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못한 편지

어디선가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에게

by 클레멘타인

날씨가 사람 외롭게 하는 온도다. 그리고 아무 말이나 해도 모든 걸 이해해 줄 것 같은 기분이다. 마치 새벽녘에 누군가에게 써 내려가던 그 편지들처럼. 태양이 떠오르면 끝내 보내지 못한 수많은 마음 나부랭이들처럼.


이 글은, 어디선가 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을 위한 글이다. 그러니까 딱히 주제도 없고, 그렇다고 동기부여도 없다. 정말 딱 10분만 누군가를 붙잡고 아무 말이나 하고 싶을 때 쓰는 글이다. 그러니 오늘은, 날씨도 그렇고, 기분도 그러니까, 당신이 이해해 주길.


이 글은 공유하지 않을 것이다. 브런치 독자만을 위한 매거진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나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내 SNS 계정에 공유해서 그 글이 또 공유가 되길 기다린다. 브런치 속성상 수많은 글들의 파도에 내 글이 묻히는 건 클릭 몇 번의 문제이고, 내 글처럼 다른 글들 역시 콘텐츠가 길다. 그러니 몇 편 읽다 보면 누군가는, 헐. 눈에 모래알을 느끼며, 오늘은 여기서 그만해야겠어.라는 마음으로 내 글을 그냥 , SSG , 지나칠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동안의 내 글들은 주로 나와 그 어떤 작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퍼져나갔고 계속 그럴 것이다. 그 일은 가끔, 솔직히, 짜릿하다.


오늘은 나에 대해서 짧게 소개해보고 싶다. 내 글들을 읽으면서 혹시 나에 대해 궁금한 적이 있는 것인가? 내 글의 구독자가 이제 51명이 되었다. 우린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마주친 적 없지만, 이제 부터는 아니다. 당신이 구독하기를 해제하지 않는 이상. 우리의 인연은 참으로 순간이었고, 영원인 것이다. 그러니까 인터넷 상에서 단지 나의 이야기만으로 당신이 꾸준히 나의 글을 읽겠다고 +구독하기 버튼( 계속 나를 만나고 싶다)을 누른 것이다.


이 얼마나 신비한 일이고 고마운 일인지.


그래. thanks. 그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나는 댓글, 안부, 인사, 연락 기타 등등 각종 반응에 사실, 어색한 사람이다. 누군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을 수는 있지만, 먼저 어~이 거기 잘 지내나? 어~이 , 요즘 어때? 어~이 하는 일은 잘 되고? 어~이 그래, 밥은 먹었나? 하는 아주 기초 중에 기초인 그런 기본이 어려운 사람이다.


그렇게 기본이 어려우니 그다음 단계로 어떻게 나간단 말인가? 맞다. 예상대로 그다음 스텝을 잘 못 밟는다. 대부분 만나자는 연락에, 아, 저, 그러니까 , 다음 기회에...라는 말을 남기고 어딘가 숨을 곳을 찾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런 숨은 사람이라고 해서, 나에게 연락 오는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단지 내가 어색한 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어떤지 어떻게 할지 우린 또 다음에 만날지 같은 약속이지. 남의 마음을 못 읽는 사람은 아니다. 그건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아니 오히려, 남의 마음을 더 잘 읽어서, 그 마음이 자꾸 보여서, 어려운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다.


아무튼, 오늘 당신과 도란도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

세상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쓴다. 그리고 글을 읽는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했냐고? 글쎄, 좋아하냐고 물으면 YES! 좋아했냐고 물으면, 음. 그러니까, 저, 그게, YES?라고 답하고 싶다.


어릴 때 우리 집은 만화가게였다. 흐, 상상해봐라. 먼지 가득한 만화책들 사이에 파묻혀 글도 아직 끼치지 못한 한 꼬마 소녀가 그림만 보면서 키득거리는 장면을. (물론 성인만화코너다) 그렇게 나는 (만화) 책과 가깝게 살았고 신간이 오면 가장 먼저 열어보는 기득권이 있었다. 요즘 다시 만화카페가 붐이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PC방도, 노래방도 없던 시절이라 방이라면 단연 만화방이 최고였거든. 그리고 그 집 딸이었다. 하하.


