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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Nov 05. 2016

(1분소설) 당신의 봄

#클레멘타인1분소설

나는 정말 나로 살아왔던가?


나는 나를 찾고 싶다.

그리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온전히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그렇게 혼자 속으로 계속 되뇌이며 집으로 돌아갔다. 나 잘 가고 있나?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기분도 지나가겠지. 으- 추워. 가을이라더니 날씨가 겨울과 맞먹는다. 갑자기 온도가 떨어지면 실제 온도보다 체감 온도가 더 낮은 거 같다. 그냥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불안함으로 느끼는 체감 온도가 더 낮을 뿐이야.

힘내자.


공연 준비와 강의 준비로 정신없이 바쁘던 오후 3시 , 못 보던 전화번호가 뜬다. 스팸일까?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아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형?! 형!!"


"... 누구?"


"저예요. 저 -민훈이"


"민훈이? 최민훈? 어- 야, 오랜만이다. 이게 몇 년만이야 짜샤."


나는 반가움에 목소리가 커졌다.


"형. 안녕하세요. 잘 지내세요?"


"어, 그래그래그래. 너는 어떻고. 야, 그래, 너 그때 유학 간다고 가지 않았냐? 한국 들어온 거야?"


"아... 예. 2년 전에 들어왔어요. 형은요? 아직 거기 사시는 거예요?"


"나? 어어어. 나야 , 뭐 똑같지. 밥 먹고 일하고 자고 눈뜨고 또 밥먹고 일하고 자고 그래. 어때 너는? 한국에 왔으면 너 형한테 미리 전화해야지. 이제 전화하냐. 섭섭하다. 어?"


"죄송해요. 그동안 일이 좀 많았어요. 근데 형 오늘 바쁘세요?"


"나? 아니, 아니 괜찮아. 지금 어. 뭐 하고 있긴 한대 잠깐 통화는 괜찮아."


나는 담배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갔다. 사무실에서 서류 작업을 하다가 밖으로 나오니 공기도 선선하고 가을 하늘이 미친 듯이 맑아서 깜짝 놀랐다. 매일 연습실 아니면 사무실에서만 지내다 보니 날씨 같은 건 까만 밤, 밝은 밤, 까만 아침, 밝은 아침 뭐 이런 식이다.



"어, 그래. 지금은 뭐하고, 어디서 살아?"


"지금, 그냥 공부해요."


"공부? 무슨 공부? 너 예전에 뭐했더라?"


"저 음악 공부한다고 유학 갔다가 돌아와서 어... 자격증 공부해요."


"자격증? 음악 하는 데 무슨 자격증, 아 요즘은 자격증 시대인가?"


"아... 그게 아니라. 음악은 그냥 취미로 하고 저... 공무원 시험이나 보려고요."


"응? 공무원????"


"네. 형은요? 아직 음악 하세요?"


"나? 나야 뭐 이게 업이지. 아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거라도 열심히 해야지."


"... 형 저 지금 형 회사 근처인데 혹시 시간 되면 저녁에 술 먹어요."


"..? 응???? 오늘?????"



"네. 저 할 말도 있고."


"할 말? 무슨 말, 지금 하면 안 되나?"


"아... 그냥... 별말은 아니고..."



나는 뭔가 싸한 기분이 들어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같이 음악 하던 후배인데 좀 더 배우고 싶다고 무리하게 일해서 미국으로 건너간 놈이 공무원이라니...


나는 속이 답답해져 담배에 불을 하나 더 붙였다. 그래 네 마음 모르는 거 아니다. 나 역시 힘들고 휘청이는 삶이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고 지금까지도 놓지 않고 있으며 생업에 뛰어든 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간다. 20년... 뭐야 생각해보니 참 오래도 했네.


뭐가 좋다고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네.

아니면 진짜 좋아하는 건가.



민훈이는 그대로였다.

얼굴이 살짝 타서 까슬까슬해지고 공부만 하는 탓에 살이 조금 붙었지만 넉살 좋은 그 웃음은 여전했다.


