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시대와 인간

인간적인 사람, 너무나 인간적인 시대

by 클레멘타인



굉장히 개인적인 영화 리뷰입니다.

또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적인 사람, 너무나 인간적인 시대


'헬조선'이라는 말 심심치 않게 본다. 특히, 인터넷에서 많이 본다. 살기 팍팍하고 무언가 부조리한 현상이 많다. 불편한 조선, 아니 한국.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나라는 어떤 의미 일까?


한:일 경기를 펼치면 나는 애국자가 된다. 또, 해외의 총기 사건 같은 걸 접할 때마다 '휴, 그래 한국이 안전 하지' 란 생각도 한다.(너무 단순한가) 딱히 이민 같은 건 생각해 본 적 없어서 그런지, 외국 여행에 대한 동경 이외에 해외 시민이 되는 것에 대한 욕망이나 이외에 특별하게 나라의 불만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가슴 절절하게 '오 대한민국'을 외치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밀정, 특히 나라를 되찾기 위해 또는 지켜내기 위해 전쟁에서 목숨을 건 이야기들을 볼 때마다, 좀 더 리마인드 되는 것 같다. 아, 우리가 이렇게 '한국'이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게 된 건 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기 때문이구나. 그들은 영웅이기 전에 어쩌면 나와 같은 개인이고 인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 시대에 태어난 한 사람일 뿐이라는 거. 단지 나는 시대를 그들보다 잘 타고 난 사람이라는 거.


인간적인 사람 그리고 너무나 인간적인 시대를 보게 되는 영화 '밀정'이었다. (여기서 인간적이라는 말은 따스함을 뜻하는 인간적이다.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1. 시대에 휩쓸린 인간


'태양의 제국'이라는 영화를 좀 늦은 나이에 보았다. 중국과 일본의 전쟁 중에 휩쓸려 버린 영국 소년. 생존을 위해 surrender를 외치며 어떻게든 적응해 간다. 일본 군인에게 넙죽넙죽 절을 하기도 하고, 수용소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심부름도 한다.


적응하는 것, 모든 종들은 환경에 적응해야 살 수 있다.

생존은 모든 생명체의 목표 아닌가? 누가 죽기 위해 태어나는 가. 오늘 하루라도 더 버티고 더 잘 살기 위해 우리는 24시간 버둥 대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과거 일본의 행위에 분노한다. 역사는 사라지지 않으니까.

그런 미친 시대에 태어난 우리 조상들은 생존을 위해 또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저마다의 신념을 담아 선택을 한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한 번의 선택은 목숨을 내놓는 경우가 생긴다.


의열단 단원이든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 (송강호)든

누구든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선택을 해야 한다. 단순하게 보면, 아니 지금도 당연하게 우리는 나라를 등진 조상들을 비난한다. 그렇다면 과연 당신은 당신의 목숨을 건 선택을 말처럼 쉽게 할 수 있을까?



2. 편을 서야 한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지독한 상황을 겪고 나면 사람은 움츠려 들게 마련이다. 눈 앞에서 마구 죽어가는 사람들, 이유도 없이 끌려가서 고문당하는 사람들, 파리보다 더 가벼운 목숨을 가진 상태에서도 과연 정의로울 수 있는가?


"너는 이 나라가 독립이 될 것 같냐?"


태어날 때 인간은 나라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물론 지금이야 국적을 바꿀 수 있지만)

강제로 나라가 사라진 상태, 나는 조선인인데 강제로 일본인이 되어라 라고 하면 ,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100% 다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헬조선 헬조선 하는 데, 그런 사람들은 과연 나라가 사라지면 국적을 바꿀까?


거기에 하나뿐 인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면?


눈 앞에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쉽사리 뭐라고 대답을 못 하겠다. 물론 마음만큼은 절대 나라를 지켜야지.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러나 정말 내가, 비리비리한 한 인간이 저 발가락이 떨어지는 고통을 감내한다고? 저 고문 의자에 앉아서 눈 부릅뜨고 나는 모르쇠 할 수 있다고? 상상만 해도 벌써 무섭다.


정말 나는 송강호가 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또는, 내가 일본 순사인 직업을 가졌다면 과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전쟁의 추악한 한 모습도 결국 인간이 가진 잔인함이니까.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지? 가 아니라 인간이라서 그런 것 같다. (모르겠다. 동물 중에는 침팬지인가 원숭이인 가도 약간 잔인하게 같은 동족을 살해하기도 한다는 데, 그게 힘 과시용?으로 한다고 한다.)


