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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Jun 02. 2016

인소: 로또

작은 아버지와 라면스프

                                                                                                                                                                                        




「아이고, 작은 아버지!」     

「니는 면접날도 재패질이나! 인나! 밥 먹게.」


이마에 불이 난 듯한 얼얼함에 눈은 떠졌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나 등짝에 ‘짝’ 하는 찰진 소리와 함께 이내 현실이 뜨겁게 펼쳐졌다.


「야가 아침부터 죽은 니 작은 아빠는 왜 지그리나! 니는 입이 보살이다. 재수도 부르면 즉새 가차바지고, 죽은 사람도 부르면 마카 온다니. 쎄라. 쎄.」


모친의 잔소리는 모친이 방을 나간 후에도 열린 문으로 들어와 여전히 허 씨의 방 안을 맴돌았다. 허 씨는 방 안에 쏟아진 잔소리에 짜증이 나면서도 틀린 말이 없어 그저 입 안이 깔깔하기만 했다.


 게다가 간밤 꿈이 너무 생생하고 어지러워 쉽사리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지지가 않았다. 억지 눈을 뜨고 나가보니 주방엔 이른 아침부터 상다리가 휘도록 차려진 성찬에 허 씨는 볼 맨소리 조차 하지 못 했다. 매번 고마우면서도 기분이 썩 내키지는 않는 인생이니 어찌하랴. 그러나 밥 먹는 내내 질척 질척한 꿈이 허 씨 생각에 쩍 달라붙어 몇 번을 곱씹어봐도 뇌리에 걸려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      

한 달째 내리는 지루한 겨울비가 허 씨의 면접 길을 씻어주었다. 그러나 허 씨의 세계에는 불문율이 있었다. 모친의 잔소리로 시작하는 날이면 왠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이상한 법칙이었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처럼 오늘은 술술 넘어가 주면 될 것을.


 바깥세상 모든 일이 허 씨에게 등을 돌린 채 비와 함께 잔소리를 퍼부어 대는 것 같았다. 억지로 돌려세워 잡아 탄 택시는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망에 포위라도 된 냥 도로에 존재하는 모든 신호에 걸려들었다.


들어 선 터미널 안은 월요일 아침부터 서울행 버스표를 구하려는 행렬로 늘어져 있었다. 다들 평일에 왜 서울로 가는 건지, 자신과 같은 백수 무리가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허 씨였다.


여차저차 표를 끊고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이제는 차 안에서 여유도 좀 부리면 좋으련만, 아침에 먹은 고추장아찌가 살살 속을 뒤집어 놓는다. 다리를 달달 떨면서 차례를 기다려 봐도 어찌 된 일인지 줄은 줄지 않았고, 좀 채 아무도 나오질 않았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엄마의 쓸데없는 잔소리 때문에 내 일진이 사나운 거다. 허 씨는 극한 불안감에 더 이상 참지 못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죄송한데! 차 시간이 3분밖에 안 남아서 그러는 데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네?」


웡웡 울리는 화장실에서 허 씨는 인간의 처절한 본능에 그깟 자존심이 무어냐, 이처럼 급한 일은 참을성 할아비가 와도 흰 수건을 던지고 링 밖으로 나가리라 생각하며 허 씨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아저씨, 급하면, 먼저 쓰세요.」


어려 보이는 앞의 학생의 호기 좋은 양보 덕분에 가까스로 작은 변기 하나를 차지한 허 씨는, 그 찰나의 희열 속에 세상 모든 것을 가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인생이 뭐 별거더냐. 아직 시간 많고 여유 있는 놈이 당연히 양보해줘야 하는 거다. 허 씨 세계의 또 다른 법칙이 하나 세워졌다. 그리고 약 2분간 자신을 위해 늦게 출발해주는 버스 기사가 세상에서 가장 의로운 인물이란 생각을 하며 표에 적힌 7번 좌석을 찾아 앉았다. 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뿌연 고속도로가 왠지 꿈속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꿈? 병원 진단서만 봐도 병세가 악화되는 사람처럼 꿈을 생각하자마자 작은 아버지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사실 진짜 문제는 중요한 면접날 작은 아버지가 나온 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점이 허 씨를 괴롭혔다. 꿈 해몽을 해서 괜히 나쁘다는 말을 들을까 봐 선 뜻 찾아보지 못 했지만, 꿈속 작은 아버지의 표정을 봐서는 길몽일 것 같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대며 여전히 자신의 꿈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 허 씨다. 그렇다고 이대로 두자니 자꾸 신경 쓰여 다른 일에 도저히 집중을 못 할 것 같았고 이런 기분으로 면접을 본 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결국, 좋은 해몽이 나오면 그대로 믿으면 될 것이고 나쁜 해몽이 나오면 꿈은 반대라더라는 말을 참고하기로 결심하며 인터넷으로 꿈 해몽을 뒤적여 보기 시작했다.    

