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에 물린 1인
어제 밤에 곡성을 봤다. 요즘 집중하는 것들이 있어 영화가 뭐가 나오는지 잊고 있다가, 지인의 추천을 받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나 역시 곡성 보길 추천한다.
앞으로 엄청난 스포와 그냥 영화 내용이 다 나올 예정이니, 싫으신 분들은 살짝 지나가셔도...
일단, 난 영화를 보기 전에 우연히 페북에서 식스 센스를 당했다.
'범인은 황씨다'
이거 뭡니까? 아, 영화 보기 전에 줄거리도 안 읽고 가는 나에게 이런 테러를 ㅠㅠ
정말 안구 테러당하고 간 영화관, 마음은 조금 시큰둥했다. 별다른 기대도 없었고,
초반, 황정민이 안 나온다.
뭐지? 나의 기대 속에서는 황정민이 범인의 복장을 하고 어서어서 나와야 하는 데, 사람들은 죽어 나갔는 데 범인이 안 나온다. 스릴러 영화의 주된 트릭은 범인은 초반에 나온다? 아닌가? 시작부터 나의 예상을 깨고 만다.
영화가 꽤 길다. 하지만 좀체 지루하지 않았다. 화장실도 안 가고 싶었다. 특히, 아빠 역할을 맡으신 분, 연기가 좋아서 지켜보고 있었는 데, 드디어 빛을!! 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전개, 이거 무슨 느낌이지? 중간중간 쉼표 같은 위트도 좋고, 장소도 완벽하고, 우리나라에 저런 곳이? 아, 참말로 좋구나!
절대 현혹되지 마라.
뭐야, 뭐야,
나 범인 알고 봤는데, 뭐야,
나는 보는 내내 출연하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본다. 아, 감독의 모든 미끼에 나는 이리저리 물리고 뜯기는 한낱 물고기일 뿐인가요? 정말 나 같이 단순한 물고기는 언제든 감독의 낚시에 회 쳐질 준비가 되어있다니.
처음에 황정민이 안 나오길래, 나는 열심히 일본 사람을 의심한다. 그러다 황정민이 나오고 나서는 열심히 황정민을 의심한다. 그러다 황정민이 그 여자가 귀신이라고 하는 순간 또 열심히 그 여자를 의심한다. 그렇다면 황정민이 '악'의 역할인걸 알고 간 나는 뭐가 되느냔 말이다. 으허헝. 이럴 수 없는 거야.
영화는 말한다. '의심'이 악의 근원이라고. 그럼 난 아빠처럼 말할 테지. 먼저 날 어지럽게 했잖아요!!!
나는 그다지 이해력이 좋은 편이 아닌가 보다.
영화가 화장실 간 뒤에 물을 내리지 않은 듯? 뭔가... 아, 뭔가... 이렇게 끝나면?이라는 생각이 들게 감독의 이름이 뜬다.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영화에 대한 토론을 해야 한다.
감독을 납치해서 여기다 앉혀놓고 답을 들어야 한다!!!!
우리는 서로의 추리를 밝히다 이러다 싸우겠다. 결국 답이 나지 않아 인터넷을 뒤적인다.
인터넷을 뒤적이고 똑똑한 사람들의 평을 읽은 후로 나름 이해한 것들.
영화에서 그렇듯 모든 상황은 그냥 던져보는 것이다.
거기에 물리는 건 물고기 탓. 이것은 종교적인 이야기와 맞물리게 되는 데, 그렇게 신에게 의지하고 거대한 힘의 존재가 있다면 우리는 왜 늘 힘없이 최악의 상황을 맞아야 하는 가에 대한 도전이다. 신이 있다면 이렇게 가혹한 일에서 우리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저 그런 상황이 왔을 때 그런 결과를 만든 건 '의심하는 인간' , 즉 '니 탓이요.'에 대한 꼬집음이다.
'사기를 당하는 것'도 사기를 당하게 네가 어리바리 대니까 그런 거고, 길에서 죽임을 당해도 '오밤중에 돌아다니는 니 탓이요.' 전쟁통에 죽는 것도 '그곳에 간 니 탓이다'라는 '신의 발 빼기'에 대한 물음이다.
누구는 외지에서 온 '악'과 토종 '악'?
'악' 끼리의 세력 다툼이라 하고, 누구는 황정민이 일본인의 하수라고 하고 아무튼 의견이 분분하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황정민이 일본인 빤쓰를 입었을 때 '요놈 나쁜 놈이구만' 하고 눈치챘겠지만,
음, 내 생각에 일본인도 황정민도 '악'이 되고 싶어 하는 어떤 종교를 추종하는 자들이 아닐까? 그래서 일본인은 자신을 죽이러 무리 지어 오는 '살기' 가득한 동네 사람들을 겁내며 도망 다니고, 숨고, 울고 그러는 거 아닐까?