"야, 진짜 오랜만이다. 그래 . 앉자. 앉어. 뭐 먹을까 시켜시켜."


"형, 잘 지냈어요?"


우리는 그 동안 밀린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잔, 두 잔 술이 들어가고 얼큰해진 민훈이는 뭐가 어려웠던지 그제서야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형, 음악하는거 안 힘들어요?"


"힘들지. 마, 다 힘든거야. 이 세상 사람 다 붙잡고 물어봐라.안 힘든 인간 있겠냐. 묻자마자눈물 부터 흘릴거다. 그래도 뭐 나 정도면 할 만하지 뭐."


"그럼 형은 ...지금껏 다른 일은 생각 안 해봤어요?"


"다 해봤지. 도 마라. 음악만 해서 떼 돈 버는 사람이야 정해져 있잖아. 우리 다 알잖아.알면서 시작하는 거지 뭐. 나도 너 나이때도 고민 많이 했고, 결혼 하기 전에는 다른 일 찾아서 멀리 지방까지 내려간 적도 있었고, 진짜 더는 못 하겠다 싶어서 도망치듯이 살아온 적도 있었다. 어- 그런데 정신 차려 보면 또 여기 있네. 크. 그래. 인생이 그렇네. 그니까 마, 너도 계속 해 놓지말고."


"그래도 형은 멋있는 거 같아요. 강의도 하고, 아직 공연도 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도 많고."


"그래? 형님이 좀 존멋이지?더 시켜?"


"진짜로. 진짜. 그리고 형은 기술도 있어서, 다른 일도 간간히 하지 않아요? 아. 나도 그 정도만 되면 계속 음악 할 텐데."


"계속 해. 내 나이 되면 그 정도는 다 돼."


"에이. 이 지역에 음악하는 사람이 엄청 많은 데 다 투잡 쓰리잡 하면서 하잖아요...돈 벌려고 하면 점점 음악이 취미가 되어 가는 거 같고."


"그래. 맞다 니 말도.그렇긴하지. 너는 그래도 미국물도 먹고 거기서 뭐 배워 왔을거 아냐?"


"저요? 가니까 그냥 정말 전세계에서 음악하는 사람 중에 코딱지 같은 한국에 사는 지구인 중 한 명이 되기만 하던 데요. 배운것도 많은 데 스스로 부족한 것도 너무 많은 것 같아서...전 이제 앞으로 뭐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음악 한다고 그래도 그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 데... 해외에 가니 경쟁이 더 안되고, 주변에 돈 벌은 사람은 아무도 없고, 개 중에 몇 명만 다들 예술 강사, 공연도 인맥 타야 되고, 솔직히 저만한 실력 가진 사람이 발에 채이는 데...이게 예술인지 기능적인 직업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서 공무원 준비는 할 만해?"


"안 하던 공부하려니까 미치겠는 데요. 엉덩이가 들썩 대서...연습 할 떄는 그래도 4시간 5시간은 쭉 했는 데. 공부하려니까 30분마다 화장실 가고 싶고 그래요. 그리고 중요한 건 돌아서면 까먹어요. 머리도 돌 됐나봐."



"그런 놈이 공무원은 왜 하려고 하는 데?"



"그냥 집에서도 자꾸 눈치보이고, 공무원 하면 안정적이잖아요. 요즘 회사도 일찍 짤리는 데...장사를 해도 다 망하고, 이제 취업하려니까 제 나이가 벌써 서른이 넘었네요. 취직 안되요. 어린 애들하고 경쟁도 안되고. 그래도 공무원은 나이 제한이 없으니까. 음악 활동만 해서 회사 경력도 없어서 재취업도 안되고 뭐 그래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랄까..."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



"네. 저 진짜 뭐 해야 할지 몰라서...음악 말고는 해 본것도 없고... 일찍 다른 것도 좀 배워두고 할 걸...너무 지랄스럽네요. 요즘 애들은 태교할 때 부터 중국어랑 영어를 배운다는 데요.ㅎㅎ 저 한국말도 잘 못하잖아요. 미국 갔다가 저 진짜 우울증 걸렸었다니까요. 그리고...요....진짜 중요한 문제가 있어요."