   

허 씨의 꿈은 이러했다. 먼저 작은 아버지란 인물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다. 허 씨의 작은 아버지 허 씨는 허 씨에게 스승 또는 인생의 롤 모델 같은 존재였다. 서울서 작은 중국집을 운영했던 작은 아버지 밑에서 꽤 오랜 시간 일을 했었다.


 배달에서부터 청소, 전단지 돌리기, 양파 까기, 가게의 각종 잡일은 죄 도맡아 하던 부지런한 허 씨였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작은 아버지는 허 씨에게 자신의 요리 기술을 전수받을 것을 때가 됐다고 하며 그에 손에 투박한 칼을 쥐어줬다. 그 기쁨의 말을 시작으로 허 씨의 꿈은 누가 뭐래도 당연히 중국집 요리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혹한 인생은 단칼에 양파처럼 썰려 나갔다. 허 씨가 중화요리 기술을 채 배우기도 전 가게는 빚더미에 앉게 되었고, 월급은커녕 맨몸으로 쫓겨나다시피 거리로 나앉았었다. 작은 아버지 가족들 역시 뿔뿔이 살길을 찾아 흩어졌고, 생계와 꿈은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허 씨는 뭘 해야 할지 몰라 주변 중국집을 전전하다 결국 부모가 있는 강릉으로 다시 내려왔다.


그런 작은 아버지가 그 날의 미안함을 갚기라도 하듯 아주 오랜만에 허 씨의 꿈에 나온 것이었다. 꿈속에 작은 아버지는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있었고, 허 씨 역시 일을 마치고 돌아와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고봉으로 쌓인 허연 쌀밥에 허기가 돌던 허 씨에게 말없이 밥 만 먹던 작은 아버지가 숟가락 하나를 턱- 하니 내민다. 마치 투박한 칼을 쥐어주던 그 날처럼. 눈치를 살피던 허 씨는 작은 아버지가 내미는 숟가락으로 밥을 한 술 뜨려는 찰나, 또다시 턱- 하니 다른 숟가락을 드미는 작은 아버지다. 졸지에 숟가락이 두 개가 되어버린 허 씨는 젓가락이 없음 어떠랴 일단 먹고 보자는 심보로 밥술을 떠받쳐 신나게 먹으려는 찰나, 번쩍, 하고 눈에서 불똥 같은 것이 튀었다.


 모친의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죽은 조상이 꿈에 나와 밥을 주는 꿈은 길몽입니다. 천지가 변화하고 모든 운이 나를 향해 열리는 꿈이니 어마어마한 부귀를 누릴 꿈입니다.    

  

허 씨는 이 짧은 문장이 오늘 나올 면접 정답인 마냥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어마어마한 부귀’라는 글자가 메마른 가슴을 비집고 쏙 들어왔다. 오늘 아침 차비만 해도 모친의 지갑에서 눈치껏 꺼내 와야 했던 그에게 ‘부귀’라는 말은 늘 갖고 싶던 꿈같은 단어였다. 그리곤, ‘이거 정말 로또라도 사야 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을 잠시 하며 잠이 들었다.     


푸드덕……. 푸드덕…….     


엉덩이가 축축해지는 찝찝한 기분에 놀라 잠에 서 깬 허 씨다. 설마! 고개를 쳐 박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내려다본다.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아무 일 없는 듯하여 안도하는 허 씨였다. 휴, 이건 또 뭔 일이람?


