의를 할 때는 화면 안에 잡힐 백그라운드는 침실은 피하고 피할 수 없다면 되도록이면 깔끔하게 정리한다.

Zoom이나 Google Hangout의 화상회의 때 내 백그라운드에 Default로 회사 로고 이미지를 설정하는 것도 프로 다운 모습이다. 상의는 더욱 신경 쓰고 평소 출근할 때와 같은 말끔한 모습을 유지하며 원치 않은 노이즈 (Noise)가 들리지 않게 헤드셋을 사용하거나 Mute button을 적절히 사용한다.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정하여 하루에 조금씩 실천한다.  우리 집 꼬맹이는 만들기를 좋아한다. 인터넷으로 클레이와 각종 아트 관련 재료를 잔뜩 주문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괴물들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액체 괴물, 크리스털 키우기, 택배 상자로 타임머신 만들기, 피자박스로 세계 정복 UFO 만들기를 했고 난 콩나물 키우기, 고수 (Cilantro) 키우고, 상추 키우기에 도전했다. 분갈이를 하는 것을 의외로 아이가 좋아했다. 흙 밟고 놀거나 만질 일이 없는 아이에게 더없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조금씩 "New Normal"을 정착시키며 직장으로 학교로 돌아가는 추세인 지금 나의 직장은 아직 재택반 출근반의 스케줄이다.  아이도 2주 후면 등교를 하게 된다. 아직 직접 만나지 않은 선생님이지만 선생님의 학습 자료가 Youtube 링크로 제공되니 아이는 선생님이 자기가 존경해 마지않는 유튜버님이라며 좋아한다.


어찌 보면 코로나는 내게 다시 오지 않을 아이와의 시간을 선물해줬다. 그리고 직장에 다시 돌아가 일을 할 때도 활용할 수 있는 작은 기술도 터득하게 해 주었다.  뭔가 잃는 것이 있으면 얻어 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다시 한번 내 한계를 깨우치며 조금 끔 틀 거리는 법을 배운 느낌이다. 오늘도 안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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