"뭔데?"


"목소리가 안나와요. 요즘 노래 하는 데 성대 결절이 온 건지... 목도 예전 같지 않구요. 가수 인생 성대 결절 오면 끝나는 거 아닌가... 제가 이래요. 아무 것도 제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니까요. 그래서 답답해서 형 한테 고민 상담 좀 하고 싶고, 자꾸 공부하는 데 마음이 콩밭에 가있으니 제대로 공부도 안 되고 그래요. 저 어쩌죠. 계속 공부 해야 할까요? 아니면 다시 음악 해야 할까. 아 씨 진짜 모르겠다."


민훈이는 술을 연거푸 두 잔을 들이켰다. 나는 과일 몇 개를 집어 민훈이 쪽으로 밀었다. 짐짓 어른인 척 선배 노릇 하는 나도 답답해서 술잔을 비웠다.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무슨 말을 해 줘야 할지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매일 고민하고 있는 일이었다. 남들이 보기에 나이가 들면 이런 업, 직업, 인생, 목표 ..이런 것에 확고한 것이 생길거라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나이가 40이 되어도 50이 되어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다.


적당한 재능이 주는 벌일까?


그러나 살아온 시간들이 있기에 조금이라도 덜 방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은 있었다. 하지만 요즘 솔직히 말하면 나 자신 조차도 매일이 방황의 연속이다. 그래도 너희는 어리기라도 하지. 나는 이미 4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내 나이가 너무 버거웠다.


왜 이렇게 인생은 안정되지 못 하고 늘 살얼음판일까.


투덜되기 싫어서 매일 일이 들어오기만 하면 닥치는 대로 했다. 시간은 미치도록 돌아가고 나만 바라보는 식구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내 어깨의 무게는 점차 돌에서 쇳덩이로 변해갔다. 


매일 밤 술 없이 잠드는 건 힘들어 졌고, 술을 마시고 가는 날이면 식구들의 외면을 받아야 했다. 그렇다고 내가 너무 힘드니까 나 좀 살자고 말 할 수도 없었다. 와이프는 어린 아이들 때문에 집에서 아이들 보느라 매일이 힘들고, 아이들은 하루가 무섭게 쑥쑥 자라났다.


감당 못 할 일들이 너무 많지만 나는 감당해야 한다. 왜냐면 나는 남편이고 아빠니까.


그리고 어쩌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이니까.


시간이 주는 벌은 참으로 무서웠다.



.


.


너, 하늘에 연 날려봤니?

연은 바람이 불어야만 날 수 있어.

단지 맑다고 하늘 높이 갈 수 있는 건 아니야.


처음엔 혼자 날지 못해서 너는 연을 붙잡고 마구 달리는 거야 바람을 탈 수 있을 때까지.

그래. 그때 잘못 달리거나 바람을 잘 못 타면 연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해.


하지만,

일단 바람을 타면 하늘을 나는건 식은 죽먹기야.


그리고 중요한 건 텐션,


실패를 감았다가 풀었다가 조절해야 해.

너무 꽉 움켜쥐면 줄이 끊어져버리거든.


연이란 그런 거야

모든 게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높이 날 수 있지.


그래. 똑같아.

삶에서 만나는 인연도 그런 거지.


적당한 고난과 그걸 헤쳐갈 수 있게 마음을 풀었다 다시 되감았다 하면서 멀리 가는 거야.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건 연을 조정하는 건 바람도 아니고 실도 아니야 .

바로 니 자신이지.


니 인생, 니 꿈, 니 희망 그리고 연결된 모든 것을 다 너의 뜻대로 가 .

니가 아닌 다른 것들이 제 멋대로 날뛰게 두지 마. 계속 너의 의지로 너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거야.