그 뒤로도 성인이 될 때까지 나는 무슨 책이든 침대 곁에 없으면 잠을 못 자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난 책을 읽는 사람이지(독자) 글을 쓰는 사람은(작가) 아니었다는 거. 글을 쓰고 싶다거나? 글을 잘 쓴다거나? 하는 소망이나 재능은 내겐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엄청 미친 재능을 가진 것도 아니라 그래 ,가끔 딜레마기도 하다.


게다가 초등학교 시절 반에서 하는 '동시대회'에 친구가 써낸 동시를 보고 충격을 먹은 적도 있다. 내 글 끄적임과는 너무 차원이 달라서. (담배연기는 굴뚝같다고 은유했던 친구의 글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 나는 체육시간이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운동을 한다. 이렇게 썼던 거 같다.)


그 친구는 학교에서 1등을 수상했고, 그때 내 속에서 질투와 동경이 손을 맞잡고 블루스를 추는 걸 봤다. 그게 아마 나는 글 같은 것과는 인연이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 큰 사건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풋풋한 20대가 되어 내가 글을 좀 쓴다고 스스로? 자뻑의 시간을 가졌던 거는, 그러니까 '편지'였다. 나는 구구절절 편지를 썼었다. 손으로도 쓰고, 그 당신 이메일이 유행이라, 스스로 BGM도 넣고, 각종 HTML로 블링블링 꾸미기까지 해서 보내는 게 유행이었다. 물론 중, 고등학교 때도 친구들끼리 편지지를 만드는 것(잡지를 찢어서 편지지로 만들거나 교환일기 만들기) 자체가 유행했기 때문에 그 편지지에 짧은 글을 써 보내 긴 했지만 그땐 포텐이 터지지 않았었다.


내가 정말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구구절절 (이별의 편지랄까) 슬픈 음악에 원, 투 스텝을 맞춰 글을 썼을 때, 그때가 나 스스로 저릿저릿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때다. 좀 유치한가. 근데 진짜다. 내가 쓴 이별 편지에, 내가 등을 기대고, 두 팔을 머리에 포개며, 므흣한 표정으로 만족했었던, 그런 철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 효과가? 있었...


그 뒤로 인터넷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이메일보다는 자신만의 미니홈피를 꾸미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나는 그러니까 다이어리를 쓰면 주는 포도알 모으는 재미에 빠져있었다. 그때도 일종의 관계 서비스였던 사이좋은 월드는 남의 작은 집에 들어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뒤적거리는 것이 재미 었고, 나의 오픈 다이어리는 나의 친구들에게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하하. 그렇다. 나의 글쓰기는 포도알 모으기였다.


아마 사람이 무언가에 재미를 붙이는 것 중에 가장 선물은 "누군가의 인정"인 것이다. 고래도 춤추는 데 나라고 못 출 이유가 뭔가. 나의 글을 본 누군가 그리고 당신이 이거 볼만한데?라는 떡밥을 던지면, 나는 온 힘을 다해 낚인다. 곧장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는 컴퓨터의 파워 누르기를 시전 하며, 오늘은 뭘 써볼까... 하는 것이다.


나의 무언가를 좋아해 준다는 건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그렇게 이별 본드 같은 구구절절한 편지에서 사람들의 호감을 얻기 위한 일상 이야기들로 나의 글들은 발전해갔다.



자, 이쯤이면 뭔가를 느꼈을 것 같다. 내 글은 미디어와 함께 발달하고 있다. 시대와 함께 자라는 글쓰기라는 것이다. 아마 사람들이 지금 글쓰기 배우기에 집착하는 이유도 시대가 만들어놓은 과제라는 것.


바야흐로 절대 강자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의 등장이다. 나는 처음부터 블로그를 쓰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스스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얼마 전 까지는.


그렇게 네이버 블로그가 한참 뜨고 난 뒤에, 일종의 목적 (광고)의 의미로 시작했었다. 그게 아마 4년 전인가? 그 전에는 그냥 친구랑 시시한 잡담이나 하는 블로그였다가, 본격적으로 사진도 찍고, 친추도 하고 뭐 그렇게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나는 멘붕에 빠졌다. 무슨 그러니까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죽여버렸다는 거다. 무슨 생물체도 아니고 블로그를 죽이다니? 나는 나중에 블로그 교육까지 다니면서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이 네이버에서 기계적으로 걸러내어 검색이 안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컴맹과 정보에 어두웠던 나는 몇 년을 헛짓 한 거다.

