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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Mar 01. 2018

생각 자국

#클레멘타인 솔직 에세이

나이가 들수록 지키지 못 한 약속들이 늘어가고, 이루지 못 한 꿈들만 벗겨진 포장지처럼 나뒹군다.

아마 내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겠지만 그렇다고 어떤 뾰족한 수도 없으니 그저 '그게 나구나.'하고 내 나름대로 나를 토닥거린다.


요 며칠 새로운 일들과 관계에 매진하느라 글을 쓸 겨를이나 쓸 생각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잊어버린 것도 아니었다. 무언가 해결하지 못 한 껄적지근한 숙제처럼 계속해야 하는 데 그런 생각만 붙잡고 있었던 거 같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까?


평생 아무 의미도 찾지 못하고 그냥 한 줌의 흙이 되어버리는 걸까?


버스를 타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잠들기 전에도 이런 유의미적이지만 경제적이지 못 한 생각들로 뒤척거린다. 그리고 아무런 결론도 없이 뭘까, 뭘까 하다가 이내 다른 생각들로 옮겨간다.


작가라고 하거나 작가를 지망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그렇게 산다고 꼭 따라서 살 인간도 아니지만, 괜히 그래도 어딘가 나랑 비슷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거봐, 다른 사람도 다 비슷해.'


하면서 자위라도 하고싶다. 그렇게라도 해야 조금 덜 답답할 거 같으니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했던 이야기 중 우리는 지금 이 나이가 되면 당연하게 남들이 다 가진 걸 가지고 있을 줄 알았고, 예를 들자면 남편이나 아이 같은, 그 나름의 방정식을 잘 풀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나이가 되고 우리가 알아버린 건 


우리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과 

우리는 어쩌면 영원히 그렇게 누군가 또는 세상에 다수가 정해놓은 길을 가는 것에서 벗어날지도 모를 인간들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건 생각보다 꽤나 복잡했는 데

그 복잡한 심경을 잘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딘가 매끄럽지 않은 구석이 있어 아무 말도 못 하겠다.


하고 싶은 말이 가슴 언저리에 쌓여서 체기가 올라오지만, 

누군가가 나의 글을 보고 이해한다는 말이나 어떤 조언이나 또는 지적이나 비난이나 위로 등 그 어떤 것도 지금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이렇게 대충 마무리하고 싶다.


내 글을 꼬박꼬박 읽어주는 당신에게는 꽤나 미안한 일이지만, 아마 당신이 어떤 날은 나와 비슷한 기분이었던 날이 평생에 한 번쯤은 있었을 것 같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아무튼 굉장히 마음이 심란하고 또 반대로 너무 심란해서 평온하다.

아마 꽤 힘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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