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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Feb 06. 2018

시작도 전에 넘어지는 사람

#클레멘타인 솔직 에세이



외출 준비를 하다가 종종 지치곤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외출 준비 자체에서 약간 지침을 느낄 때가 많다.

가령,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바디 로션을 바르고, 옷을 이것저것 입어보다가,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기까지의 일련의 세팅 과정에서 나갈 힘을 다 소진하는 것이다.


특히 타인과의 약속이 아닌,

나 혼자 어디라도 가볼까 또는 무언가를 해야겠다 하고 준비하는 날은 어김없이 준비만 하다가 포기하는 일이 생긴다.


그러니까 완벽하게 반짝반짝 세팅을 하고 나면 왠지 몸이 노곤 노곤해지면서

따듯한 전기장판 속으로 쏙 들어가게 되는 데,

... 으응... 잠깐만 이대로...

라고 하다가 정말로 꿈나라로 떠나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어딘가로 가긴 가는 것이지만(웃음)


지금의 안락함에 자꾸 파묻히다 보면,

결국 같은 자리에 누워있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늘 준비만 하고 막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많은 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아무래도 올해는 생각을 고쳐먹고,

한 가지는 꼭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약속을 지키는 건 어려운 인간이니 남들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중학교때 오래 달리기를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내 옆에서 달려주던 친구처럼,

시작도 전에 넘어지는 사람 손을 그래도 잡아 줄 친구가 그래도 이 넓은 지구 어딘가에는 꼭 한 명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혼자 무얼 하겠다- 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하는 그런 일들을 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이랑 약속 지키는 건 꽤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타입이니까 아무래도 그게 나을 듯하다.


그나저나 뭐라고 이렇게 추운지 모르겠다.

지구에게 많이 잘 못 해서 화가 난 것 같다. 

이대로 계속되면, 동장군도 얼어 죽을 것 같다.

내 열정까지 얼어 죽지 않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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