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편한 사람들은 항상 존재했다.
며칠 전 도서관에 갔더니 신간으로 ‘혼자’, ‘외로움’ 등의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편의점', '자취', '혼밥'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들은 연일 관심의 대상이 된다. 바야흐로 ‘혼자서도 잘해요.’가 유행처럼 돼버린 세상이다.
공유와 개별성이 혼재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선택적 고립과 강제적 공유에 노출되어있다. 또한, 혼자가 편하면서도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고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의 아이러니란.
나 역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지만 가끔,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떨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그때마다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할까 하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건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주는 가장 큰 벌 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의 발달로 서로의 간격은 점차 좁아졌지만, 이상하리만큼 심리적 거리감은 더 멀어진 듯 하다.
나만 그런 걸까?
내향인
에너지를 타인이 아닌 자신 안에서 얻는 사람들. 말보다는 글을 선호하고, 사람 많은 곳이나 시끄러운 곳을 피한다. 불쑥 오는 전화를 싫어하며 말수가 적기에 상대적으로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 활동성 있는 취미보다 정적인 취미를 즐긴다. 주변에 조용하지만 인생 상담을 잘 해주는 친구들이 있을 거다.
어느 덧 사회생활을 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더욱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나 내향인 즉, 밖으로 표출하는 것 보다 내 안에서 에너지를 찾는 내 성향의 문제는 취업 면접에서 드러났는 데 , 운이 좋게 서류를 통과해서 들어간다고 해도 번번이 면접관의 눈밖에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1:1 면접도 미치겠지만 1:다수 라던지 토론 또는 PT가 있는 면접은 여지없이 미역국을 먹기 일 수였다.
면접관들의 얼굴에서 나의 소극적인 태도와 모기만 한 목소리에 실망하는 표정이나 ' 저게 뭐야' 또는 '당신은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은 의지가 없어 보이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당장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면접때 누가 말 없는 사람을 눈여겨 보겠는가. 그때마다 적당한 용기와 연습이 필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마음이나 생각보다 몸은 휠씬 더뎠다.
뭐라고요?
말보다 글이 편했던 내게 발표란 녀석은 점차 불안으로 다가왔다. 작은 목소리 때문에 다시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마다 달아오르는 얼굴과 가쁜 호흡, 쥐어 짜낸 목소리는 더 떨렸다.
그렇다고 취업 의지가 남보다 부족했던 건 아니었다. 졸업 후 나는 맨 몸으로 상경했고 월세 반을 내며 친구 집에 얹혀살고 있는 입장이었다. 생활비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 했고 그만큼 마음은 급했다.
그러나 그런 나의 급한 마음만으로는 상대에게 어필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기에 스피치 학원이 존재하는 거 아니겠는가. 결국 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돈 벌 궁리를 시도했고 한 동안 취업다운 취업보다는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겸해가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빨리 취업해야한다는 불안에 뭘 좋아하는지, 뭘 잘 하는지, 내 적성, 내 기질, 내 성향을 고려해 볼 생각은 못 했었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그건 고려대상이 아닌 것이 현실일지도 모르고.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수능 문제보다 천배는 어려웠고, 때론 답이 있긴 한 걸까 하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물론 그런 와중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고 하루에도 몇 번씩 구직 정보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그러나 접근 방법에서 개념이 달랐다. 아마 그땐 정확하게 나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 한 채 무언가를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에 압박을 받고 있었던 것 같다.
노력 끝에 취업을 했었고, 몇 번의 이직을 했었다. 그때마다 일은 잘 해왔지만 스스로 직업에 가치를 부여하지 는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 걸까.
일을 결정할 때는 세 가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1. 잘할 수 있는 일. - 능력, 재능
2. 좋아하는 일. - 흥미, 성격, 취향
3. 의미가 있는 일. - 가치보상 (외적, 내적)
무엇에 포커스를 맞출지는 본인의 선택이나 자신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읽은 몇 가지 책으로 인해 나는 생각이 조금 수월해졌다. 그러니까 코감기로 막혀 있던 코가 조금은 뚫려 나름 숨을 쉬는 느낌이랄까.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이성적으로 또는 방법론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스스로
‘나는 왜 그럴까’라는 문제를 감정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다.
외로움도, 불편함도, 부끄러움도, 어려움도 다 감정적으로 답을 내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 책들을 읽은 지금은 좀 더 나에 대해 객관적인 주관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있다면 위에 내향인에 관한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혼자가 편한 내향인은 처음부터 있었고, 단순히 목소리가 작다고, 혼자 있는 걸 즐긴다고, 과묵하다고 문제가 있거나 일을 못 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물론 책을 읽어 본 후 그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오롯이 당신의 몫임을 잊지 말기를 바라며.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 도리스 메르틴의 「혼자가 편한 사람들」, 브라이언 리틀의 「성격이란 무엇인가」, 미치오 카쿠의 「마음의 미래」, 에이드 리먼 레인의 「폭력의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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