바람과 같은 고난이,

달릴 곳 없는 환경이, 짧은 실타래가, 얇은 줄이 너의 인생을 방해해도

그 모든 것을 계속 관찰하고, 환경을 느끼고, 손에 잡힌 감촉을 느끼면서..


그렇게 살아있어.


살아있어야 하는 거야.

살아있는 동안은.


그러니 지금 하는 고민은 옳아. 그리고 결론이 나는 고민을 하기 바래.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바람을 구경만 하지도 말고,

바람이 더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기다릴 것도 없어. 무작정 같은 자세로 뛰기만 하지도 말고. 자꾸만 너만의 경험을 쌓아봐.


해보는 거야.

해보자 우리.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될 때까지.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기분이 묘했다.


막 내 안에서 무언가 샘솟는 기분이기도 했고, 반대로 더 우울해지는 기분이기도 했다.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내 생각들을 뒤흔들었다. 나는 이런 걸 누구에게 상담하나... 어른이 된다는 건 점점 외로워지는 일이다.


힘들어 하는 청춘들.

내 눈에는 아직 무언가에 도전할 시간이 많아 보이는 그 봄꽃같은 아이도 벌써부터 체념하고, 어려워하고, 피할 생각만 한다는 게 안타까웠다. 치. 됐다. 내가 그런말 할 자격이 있나. 나라고 뭐가 다른가... 알면서도 못 하는 게 나란 놈인데.


어쩌면 그게 예전에 내 모습 아니었을까? 아니 지금도 나 그러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러고보니 나이라는 어떤 시간의 관념에 갇혀 미래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 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아니 도전은 했지. 실패 할 때 마다 잃어버리는 게 두려웠던 거 같다. 지금 가진 걸 놓치고 다시 0 이 되던 시간들. 그냥 지금 하는 일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느라 바빴던 시절들이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언제나 경계하고 선을 그어 놓고 살지 않았던가?

매번 같은 자세로 같은 뜀뛰기만 하는 것도 벅차 하지는 않았던가?


몇 번의 실패로 점점 쪼그라 들은 나는,

사실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민훈이에게 쏟아부었다. 정말 부질 없는 행동이지만 그나마 나는 내 머릿속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민훈이는 어떤 생각으로 돌아갔을 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진심이었다.


해보자. 해보는 거야.


솔직히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뭘 해봐야 하는 지 모르겠다. 나는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적 없었다. 이쯤 되면 이뤄놓은 뭔가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지금 나는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많이 변화한 것 같지 않다.


단지 내가 아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거.


새로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시간과 돈 노력이 투자되는 일임을 알고 있다.무슨 일이든 그러지 않은 게 어디있을 까? 하지만 나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동안 쌓아온 경험에 대해 놓치기도 아깝다.


나는 그렇게 늘 중간에서 어영부영 버텨왔던 것 같다. 그런 안정된 삶에서 느끼는 불안함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안정 속에 버티는 삶이 주는 공허함이었다.



아...

나는 정말 나로 살아왔던가?


나는 나를 찾고 싶다.

그리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온전히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그렇게 혼자 속으로 계속 되뇌이며 집으로 돌아갔다. 나 잘 가고 있나?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기분도 지나가겠지. 으- 추워. 가을이라더니 날씨가 겨울과 맞먹는다. 갑자기 온도가 떨어지면 실제 온도보다 체감 온도가 더 낮은 거 같다. 그냥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불안함으로 느끼는 체감 온도가 더 낮을 뿐이야.

힘내자.



가끔은 그래도 괜찮아 보여.
주저 앉아 있어도 푸르잖아요.
고독하고 시린 계절이지만 오직 그대만은 봄이랍니다.

당신의 그 삶이 힘에 겨워도
언제나 그렇듯 지나가니까
고독하고 시린 계절이지만 그대 푸르른 청춘이니까

세상에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당신은 그 어떤 누구의 것도 아닌
오롯이 당신이 푸르른 봄이죠.

잠시 주저 앉아 있어도 그래도 되요.

<홍성구 - 당신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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