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타인 솔직 에세이
좋은 향은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해주거나 때론 울적한 마음을 다독여준다.
발걸음을 우뚝 멈춘 채 스쳐지나간 사람을 돌아보게 하는 향기의 힘은 도대체 뭘까.
당신이 향수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향수 뿌린 사람이 곁에만 와도 인상을 썼다. 작은 향도 속이 울렁거리거나 멀미가 났다.
그러나 또 얼마전부터 나는 향수앓이를 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저 좋은 것들로 둘러싸이고 싶다고 마음이 말했던 거 같다.
그때 제일 처음 생각해낸 건 '딥디끄'다.
이름이 이상해서 또렷이 기억하는 향수.
내가 딥디끄를 알게 된 건 백화점 향수 가게에서 일일 알바를 할 때였다. 나는 그다지 향수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특이하게도 향수는 늘 선물로 들어오는 물건이었고, 산다고 해봤자 그저그런, 약간 비슷한 향에만 관심이 있었다.
당시에도 내 주머니에는 먼지만 늘 가득했다.
아마 그때 내게 났던 향은 바람냄새였을거다.
반면 그곳은 반짝반짝한 사람들이 많이 왔다. 돈이 북적 거렸고 좋은 향들이 뒤섞여 한편으로 억지스러웠다.
그들은 단 몇초만에 내 일당과 같거나 더 비싸고 작은 향수들을 구매해갔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위해 웃었다.
점심교대가 이루어질 때쯤,
나는 매장 직원에게 말을 붙였다.(그런 것 같다.)
"제일 좋아하는 향이 뭐예요?"
그녀는 신난 얼굴로 날 이끌었다.
"혹시 이 향수 아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향수예요."
그녀는 매대에서 시향 향수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테스트 종이에 묻혀 나에게 내밀었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
그것은 정말 황홀한 향이었다.
정말 처음 맡아보는, 그런 향기였다.
"딥디크예요. 비싼 게 문제죠. 요게 십만 원이 훨씬 넘어요."
당시 나에게는 정말 큰돈이었다.
저 작은 병에 든 게 뭐라고.
그래도 뭐가 좋았는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이름이 내 머리에 있다. 그래서 향수를 사려고 마음 먹었을 때 나는 주저없이 딥디크를 사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딥디크를 테스트할 곳이 없다.
이왕이면 그때 내가 맡은 향을 사고 싶은 데, 이름도 향도 기억이 안 난다. 다시 맡아보면 알 것 같은 데.
그 결과, 나는 엉뚱하게도 얼마 전부터 페이스북에서 광고하던 조 말론 향수를 사버렸다.
조 말론 향수는 본 적도 없고 맡아본 적도 없다.
그래도 온라인에서 사면 웰컴 선물도 준단다.(웃음)
그래서 그냥 검색해보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걸로 샀다.
역시 난 남이 사는 걸 산다. 젠장.
아무튼 조말론 첫 사용 후기는 이렇다.
첫 향은 약간 별로인데 잔향이 좋다.
잔향이 좋은 향수가 좋다.
그래서 합격이다.
언젠가는 나만의 향기를 갖고 싶다.
뭐 그래 봤자 남들이 좋다는 거 살게 뻔하지만.
고양이가 처음 맡는 냄새에 연신 코를 벌름거린다.
미안. 점점 익숙해질 거야.
고양이는 낯선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저러나
도대체 내가 맡았던 딥티크는 무슨 향이었을까.
그리고 그게 뭐라고 몇 년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