「지금부터 약 10분간 정차하겠습니다. 화장실 다녀오실 분 다녀오세요.」


방금 전 그는 꿈속에서 똥을 한 바가지 쌌다. 싸다 싸다 못 해 똥 무더기 속에서 헤엄을 칠 정도였다. 이번에야 말로 진짜 대박 꿈이다. 뭔가 하늘의 계시 인 것만 같아 버스에서 내려 설레는 마음으로 모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워대나, 잘 가나, 니 면접장 어딘지 아나? 가서 또 나대지 말고.」


허 씨의 모친은 서른 먹은 허 씨를 여전히 7살 대하듯 했다. 엄마에게 자식이란 어느 순간 몸만 커지고 나이는 먹지 않는 신비한 괴물체 같은 존재였다. 허 씨는 자신의 꿈 얘기를 다시 꺼냈다.  

   

「뭐이? 개코댕가리 같은 꿈이구만. 숭악스럽게 와 이런 날 끼나오나…….」


여전히 작은 아버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던 모친이 었지만, 면접장에 가는 아들을 괜한 말로 더 이상 기를 죽일 수 없었다.


「맞다! 니 면접 붙을라나. 우리 아들 내미 잘 될라고 이제라도 도와 줄라고 그러지 머. 야, 니는 근데 꿈 얘길 하마하면 우타하나. 해 빠지면 해야지. 이래 정신머리가 없으니 걱정이지. 단디 좀 해. 딴생각 고마하고 면접 단디 보고.」


이때 버스기사가 출발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밖에서 통화를 하던 허 씨는 후다닥 차에 올라 타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아직 그런 것도 모른다는 타박에서 시작해 세상 물정을 그리 몰라서 어떻게 사회생활하겠냐는 모친의 서릿발 같은 잔소리가 쏟아지자 허 씨는 황급히 전화를 끊고 젖은 머리를 의자 깊숙이 기대었다. 날아가 버린 꿈이 아까워 괜스레 설레발로 꿈 이야기를 했다 싶은 그였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두 번째로 꾼 똥 꿈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이를 꼭 깨물었다. 설령 그의 모친에게라도 말이다.     

*     



「공무원이 되려는 이유가 뭔가요?」


「어릴 때부터 바다에서 고기를 잡던 아버지는 바다로 떠나시기 전 항상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었습니다. 아무리 거친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꼿꼿한 저 등대처럼 늘 의롭고 정직하게 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야만 다른 배들이 등대가 비춰주는 길을 따라 잘 돌아갈 수 있다고 당부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저는 아버지가 주신 가르침대로 정직한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또한 그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갈 수 있도록 길을 비춰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공무라는 일이 그런 것이라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을 위해 정직하게 노력하는 일. 돌아가신 아버지의 꿈이 저의 꿈이 되었고, 저는 지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허 씨는 예상 질문이 나오자 그동안 달달 외운 말을 자동판매기 버튼이라도 눌러진 냥 후루룩 쏟아냈다. 너무 긴장해 말을 너무 빨리 한 건 아닐까. 허 씨는 이리저리 심사위원들의 눈치를 살펴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눈앞에 앉아 있는 인간들이 어떤 생각으로 질문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 역시 자동판매기처럼 준비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건 아닐까. 나처럼.     


짧지만 긴 면접이 끝나고 허 씨는 서둘러 면접장을 빠져나왔다.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모습으로 하나 둘 운동장에 나타났다. 모두가 생기 있게 면접장 안으로 들어가던 때완 달리 시들어 버린 야채 꼴로 자신의 발걸음을 손질하고 있었다. 운동장에는 평화의 상징 비둘기 떼가 궁싯거리며 뒤뚱거리고 있었다. 짙은 회색의 비만 집단 생명체는 변화한 자연의 법칙을 따라 ‘닭둘기’라는 오명을 안고 살아갔다. 모든 걸 잃어버려 더 이상 날지 못 하는 현대인들의 얼굴, 꿈의 날개가 퇴화해버린 진화된 실패작 같은 모습이었다.