그런 옷을 입고, 그런 의식을 하고, 사진을 찍고, 그런 일련의 수련 과정을 거쳐서 각자 '악마'가 되는 것이다. 나는 세상 어디든 '선'을 추종하듯, '악'을 추종하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사진을 찍으면 혼이 빼앗긴다고 하는 말이 있었다. 카메라가 혼을 담아간다고. 그렇게 살아있을 때 한번, 죽은 후에 한 번 찍는다. 사진에는 '순간'이라는 시간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결국 좀비가 될 뿐이다. 근데 왜 죽은 후에도 찍지?
그냥 트릭인가. 누구는 카메라는 미놀타와 삼성의 문제라는 데 디테일 쩐다. 뭔지 모르겄음.
아, 이것도 잘 모르겠는 데. 초반부터 일본인이 여자를 성적으로 욕하며 덮쳐버린다 (...) 아빠는 딸내미의 피부 발진을 살피려 치마를 걷다가 딸내미의 쌍욕을 먹는다. 엄마와 아빠는 자식을 피해 차 안에서 성관계 중에 딸내미에게 들키고 갖은 학용품을 갖다 바친다. 뭔지 모르겠다. 이런 장면들의 이유가.
'신'이 부활할 때 여자들이 지켰다고 하는 데 (부활에 의미가 있다는 데 종교적인 건 정확히 모르겠네요)
그래서 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도대체 성적인 부분은 무슨 뜻 입매? 그리고 딸내미는 아빠에게 소리친다.
'도대체 뭐가 중한디? 뭐가 중한지도 모르면서 지럴이여.'
아, 나도 뭐가 중한지 모르겄어요. 에 답답해.
'내가 다 봤어. '
주변에서 얼쩡얼쩡 거리기만 할 뿐 미친 여자처럼 나오는 마을의 수호신은 뭔가 딱히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 그냥 악이 들어왔으면 들어온 대로, 싸우거나 하지 않는데 (무명이 일본인을 쫓는 장면이 삭제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삭제한 것일까?)
선은 선이니까 싸움 같은 걸 안 하는 게 선인가? 이런 모순에 대한 질문인 것 같다.
마지막에 집에 가면 다 너희 식구는 다 죽는다는 말은 결국 아빠 너라도 살려보겠다는 무명의 의지가 아녔을까.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빠의 팔을 잡는다. 뼈가 있고 살이 있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뜻 같은데 , 아빠는 결국 무명의 옷과 물품에 대해 의심하며 집으로 돌아가 죽임을 당한다.
야생 버섯이 실험 결과에서 나왔다고 철썩 같이 믿는 아빠. 피해자들이 피부병이 났으니 병원부터 가서 진료 기록을 확인하라는 똑똑한 아빠. 무명을 보고 단순히 목격자라고 여기는 아빠.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과학 신봉자 아빠도 결국 딸내미의 병 앞에서는 종교를 찾는다.
과학으로 풀리지 않는 어떤 거대한 힘에 대해 인간들은 겁에 질려 있다.
문제는 미스터리 한 현상을 내 눈으로 몇 번 보고 난 뒤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까 눈으로 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신비주의로 빠져든다!는 것이다.
장독에 빠져 있는 까마귀라든지, 일본인 집에서 나오는 딸의 신발이라든지, 딸내미의 공책에 적힌 알 수 없는 그림이라든지, 병원에서 본 좀비의 모습이라든지, 그런 설명 안 되는 일들이 하나 둘 증거로 쌓이면,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비이성으로 간다.
병원에 가보라는 이성적인 가톨릭 신부의 말보다는 휘파람 부는 박수무당이 더 믿을 만하다. 그러니 천만 원이라도 척척 준비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그다지 이성적이지 못 하다. 오히려 더 감정적이다. 그런 감정 속에서 모든 상황은 결말을 알 수 없게 치닫는다.
'건들면 안 될 걸 건드렸구먼'
인물들을 보면 시골에 사는 평범한 촌사람들이다. 마을에 여행하듯 찾아온 미지의 '악'에게서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마지막 아빠의 대사는 더 처절하다.
'걱정말어. 아부지 경찰이잖어.'
우리가 나쁜 상황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다. 경찰. 그러나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도 겁에 빠지고, 의심에 빠지고, 자식을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고, 의심하고 결국에 악에 진다.
결국 우리의 위치란 그저 미끼에 물려 파닥 거리는 큰 물고기 , 작은 물고기, 낙지, 새우등 모습만 다를 뿐 낚시꾼에게는 그냥 다 똑같은 사냥감일 뿐이다.
그렇게 불행이라는 악은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우리가 의심하는 또는 방심하는 그 순간부터.
오랜만에 재밌게 본 영화였고, 토론하게 하는 영화였다.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고, 참 잘 만들었다.
아무래도 다시 한번 영화를 보면서 몇 가지 놓친 장면들을 찾아봐야겠다는. 그래도 모르는 건 모르겠지. ㅠㅠ
개인적인 영화 리뷰이니 혹 저의 물음에 대한 답이나 다른 생각 있으면 나누어요.
좀 더 소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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