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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Jan 27. 2018

딥디크를 아세요

#클레멘타인 솔직 에세이




품 안에 파고들면 코 끝을 맴도는



좋은 향은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해주거나 때론 울적한 마음을 다독여준다.


발걸음을 우뚝 멈춘 채 스쳐지나간 사람을 돌아보게 하는 향기의 힘은 도대체 뭘까.



당신이 향수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향수 뿌린 사람이 곁에만 와도 인상을 썼다. 작은 향도 속이 울렁거리거나 멀미가 났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나는 향수앓이를 하고 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저 좋은 것들로 둘러싸이고 싶다고 마음이 말했던 거 같다.


그때 제일 처음 생각해낸 건 '딥디끄'다.

이름이 이상해서 또렷이 기억하는 향수.


내가 딥디끄를 알게 된 건 백화점 향수 가게에서 일일 알바를 할 때였다. 나는 그다지 향수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특이하게도 향수는 늘 선물로 들어오는 물건이었고, 산다고 해봤자 그저그런, 약간 비슷한 향관심이 있었다.


당시에도 내 주머니에는 먼지만 늘 가득했다.

아마 그때 내게 났던 향은 바람냄새였을거다.


반면 그곳은 반짝반짝한 사람들이 많이 왔다. 돈이 북적 거렸고 좋은 향들이 뒤섞여  한편으로 억지스러웠다.

그들은 단 몇초만에 내 일당과 같거나 더 비싸고 작은 향수들을 구매해갔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위해 웃었다.


점심교대가 이루어질 때쯤,

나는 매장 직원에게 말을 붙였다.(그런 것 같다.)


"제일 좋아하는 향이 뭐예요?"


그녀는 신난 얼굴로 날 이끌었다.


"혹시 이 향수 아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향수예요."


그녀는 매대에서 시향 향수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테스트 종이에 묻혀 나에게 내밀었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


그것은 정말 황홀한 향이었다.

정말 처음 맡아보는, 그런 향기였다.


"딥디크예요. 비싼 게 문제죠. 요게 십만 원이 훨씬 넘어요."


당시 나에게는 정말 큰돈이었다. 

저 작은 병에 든 게 뭐라고.


그래도 뭐가 좋았는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이름이 내 머리에 있다. 그래서 향수를 사려고 마음 먹었을 때 나는 주저없이 딥디크를 사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딥디크를 테스트할 곳이 없다.

이왕이면 그때 내가 맡은 향을 사고 싶은 데, 이름도 향도 기억이 안 난다. 다시 맡아보면 알 것 같은 데.


그 결과, 나는 엉뚱하게도 얼마 전부터 페이스북에서 광고하던 조 말론 향수를 사버렸다.


조 말론 향수는 본 적도 없고 맡아본 적도 없다.

그래도 온라인에서 사면  웰컴 선물도 준단다.(웃음)


그래서 그냥 검색해보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걸로 샀다.

역시 난 남이 사는 걸 산다. 젠장.


아무튼 조말론 첫 사용 후기는 이렇다.

첫 향은 약간 별로인데 잔향이 좋다.

잔향이 좋은 향수가 좋다.

그래서 합격이다.


언젠가는 나만의 향기를 갖고 싶다.

뭐 그래 봤자 남들이 좋다는 거 살게 뻔하지만. 


고양이가 처음 맡는 냄새에 연신 코를 벌름거린다.

미안. 점점 익숙해질 거야.

고양이는 낯선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저러나

도대체 내가 맡았던 딥티크는 무슨 향이었을까.

그리고 그게 뭐라고 몇 년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을까.




나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좋은 향기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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