허 씨는 지하철을 타러 가기 전 모퉁이에서 작은 로또 가게를 발견했다. 몇 사람이 벌써 꿈을 따라 가게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약간의 망설임으로 가게 안을 쳐다보았다. 가게 간판 밑에는 ‘축 당첨 1등, 35억 로또 명당’ 이 적힌 커다란 플랭카드가 바람따라 화려한 날개 짓을 펄럭이고 있었다. 운명의 여신이 자신에게 보내는 손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보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고, 백 원도 못 버는 내 주제에 천원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빠르게 돌렸다. 괜히 모친에게 엄한 곳에 낭비한다는 잔소리를 들을 것이 뻔했다. 됐다. 그냥 가자.     


강원도의 하늘은 어느 새 함박눈을 쏟아내고 있었다.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할 요량으로 횡성 휴게소의 차가운 문을 밀고 들어갔다. 따뜻한 온기, 맛있는 냄새가 허 씨의 위를 자극했다. 하지만 무언 갈 먹고 가기엔 빠듯한 시간, 집에 돌아가면 차려져 있을 한 저녁 밥상을 상상하며 자신의 욕망을 꾹 눌렀다. 그래도 면접보고 온 아들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준비해 놓지 않으셨을까 하는 괜한 기대감이 묵직하게 들어앉았다. 식당을 가로질러 편의점으로 가는 길, 실내에서는 조용필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TV에서 복면가왕 재방송을 하고 있었고 ‘상감마마 납시오.’란 이상한 복면을 한 남자의 목소리가 절절하게 허 씨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외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사람들은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네
나는 지금 홀로 남아서
빌딩 속을 헤매다 초라한 골목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저기 저 별은 나의 마음 알까
나의 꿈을 알까
괴로울 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
슬퍼질 땐 차라리 나 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허 씨는 발에 올무라도 걸린 듯 그의 목소리에 멈춰 서 TV를 응시했다. 누굴까. 저 가면 뒤에 애달픈 노래를 뱉어내는 사람은……. 그동안 저 사람의 진가를 아무도 몰랐고 그는 이제 가면을 벗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가면 속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그래 봤자 인정받는 건 단 한 순간일 뿐인데. 복면을 채 벗기기도 전에 허 씨는 차 시간 때문에 급히 휴게소를 빠져나갔다. 이때, 허 씨의 전화가 요란하게 울려댄다. 이상하다. 늘 같은 벨 소린데 유난히 크고 자극적이다. 보나 마나 허 씨의 모친일 것이 뻔했지만, 그의 기분만은 뻔하지 않았다.


「니 어디나.」


하루 종일 시계만 보고 지금쯤 끝났을 텐데, 이제쯤 전화 올 텐데 하며 오매불망 기다리던 모친이 더 이상 참지 못 하고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그러다 뜬금없이,


「그게, 그니까 니 올 때, 거 터미널 내려서 집에 오기 전에 거 택시 부광장 알지? 뭐 아니고, 아게 내가 깜빡 잠들었는데 크다란 돼지 새끼들, 그기 우리 집에 막 끼들어오데. 근데 그 돼지새끼가 니한테 콱 내질르는 기야. 마카 이건 복권 살 꿈 아이겄나. 니 돈 있제?」     


순간, 오돌 도돌 소름이 끼치는 허 씨였다.      


「그럼 집에 올 때 그거 사자마자 곧장 집으로 내 질러. 딴 대 가서 이바구 떨지 말고. 니 친구들 만난 다고 중간에 내빼지 말라고. 어? 마카 집으로 와. 알았제?」


전화를 끊고 나자 허 씨의 심장 위로 천 마리의 말이 밟고 지난 간 듯 깊은 울림이 두근두근 진동하며 몸속 구석구석 퍼져나갔다. 사람에게 육감이라는 신비한 기운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허 씨는 모친이 지금 이 상황에, 이런 꿈을 꾼 거 보면 틀림없다 '확신'이 들었다. 강릉으로 향하는 차 창밖으로 뿌연 대관령의 안개를 헤치고 희미한 강릉의 불빛이 반짝거렸다. 허 씨의 인생을 밝혀 줄 등대의 한 줄기 빛 같이 보였다.    

