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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Jul 04. 2018

얼른 어른

#클레멘타인 솔직 에세이

2018.07.03에서 04 사이


책상에 앉아 있다 허리가 너무 아파 잠시 일어서서 몸을 구부리고 두 팔을 바닥에 늘이고 있는 데,

무릎이 늙었다.


거꾸로 본 내 무르팍은 쪼글쪼글 오래된 과일같이 늙어 있었다.

순간적으로 약간 당황스러우면서 동시에 꽤나 슬펐는 데, 잠시 동안 아닌 척 분주하게 방을 돌아다녔다.


갑자기 엉켜있는 고양이 털을 돌돌이로 밀어내고, 바닥에 너저분한 머리카락들을 주워 담는다.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이리저리 스트레칭을 해본다.


그래 봤자 무릎은 말 그대로 늙어있었고 다시 내 나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 나 어른이지.

나 이제 애 아니지.


누가 봐도 어른 나이가 되었건만 생각은 젊음 어딘가에 정지해있다.

이제 혼자 뭐든 해야 하는 나이니까 돌격 앞으로 외치고 당당하게 걸어가야 하는 데, 가련한 몸뚱이만 착착 전진하고 있다. 아니, 이봐! 영혼도 정신도 마음도 다 같이 가야지!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어른이라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어른은 그저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가 책임지고 자기가 개척해나가야 하는 꽤나 불쌍한 존재들이다.

인간은 평생 책임이나 지면서 살아야 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고양이로 태어날 걸 그랬다.


쪼그라든 무릎을 촥촥 펼쳐내 듯 감정 기복의 선도 평평하게 다림질하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꽤나 삶이 편리할 텐데.

어른인 척하는 나는 간섭은 드럽게 싫어하면서 누군가에게 의지는 하고 싶은 부조리가 널뛴다. 

습관과 타성에 젖은 어린아이가 어떻게 갑자기 모든 걸 책임지는 어른이 된단 말인지 아직 모르겠다.

어른이라는 역할 놀이는 몇 살부터 해야 하는 걸까.


어른 놀이에 지칠 때가 많다.

어린 시절 내 삶의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어서 자꾸만 서글퍼지는 게 지친다.

그 당시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일들에 대해 자꾸만 혼잣말을 한다. 

샤워를 하고 발을 닦으면서, 가득 쌓인 설거지를 하면서, 아무도 없는 방안에 혼자 누워서.


나의 어른적인 생각들은 

지금 여전히 모호한 삶의 진행형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지난 간 일들에게 안녕을 고하는 수밖에.


불쌍한 어른들.


그러나 저러나 며칠 째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난 큰 벌을 받고 있는 중일까.

빨리 감기가 나아야 할 텐데.


으윽. 아픈 건 정말 싫다.



@클레멘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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