인간에게 있는 잔인함, 전쟁의 역사를 보면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해온 만행을 보면 정말 어떻게 이렇게 까지?라는 일들이 많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인간의 잔인함이 인간이 가진 한 면이라는 거다. 그리고 우리는 이성이라는 또는 도덕과 선함이라는 이름으로 그런 짓을 하지 않기를 선 긋고 있다.




3. 선택의 기로: 생존인가, 대의 인가


"사람에게는 누구나 이름을 올려야 할 때가 옵니다. 이름을 어떻게 역사에 올리고 싶습니까?"


아마 이런 대사가 나왔던 것 같다. 송강호를 꼬실 때 대빵 이병헌이 밤낚시 중 던진 대사였던 것 같다. 나는 이병헌이 했던 그런 심리적인 전술도 참 인간적인 것 같다. 동고동락했던 친구들이 눈 앞에서 하나 둘 죽어 갈 때, 정말 요즘의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사람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


당신이 아무리 나쁜 놈이라고 해도, 그런 만행에 앞장선 후 발 뻗고 잘 수는 없을 거다. 세상이 날 이렇게 만든 거야 라고 신세 한탄을 한다고 해도 결국 인간이면 마음이 불편했을 거라 생각한다.


"윗대가리들은 나라 팔아먹고 너 같은 새끼들은 동지 팔아먹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어디까지 버릴 수 있을까? 나는 이 문제가 어렵다. 당연히 지금 마음으로는 빼앗긴 나라를 위해 당장 앞장서야지 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상 내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거나 내가 그런 고문을 버틸 수 있을까?


나는 책상 모서리에 발이 조금 막 찢겨도 아파서 눈물이 나는 데...


이렇게 힘없는 한 인간일 뿐인데.


결국 자신만 생각하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고 동지를 팔아먹은 송강호는 무언가 불편해진다. 내 눈앞에서 친구가 정작 죽어 갈 때 진짜 '나는 살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온전히 마음이 편안한 건 아닌 거다. 그런 불편한 세상에 태어난 한 인간의 고뇌는 오히려 더 잔인하고 더 처절하다.


아예 의열단처럼 정의! 정의! 를 외치는 마음 가짐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히려 덜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음에 두 가지가 공존할 때, 자신의 생명도 걱정되고, 그리고 정의감도 적당히 춤출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당신은 오롯이 정의만을 위해 목숨을 투척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가?


(하나도 어렵지 않은 당신이라면 멋지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나는 배신도 못 할 거 같아요. 그것도 깡다구 있는 사람이나 하지. ㅎㄷㄷ)




4. 인간은 위대하다. 그리고 누구나 위대해질 수 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

나는 영화에서 뒤틀린 시대에 놓인 힘없는 인간이 어떻게 그것들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는지 볼 수 있었다.

불가피한 상황이 닥쳐도 인간이란 존재는 오면 오는 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환경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걸 알았다.


밀정은 그런 영화였다. 시골에서 올라온 몇 명이 리더의 말에 따라 목숨을 내놓고 폭탄을 운반하는 일을 한다. 그것이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래도 끝까지 한다. 그리고 자신의 안위를 선택한 사람의 고뇌와 마음의 흔들림을 엿볼 수 있는 영화였다.


무엇을 하든 답이 없는 시대에서 자신의 선택을 다시 되돌리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조국을 배신한 사람들도 힘들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인간이니까 당연하다. 이런 말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러나 어떤 최악의 상황에 몰린 인간들의 다양한 선택의 문제와 그로 인한 심리적 갈등을 엿볼 수 있는 영화였다. 이런 점은 굳이 일본군의 지배하가 아니라도 우리는 다양한 실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평범한 대학생들을 모아 두고 반은 간수로 반은 죄수 역을 맡겨 두면, 결국 스스로 역할에 빠져 편 가르기가 되고 진실로 서로를 적대시하는 그런 인간들의 모습 말이다. 또, 권위 있는 자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실험 대상을 지독한 전기 충격 버튼을 누르게 되는 그런 인간들의 모습 말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상황에서도, 인간에게 '선'이라는 것이 존재함을 잊으면 안 된다.


나라를 되찾겠다는 그 희망 하나에 목숨을 건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기에 우리가 현시대를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리마인드 해본다.


그들은 남들과 다른 뛰어난 영웅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위대함은 바로 그런 점이다. 평범함을 딛고 실패를 딛고 그 위에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는 용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고 싶은 인간성, 아닐까.



"우리는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실패가 쌓이고, 그 실패를 딛고 우리는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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