 

「야, 야 너 이번 주 언프리티 랩스타 2 봤어?」

「아니, 이번 주가 막방 이었지? 어떻게 됐냐?」

「결국 트루디가 우승했잖아.」

「진짜? 근데 처음부터 우승후보였잖아. 딱히 뭐 흠잡을 때도 없었고.」

「그러니까. 이미 정해진 일등을 놓고 하는 싸움, 재미없지 않아?」

「혹시나, 하는 거지. 혹시나. 사람들은 혹시나가 재밌어서 보는 거지 그 뒤에 혹시나가 오든, 설마가 오든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래 봤자 혹시나가 역시나지 뭘.」     


허 씨는 강릉 톨게이트를 빠져나올 때쯤 앞좌석에 앉은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엿 들었다. ‘혹시나.’ 허 씨도 혹시나 하는 꿈을 꾸고 있는 중이었다. 나라고 만년 이렇게 살라는 법도 없지 않느냔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역시나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면 나도 한 번 사는 인생, 좀 재밌게 살아봐야 하는 것 아니냔 말이다. 그런 생각들로 자위를 하자 가슴에 솟구치는 욕망의 칼날 손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는 다시 한 번 손으로 가슴께를 지그시 눌러본다. 그러나 이미 흥분한 시퍼런 날은 허 씨 속을 마구 헤집고 다녔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얼마가 될지 모를 그 꿈의 카드를 머릿속으로 긁고, 긁고, 또 긁어 대는 것뿐이었다. 더 이상 상상할 것이 없는 한도 초과가 나올 때까지…….     

*     



강릉에 도착한 허 씨는 어느 때와 다르지 않은 조용한 공기에 안도감을 느꼈다. 하루는 미치도록 길었지만, 환경이 변한 건 아니었다. 그저 허 씨 마음의 해가 길어졌을 뿐이었다. 허 씨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다른 ‘운’과 마주치기라도 할 까 봐 찬바람에 대기하고 있는 긴 택시의 꼬리에 올라탔다. 아침과는 다르게 신호에 걸린다거나 특별한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왠지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조바심에 불을 붙였다.      

‘이왕이면 숫자라도 알려주시지.’     


복권 방에 들어선 허 씨는 이 허연 종이가 누런 돈으로 어마어마하게 불어나는 모습을 상상했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는 80만 1923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매 주 당첨자가 몇 명씩 나오고 있었다. 절대 불가능 한 꿈도 아니며, 허 씨라고 못 될 꿈도 아니다. 모든 사건은 우연 속에 필연이 있고 그 일은 일어나기 전 어떤 형태로든 복선이 깔리기 마련이었다. 가게 안 에는 허 씨와 같은 꿈을 꾸는 닭둘기 같은 사람들이 검은 펜으로 숫자를 쪼아대고 있었다. 허 씨 역시 두 번째 장가가는 남자가 배우자 고르듯 숫자를 신중히 고르고 골랐다. 


분명 오늘 일어난 이 모든 일은 우연이 아닌 운명일 거라 믿었다. 자신이 아침에 작은 아버지 꿈을 꾼 것 하며, 거기에 더불어 오는 도중 대박 똥 꿈까지 꾼 걸 보면 이건 단순한 꿈이 아니라 하늘의 어떤 계시였다. 그리고 뜬금없는 어머니의 돼지꿈은 또 뭐이란 말이냐. 천운이라는 것이 이제야 내게 오는 것인가? 허 씨는 누가 볼 새라 안 그래도 작은 로또 종이를 꼬깃꼬깃 접어 지갑 속에 단단히 넣어 두었다. 그러다 불현듯 TV에서 로또를 사고도 종이를 잃어버려 찾지 못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이나 다시 꺼내어 펴 들고 핸드폰으로 인증 사진까지 찍어두었다.


이제부터는 작은 실수도 절대 하면 안 된다. 지갑을 잃어버려서도 안 되고, 집에 갈 때까지 경계를 늦춰서도 안 된다. 하물며 꿈 이야기도 괜히 남에게 해서 안 되고, 빨래 같은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이제 로또가 당첨될 때까지 다른 큰 복을 미리 받아서도 안 된다.


허 씨는 온갖 규칙을 세세히 떠올리며 자신에게 새로이 적용하기 시작했다. 로또를 산 이후로 남은 하루는, 월요병에 걸린 직장인이라도 된 것처럼, 미치도록 지루하게 느껴졌다. 자꾸만 고개를 드는 불안감을 감추려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는 허 씨였다.      



