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돌멩이에 넘어진 거다
지하철 화장실에 앉으니 이런 문구가 작게 써있다.
사람은 산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
사람은 그저 작은 돌멩이에 걸려 넘어진다.
그러니 그 돌멩이를 밟고 일어서라.
정확하지 않지만 그런 문구였다. 그렇게 깨알같이 써있는데도 그 문구가 가슴 언저리를 맴돌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외할아버지는 늘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셨다. 택트라고 불리는 기종이었는데 그 시절 내 눈에는 할아버지 몸집이 오토바이보다 1.5배는 커보였다.
그리고 그 작은 오토바이 뒤에 날 태우고 어디로든 가셨다.
주름지고 투박한 큰 손
넓고 든든한 등
양손에 주머니가 있는 바람막이 면잠바와
반쯤 까진 머리를 감추는 메시 모자들
언제나 동일한 스킨향내가 나는
외할아버지가 좋았다.
나름 동네 패셔니스타였던 할아버지는 모자와 옷이 커다란 옷장 세칸을 채우고도 넘쳐 방 한켠을 가득 차지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날 예뻐하셨다.
나는 할아버지 등 뒤에 앉아
할아버지 등은 참 크다.
생각하며 익숙한 듯 양 손으로 바람막이 잠바를 꼬옥 말아쥐고 이마를 등에 댄다.
꼭 붙들어
라는 말과 동시에 부다다당
작은 택트는 요란스럽게 출발한다.
그러다 흥전이라는 동네로 향하는 길에 있는 놉다란 언덕을 마주 칠 때면 나는 반사적으로 온몸에 힘을 꽈악 준다.
경사가 70도는 되는 언덕이 눈 앞에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있다. 이제 작은 택트가 나와 할아버지를 싣고 힘겹게 올라가야 하는 일만 남았다.
빠다다당
발악하듯 쥐어짜는 소리가 처량하게 나고 속도는 점점 느려져 이대로 내가 내려가 옆에서 걸어도 될 듯하다. 혹은 그게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린 나는 오토바이의 숨 넘어가는 소리도 걱정 되고 비탈진 경사에 몸이 뒤로 자꾸 밀리는 것도 너무 조바심 났다.
가는 지옥같은 5분동안 나는 떨어지지 않게 안간힘을 쓴다. 엉덩이는 자꾸 밀려 뒤로 반쯤 걸쳐진 상태고 온 몸은 힘을 꽈악 준 채 할아버지 한테 매달린다.
그리고 남은 건 다시 빠다다당 신나게 달리는 일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중일 지도 모른다. 당신은 보잘 것 없는 작은 오토바이를 끄는 할아버지 일 수도,운전수를 믿고 뒤에 탄 손녀일 수도 있다.
우리가 넘어지는 건 모두 작고 사소한 장애물들 일뿐 이겨내지 못 할 건 없다. 지금의 인생에서 내리고 싶은 순간이 오고, 작은 돌멩이에 넘어져도 멈추지 말고 더 힘을 내라. 꽉 붙잡고 더 속도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긋지긋한 이 언덕을 넘으면 길은 다시 평지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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