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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Dec 28. 2017

주절뱅이

#클레멘타인솔직에세이

진짜 솔직히 말하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초창기 글을 쓸 때보다 굉장히 어려웠졌는데, 그것은 내가 글을 써야겠다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 번도 살면서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진심으로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글을 발판삼아 적은 돈이든 큰돈이든 돈을 벌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 나는 어쩌면 계속 이렇게 이런 행위를 하며 이런 상태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그런 생각은 꽤나 무서웠는 데 왜냐면 글을 쓴다는 행위 이상의 직업적인 모습이나 특정한 규정이 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나 이름이 붙은 글을 쓰는 사람의 모습은 아닌게다.


특히나 올해 들어서 나는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 자뭇 진지해졌는데, 그렇다고 여느 사람들이나 어릴 때부터 글을 쓰던 사람들과는 아무래도 다르겠지만, 물론 그 깊이가 너랑 나랑 견주어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은 아니기에, 어찌 되었든 내가 생각했을 때 나 스스로가 한참은 미달이고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고민에 한 번 빠지기 시작하자 글 쓰는 일은 말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모든 게 어려워졌고,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정말 이 글을 쓰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물론 무엇이든 글을 쓰고는 있지만, 그것이 글이라 여겨지지 않으며, 무엇을 써도 마음에 차지 않아 굉장히 울적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모든 글들이 가짜로 느껴지기도 하고, 내 것이 아닌 낯설게 느껴져 재깍재깍 보듬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거리며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마땅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초기에 신이 나서 글을 쓸 때는 누에가 뽕을 먹듯 어떤 이야기든 술술 썼었는데, 지금은 소재가 떨어진 게 아니라,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라는 고민이나 지금 내가 옳은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의 브레이크가 자꾸 걸린다.


아 그러니까 마치 서울을 가겠다 하고 버스를 탔는데, 내가 버스를 잘 탄 것인지 내가 내릴 곳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내가 정말 서울 가는 버스를 타고 있는 중인지 자꾸만 불안하고 막막한 거다. 그러다 보니 막상 어딘가를 가는 버스를 타고 계속 미어캣처럼 목을 죽 빼고 창 밖을 보고 있는 것이다.


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일단 버스가 고속도로에 오르면 내가 여기가 어디쯤이라고 누군가에게 말하기가 참 어렵다. 휴게소에 들르지 않는 한


"나는 지금 영동고속도로 위야."


 라는 말이나


"나 서울 가는 길이야."


라는 말 따위밖에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여기는 강릉에서 13.5km 정도 떨어져서 대관령 북서쪽 양지바른 곳이라는 정확한 위치를 알 노릇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 가는 길에 위치를 모르니 그렇게 내 마음은 계속 답답하고 괴롭고 한 없이 슬펐다.


그런 날들이 지속돼서 나는 종종 우울하기도 했는데 뭐 그런다고 별 다른 소득이 있거나 특별하게 나아지는 일은 없었다. 그냥 어찌 됐든 우울함 속에서도 글을 썼고 그것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몰라 그냥 혼자 답답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가 완성이 되거나 미완성이 되거나 그냥 뭐라고 단언할 수 없었는데, 형식이 없기 때문에 기존의 이야기들이나 소설, 에세이, 시와 비교하면 그냥 한 편의 얘기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고 그냥 산문이라는 이야기 등등 뭐라고 속시원히 단언할 수가 없다.


어찌 됐든 글을 타고 가고 있지만 그런 것들이 무엇으로 변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무엇을 끈질기게 해 본 적도 소중한 내 것이라 생각해 본 적도 없어서 최근에야 하나를 가지고 오래 고민한다는 건 참 힘든 일이란 걸 알았다. 이런 하나의 과정이 물론 나를 찾아가고 있는 길이니까 힘들어도 뭔가 해야겠지.


어찌 되었든 돈이 되는 글이나 돈이 안 되는 글이나 글을 쓰고 있으니 이 글들이 첩첩이 모여 언젠가는 정말 하나의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나는 기억이 없을 만큼 나로 살지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가 되어가는 게 좋다.


하지만 그런 날이 정말 언제 올진 모르겠다. 어쩌면 죽기 전까지도 하지 못한 말들만 써둔 채 아쉬워하며 떠날 수 있겠다. 하지만 또 그 나름대로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한편으로 약간의 여지를 남겨뒀다.


못 다 이룬 일들이 너무 억울해서 마치 TV 안에 나오는 물귀신들처럼 누군가에게 찾아가


"나의 혼을 달래주세요 나의 한을 풀어주세요 나 대신 글을 써 주세요."


하고 싶지는 않다.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간다고 잔뜩 기대를 하고 간다고 해서 꼭 무슨 일이 일어나거나 굉장히 재밌는 건 아닐테니. 어쩌면 아무 소득 없이 다시 내가 있던 자리로 내려와야 할 수도 있테니. 


그런 생각하면 맥이 빠지기도 한데 어찌 되었든 그런 일로 우울해하거나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여전히 약간 많이 그렇다.) 


뭐 일단 지금은 내가 서울에 가고 싶어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은 것처럼 글이 쓰고 싶어 글을 쓰겠다고 글을 쓰기 위에 나의 삶을 이리저리 만들어가고 있고 게다가 나는 운이 좋게도 환경이 아주 좋고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어 남들보다 편안하게 일에 매진할 수 있으니 또 그것대로 감사히 여기며 불평하지 말고 하나하나 만들어가야겠다.


사람이 뭔가를 불평하기 시작하면 계속하게 되니까


어찌 되었든 지금 내가 가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 가진 것에 행복을 느끼고 감사히 여기며 살아야지. 더 가지고 싶다면 노력하면 될 일이고 여기서 만족한다면 그냥 어느 정도 유유자적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아무튼 조금 더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끊임없이 생각해보고 부딪혀보자.


누구도 오늘을 먼저 살아본 사람이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기댈 것도 없다.


뒤를 돌아보면 후회만 남고

앞만 바라보면 불안하니 지금을 살자.


헛소리를 길게쓰면 아무도 안 읽을 거라 그랬는 데 또 못 참고 주절주절 써버린 주절뱅이의 일기.





*서울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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