*     

토요일은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미치도록 화창했다. 때 아닌 초봄 날씨에 뉴스에서는 온통 날씨 이야기였다. 오랜만에 모친의 도움 없이 스스로 눈이 떠진 허 씨는 이른 아침 택시를 타고 안목으로 향했다. 고요하지만 파란 바다가 옅은 하늘색과 조화를 이루어 더 넓어 보였다. 허 씨의 아버지는 이 넓은 바다에 자신의 큰 배와 함께 영원히 가라앉았다. 어린 시절 허 씨네 가족도 남부럽지 않은 큰 배의 주인이었고, 아버지는 한 손에 묵직한 돈 가방, 나머지 한 손에는 허 씨를 위한 바나나 우유를 달랑달랑 사 들고 몇 달에 한 번 씩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어린 시절 꿈은 아버지처럼 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항해하는 마도로스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달콤한 꿈도 잠시, 운명은 바다를 사랑한 아버지를 영원히 바다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남아 있던 아버지의 또 다른 사랑인 어머니는 그 이후로 허 씨가 배 근처에 가기만 해도 자지러지 듯 경기를 일으켰다. 아버지의 따뜻한 촛불이 급격히 꺼져버린 순간부터, 가족들의 꿈은 차가운 구멍 속으로 서서히 꺼져갔다. 바다는 도망치고 싶은 수마였고, 빠져나가려 하면 할수록 허 씨의 꿈을 지독히 빨아들이는 모래 늪이었다. 지긋지긋한 촌구석을 떠나는 것이 허 씨 모친의 또 다른 꿈이기도 했다. 결국 꾸준하게 공무원 준비를 해야 했던 허 씨였다.     


징……. 커피가 다 되었다는 알람이 요란을 떨었다. 이곳은 안목에서도 조금 뒷골목에 위치해 바다가 잘 보이지 않는 터라 복잡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이곳을 고집하는 이유는 이곳의 여사장 X 때문이었다. 한 번도 X의 이름을 직접 물어본다던지 사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다. 그러나 X가 한 번 결혼에 실패한 후 고향인 강릉으로 내려왔고, 얼굴은 얼핏 보면 20대 후반 같이 생겼지만 허 씨보다 3살 연상이었다. X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안목에 거주하는 동네 선배들에게 들었고, 장가 못 간 사내들은 X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허 씨 역시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로 한 달에 두어 번은 꼭 카페 문을 여닫았다. 잔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은 허 씨는 쓴 커피를 한 모금 물고 멀리 보이는 바다에 시선을 던졌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나의 인생도 나의 꿈도 모두 새롭게 써지는 것이다. 그리고 카운터에 자분자분 정리하고 있는 X를 곁눈 주었다. 오늘은 말을 걸어볼 용기가 생기지만 꾹 참았다. 그녀와 잘되는 것도 복의 일부가 쓰이는 것이리라. 허 씨는 어렵사리 찾은 행운을 다 검어 쥐어야 한다는 욕망의 풍선으로 부풀어 올랐다.      


상상만으로도 비죽비죽 헛웃음이 입 밖으로 얼굴을 디밀었다. 로또를 한 번 꺼내볼까 하다가 괜한 주목이 걱정되었다. 근데 내가 무슨 번호 썼더라. 자신의 생일이 12월 7일, 작은 아버지의 기일이 1월 17일, 그리고 어머니의 생일이 7월 27일이라 중복되는 숫자는 빼고 결정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제가 13일의 금요일이었으니까 13을 집어넣었다. 평소에는 좋아하지 않는 숫자지만, 왠지 13일에 꾼 꿈이니까 13은 꼭 넣어야 할 것만 같았다. 1, 7, 12, 13, 17, 27 이렇게 6자리 숫자가 만들어졌다. 쓰고 보니 행운의 숫자 7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 왠지 모를 든든함이 밀려왔다.      


일단, 1등 당첨되면 반은 저금해두고, 반만 써야지.     


