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과 복종심

그곳에 어른은 없었다. 단지 나이 먹은 인간뿐

by 클레멘타인

지난 토요일 ,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그알'의 열혈? 애청자이고 놀다가도 집으로 들어가는 수준이다. 이번 회에서 세월호에 대해 방영을 한다기에 또 큰 파장을 일으키겠구나 라는 생각과 궁금증이 해결될 수 있을까?라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청했다.


예상보다, 생각보다, 몰랐던 정보들이 많았고 마음이 쓰렸다. 그만큼 나의 관심사가 아니기도 했고. 그냥 아프겠구나, 힘들겠구나 그 이상의 마음 가짐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게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이야기들에 관심은 있어도 그것의 비율이 다 100%로 애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다를 뿐이었다. 그러나 '그알'을 본 이후로 이 일은 누구나, 누구에게나, 아무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구나 하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정말 인간사의 단편적인 모순이 모두 들어간 사건이니까.


수많은 아이들의 죽음을 만들어낸 사건에는 하나의 원인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곳에는 첫 번째, 어른이 없었다. 어른다운 어른이 없었고 단지 나이만 먹은 인간들이 있었다. 책임감을 배우지 못 한, 책임감보다 자신의 목숨이 중요했던 그냥 본능적인 인간 생물 자체만 존재했다.


그들은 사고가 나자 '어떡하죠?' 라며 자신보다 윗 선(그러니까 해결을 해줄 거라고 믿고 있는)에 상황을 보고 하며 해결을 해주기를 바랐고, 위에서 그동안 왕처럼 군림하던 인간들은 '그쪽 상황은 나는 모르니 일단 상황을 보고하고 그 일은 너희들이 해결해라. 현장에 있는 건 너희잖아.'라고 대응했다. 밑에 사람들은 상황을 보고 할 뿐 처리 능력이 없었고, 위에 사람은 상황을 보고 받을 뿐 처리 능력이 없었다.


세월호의 직원들의 생각은 우린 좌초됐으니 우릴 구하는 건 해경이고, 해경은 보고를 해야했고, 구할 해경 인원이 적은건 정부에서 사람을 안 뽑았기 때문이고 , 정부는 우리는 거기없는 데 내가 어떻게 해? 라고 한다. 그곳에 책임감있는 어른은 없었다. 그저 나이 먹은 인간들뿐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었다.


책임을 진다는 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내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남에 목숨을 책임일 수 있는가? 그런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그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 그저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무슨 일을 선택하는 것이지 남이 목숨을 책임지기 위해 일을 선택하는 것은 드물다.


그것이 비단 그곳에서만 벌어지느냐? 아니. 며칠 전 성형외과에서는 대리 수술이 행해지고, 먹거리는 가짜로 판을 친다. 그들은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일 뿐. 우리의 목숨을 위해 직업 전선에 뛰어든 사람은 없다. 아니 없다고 단정 짓지 않겠다. 적다.


그러니 그런 행동을 이해해야 할까? NO. 리더가 된다는 건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다는 건 그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그 자리에 있겠다는 뜻이다. 과거에 전쟁이 나면 서양에서는 대부분 왕이 같이 출격을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기를 북돋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궁에서 전달을 받는다. 전쟁에서 리더는 대부분 장군들이다. 그래서 잘못되면 전쟁에서 죽거나 돌아와서 죽거나.


책임자가 정확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다 죽어갈때도 너 !거기 빨간옷에 파란 땡땡이 가방! 그래, 너! 나 좀 도와줘! 라고 해야할까.


전쟁의 트라우마를 생각해보자. 많은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는 핵폭탄 버튼을 누르는 윗 사람(더 위로 가면 '눌러라' 하는 사람) 은 죄의식이 훨씬 적다. 버튼 한번으로 트라우마를 는 일은 적다. 그러나 그 전쟁 통속에서 진짜로 칼을 들고 전우를 들쳐 업는 아랫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러니 세상은 이미 불공평하다.


일을 시킨 사람들은 머리 좀 싸매다가 안 될 것 같으면 지들끼리 만나서 이야기로 풀면 된다. 그냥 그러면 된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목숨을 바치더라도 죄의식에 시달린다. 우리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지금 같은 세상에 누가 누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는가. 우리가 정말 대의를 위해 살고 있는 세상인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왕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리더를 위해 희생하고... 그런 세상인가. 아니면 내가 먼저 인가.


나는 청문회에서도 누군가의 압력에 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슬픈 자화상을 보았다. 다른 누가 아무리 슬퍼하고 심지어 떼죽음을 당하더라도 일단 내가, 또는 내 가족이, 내 삶이 더 중요한 것이 인간이다.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못 할 때 나 혼자 정말 모든 것을 책임지고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그동안 두려움과 복종 속에서 일해온 사람들이?


우리가 주체적으로 , 자신의 생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살아왔다면, 그것을 책임지는 일들을 하고 살아왔다면 아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세월호를 들여온 후로 국정원의 허가를 한 달 동안 받지 못 해 전전긍긍해온 경험이 있고, 그러한 세상의 억압과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존재들에 맞대응해봤자 손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런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를 책임질 수 있는 책임감이 있을까.


그들이 잘 못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에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단지 그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지금에 와서 책임감이라는 건 다른 게 없다.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앞으로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문제 발생시 정확하게 책임지는 것이다.


그 짧은 영상에서도 '내가 신이요? 내가 그걸 다 어떻게 해결하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다. 그들은 신이 아니다. 그러나 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감을 회피할 수는 없다. 그것 또한 세상의 이치 아닌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 일것이다.


나는 이번 방송을 보며 나를 반성해 보았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내가 스스로 책임을 진 적이 있던가? 아니면 다른 사람 탓하며 살아온 건 아닌가.


한 때는 세월호를 보며, 경제가 흔들린다고 걱정했던 적도 있고, 한 때는 세월호 영화를 보며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정부를 비난한 적도 있고, 한 때는 이제는 그만 할 때도 된 거 아닌가 한 적도 있고, 한 때는 세월호 이야기를 하는 건 뭔가 사회에 불만 있는 세력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하고 걱정했던 적도 있다.


그래, 나 역시 나부터 생각하고 나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창피하지만 똑같은 인간 중에 하나였다. 누군가의 이야기보다 나는 나의 인생에 더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나는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2년 동안 아무런 대가도 없이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그 일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거짓된 삶에서 눈뜰 수 있는 것 아닐까?


내가 앞장서서 그 일에 뛰어들 수는 없어도 그들이 하는 일이 헛된 것이라는 비난은 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진짜 이유를 찾고, 그것이 세상이 흔들어도 내 중심은 버리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누군가의 잘 못 된 행동을 보기 전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善)을 찾아야겠다. 방구석에 누워서 남을 비난하고 까는 일이 내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테니까.


썩어가는 내 옆구릴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 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잠든 그들의 눈꺼플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그 이마,그 눈꺼플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그들이 악몽 속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소년이 온다, 한강



소통해요.

감성 페이스북 바로가기 <<< 클릭
인스타그램+팔로우 @loveseaclementine


구독+ 하시면 당신만을 위한 즐거움이 공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