오로지 검색을 위해 몇 년을 투자한 시간들이 기계에 의해 거부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했던 행동들은, 나는 흩어져있던 내 글들을 여기서 저기서 복사하기로 붙여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했고, 내 사진들을 한 곳에 복사하기로 붙였다. 그런 일련의 모든 행동은 주유소에서 불장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절대 하면 안 되는 것들.


그 당시 나는 SNS 기자단도 하고 있었는 데, 기자단 사람들의 글을 퍼다 나르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더 홍보가 될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방문자 수는 10 이하로 떨어졌다.


왜냐고 따질 것도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정확한 네이버의 검색 로직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때가 되면 칼바람 춤이 불고, 그러면 몇몇 파워블로거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떤다는 것 밖에. 나는 그래 봤자, 몇 명 안 오는 블로그여서 그냥 그대로 접었다. 내가 이렇게 글을 올리고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그때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때는 그랬다. 왜냐면 목적이 지금과 달랐으니까.


나는 인터넷을 떠나 오프라인에서 활동을 했다. 그러니까 각종 공모전에 참여도 하고, 대회에도 나갔다. 그게 아마 3년 동안의 일이다. 그 일들은 큰 대회는 아니지만 쏠쏠하게 수상하는 재미가 있었고, 나름 스스로 '이거 원 젬병은 아닌가 본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공연도 올리고, 나름 캠페인 송도 작사했다.


그러던 작년, 나는 그럼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사업자를 낸다. 하하하.

웃었나? 아니면 저런, 하고 혀를 찼나?


사업의 기초도 배운 적 없는 내가 그렇게 무(모)한 도전을 한다. 나는 잘 그러니까. 배워야 할 게 넘쳤고, 당연히 아무런 성과도 없었고, 또 1인 기업이라는 게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다. 남들이 하는 것을 보며 따라 하기도 급급했다.


남들이 사는 모습을 모방하려고 바둥거리다 그냥 그렇게 맨땅에 헤딩을 하며 뭐지? 뭐지? 물음표만 머리에 동동 띄우면서 시간을 보낸다. 같이 프로젝트하는 사람과 싸움이나 하고, 니 때문이네 내 때문이네 책임 전가하고, 다시는 글 같은 거 안 쓴다, 절필도 하고 아무튼 생쇼를 했다. 그랬다. 1년 내내.


그리고 2016년 지금, 난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브런치에서 당신에게 글을 쓴다. 그리고 당신은 내 글을 구독하고 있다. 이 얼마나 신비한 인연인가.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을 절대 한 번에 다 볼 수 없다. 그냥 지금, 당장, 현재 보이는 순간의 서로를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러기에 그 작은 파편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여정은 우리가 상상해야 한다. 아주 짧은 시간에. 그리고 판단해야 한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그렇게 우리는 찰나에 많은 상상과 오해로 뒤범벅된 서로를 자신만의 눈으로 바라본다.


나는 2016년이 되고, 지난 33년간 고민했던 모든 것의 답을 찾으려고 한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왜 그걸 하려고 하는지. 왜 글을 쓰고 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가장 큰 깨달음은 정답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았다. 단지 내 안에 있을 뿐. 정답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고 써 내려가야 한다는 걸.


그러니 앞으로도 꽤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 글을 쓰는 건 오로지 날 위해서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당신이, 나의 이야기에 빗대어 당신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난 그걸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나와 당신의 마음은 이어지는 거니까.


널뛰는 날씨만큼 세상이 어지럽다. 정보는 쏟아지고 우리는 불안하다. 하지만 내가 중심을 잡으면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나는 가끔 산봉우리 위에 홀로 서 있는 소나무를 발견한다. 나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버텨왔을 그러면서도 전혀 색이 바래지 않은 그 나무.


언젠가는 사라지겠지만,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서로를 응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당신과 내가 서로 그것을 원하기만 한다면.


소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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