로또가 되고 흥청망청 살다가 그 전보다 더 잔인한 인생을 살 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매스컴에서 심심치 않게 보았다. 허 씨는 그때마다 자신이 그 주인공이라면 저렇게 멍청한 짓은 절대 하지 않을 터인데 하는 조롱 섞인 생각을 해 왔었다. 그리고 오늘, 그 불운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를 자신을 위해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운’에는 질량 보존의 법칙이 적용된다. 큰 운이 오고 난 뒤에는 반드시 불운이 따르는 법. 인간 욕심의 깊이란 스스로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행운 역시, 아버지를 잡아 간 깊은 욕망의 괴물로 한 순간 변할지 모른다. 스스로를 경계하고 또 경계했다. 늦은 밤 골목길에서나 느꼈던 뜻 모를 불안감이 쫓아오자 자신이 새로 세운 규칙의 가로등으로 위로의 빛을 밝혔다.     


「어이, 허!」


태수였다. 아니 왜, 이아침부터 태수가 어울리지도 않는 커피를 그것도 수많은 커피점 중에 하필 이곳에? 하필 이곳이란 말은 맞지 않겠지. 허 씨 주변의 모든 남자들은 대부분 X의 가게를 이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니 아침부터 허세 작렬이네. 혼자 머하나?」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뒤에서 태수야! 하며 X가 발랄한 모습을 드러낸다. 태수야라니, 이 새끼는 어릴 때도 그렇더니 벌써 X하고 말까지 트는 사이인 가보다. 허 씨는 놀라고 당황스러우면서도 뻔질뻔질 웃어대는 태수에게 알 수 없는 질투심을 느꼈다.


「근데 누구야? 친구 분?」


이런 젠장. X가 나에 대해 물었다. 평소 같으면 이런 행운을 반겼을 텐데 지금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아직 나의 존재를 보여줄 수 없다. 몇 시간만 지나면, 조금만 참으면 진짜 더 멋진 남자가 되어서 나란 인간을 각인시켜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그저 9급 공무원 준비 중인 서른의 백수 남자일 뿐이다.


「어, 내 부랄 친구. 누나 처음 보나? 야 여기 몇 번 왔는데 머! 단오장 알제? 그 근처가 집이 자나. 니 사장님 알지?」


「아, 늘 혼자 오셨던 것 같은데, 맞죠?」


허 씨는 X가 자신을 기억해준 다는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졌다. 은근히 자신을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 아닐까? 하지만 이내, X와 태수가 서로 토닥토닥 장난치듯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자 다시 기분이 상했다. 태수는 안목에서 가장 큰 횟집을 하고 있다. 안목이 커피거리로 유명해지기도 훨씬 전인 할아버지 때부터 해오던 장사였다. 늙으신 아버지를 도와 이제 태수가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그런 태수에 비해 현재 자신은 너무 보잘 것 없는 상태였다. 무슨 일하냐고 X가 물어 올 것 같아 허 씨는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니 벌써 가냐? 더 있다가.」


전혀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외쳐대는 태수를 뒤로 한 채, 현상금이라도 붙은 범죄자가 된 냥도망치듯 X의 가게를 빠져나왔다. 괜한 헛감정으로 아침부터 속 시린 커피를 마시겠다고 나온 자신을 책망했다. 그 깟 여자가 다 무어란 말이냐. 잘 나가는 남자는 가만있어도 여자가 들러붙기 마련인데 그걸 못 참고 쪼다같이 아침부터 X의 가게에 쪼르르 달려가다니. 서둘러 택시를 잡으려 큰 길가로 나섰다. 택시를 기다리는 내내 자꾸만 두리번거리게 되는 허 씨였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침부터 시간 낭비하며 돌아다닌다는 모친의 잔소리를 당한다. 허 씨는 괜한 푼 돈 같은 행운보다 차라리 이런 시간이 나은 것이라 여겼다. 이것은 나중에 올 불운에 대한 액땜이라 여겨지자, 태어나 처음으로 모친의 잔소리가 행운을 부르는 주술처럼 들려왔다.      



*     

로또 추첨 방송시간이 2015 프리미어 야구 중계로 두 시간 지연된다는 안내 자막이 야구 경기 중에 흘러나왔다. 젠장. 잘하고 싶은 욕망만큼 실수가 연발되는 오디션 참가자의 기분이 이럴까. 왜 하필 자신의 날에 이런 일이 생기는지. 하지만 허 씨는 이것 역시 액땜인 것이라 여기며 자신의 방 TV 앞을 지켰다. 허 씨의 모친은 뭐에 피곤했는지 이미 코를 골며 깊은 거실 소파 위에 잠이 들어 있었다. 아들의 밥은 절대 잊지 않고 챙겨도, 전 날 얘기한 로또나 돼지꿈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생방송 로또 김나훈입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677회 추첨 시작하겠습니다. 당첨은 공이 나오는 순서와 상관없이 번호만 맞으면 됩니다. 당첨금 중 일부는 저소득층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사업 등에 사용됩니다. 첫 번 볼은 노란색 7번입니다. 7번……..”     


허 씨는 손을 바르르 떨며 마른침을 삼켰다. 행운이란 늘 곁에 있어도 그걸 알아보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 허 씨는 빠르게 튀어나오는 숫자를 먹이를 노리는 굶주린 야수처럼 응시했다. 그래, 이제 진짜 내 인생을 사는 거야.     


“두 번째 볼, 두 번째 볼은 파란색 12번입니다. 파란색 12번, 다음 세 번째 볼은 뭘까요. 세 번째 볼은 노란색 2번입니다. 노란색 2번……..”     


2번? 허 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자신이 가진 7번과 12번이 연달아 나왔다. 그런데 2번이라니? 뭔가 착오가 있는 게 분명했다. 사회자가 숫자를 잘 못 읽은 건 아닌가. 방송사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눈을 희번덕거리며 로또에 적힌 숫자를 몇 번이고 다시 보고 TV를 다시 보았다. 로또 종이 위에 1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까맣게 적혀있었다. 허 씨의 속도 숫자의 색깔만큼 점차 꺼멓게 타들어갔다.     






「으아아악! 씨바알! 씨바아아아알!」     

 

결국 허 씨의 복권은 7과 12 말고 아무것도 같지 않았다. 허 씨는 방이 떠나가도록 있는 힘껏 악다구니를 쏟아냈다. 그 하루를 어떻게 마음 졸이며 보냈는데!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이 자기를 희롱해도 이런 식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작은 아버지는 뭐이며, 그 많던 똥 무더기는 뭐란 말이냐, 그리고 어머니의 로또 심부름은 또 다 뭐냔 말이다. 단지 몽땅 장난이란 사실을, 그저 한낱 꿈이었을 뿐이었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허 씨의 악다구니에 놀란 허 씨 모친이 방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머이나! 먼일이나!」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허 씨에게 모친의 말이 들어올 리 없었다. 손에 집히는 대로 벽을 향해 내던졌다. 허 씨의 모친은 오랜만에 보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눈 만 끔뻑거리다 방문을 살포시 닫았다. 취업 스트레스인가 보다 하고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리곤 헛헛한 마음에 찬장을 뒤져 하나 남은 라면을 꺼냈다. 자신의 삶의 위로라곤 밤에 먹는 라면 한 봉지뿐이었다.


「……. 아들아! 니 라면 안 먹을래?」


닫힌 방문을 향해 말을 건네 보지만 아무 대답도 없는 걸 보니 뿔이 나도 단단히 난 것 같았다.


 휴. 이번 시험에 합격해서 번듯하게 장가도 가고 집도 사고했으면 좋으련만 …….


허 씨의 모친은 자신의 소박한 꿈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라며 라면 봉지를 찢었다.      


「엄마야라! 이게 머이나! 얄구재라!」     


라면 수프가 하릴없이 두 개나 들어있었다. 아무 짝에 쓸 때 없는 라면스프를 보며 별일도 다 있다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찬장에 잘 넣어 두었다. 그러다 이내 감정을 다잡으며 ‘맞아’ 하고 손 뼉을 치는 허 씨의 모친이었다. 좋은 일이 생긴 걸 보니 틀림없이 아들이 면접에 붙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허 씨 모친이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라면을 끓이는 손놀림이 더 가벼워졌다. 단지 허 씨 방에서 대상 없이 들려오는 악다구니가 허 씨 모친의 신경을 자꾸만 갉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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