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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Jul 02. 2018

감기와 외로움

#클레멘타인 솔직 에세이

2018.07.02


월요일.

아침에도 잊고 있었다. 오늘이 월요일인가.

이틀 째 목이 너무 아파서 시간을 건너뛰고 있다. 자야 할 시간에 눈을 뜨고 있다거나 활동해야 할 시간에 잠에 빠진다.


목이 아픈 게 뭐가 대수겠냐만은 더불어 몸 안에 압력이 높아져 살 속이 터질 것 같다. 그래서 팔도 다리도 너무 귀찮다. 아마 내 몸은 솜으로 이루어졌나 보다. 그래서 비만 오면 이렇게 척척하게 무거운가 보다.


무거운 몸뚱이로 내가 할 일은 누워서 눈알만 돌리는 일이다.

그래서 작은 스마트폰으로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어제는 "노트 온 스캔들"이라는 영국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는 꽤나 재밌고 흥미진진했는 데 다 보고 나서 나는 또 끙끙 앓았다. 그러니까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였는 데 늙은 여교사의 동성애와 젊은 여교사의 학생과의 관계 뭐 이런 것들로 얼룩져 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젊음 또는 어리고 순수함을 동경하고 있었다.

이해는 가지만 딱히 그런 타입은 아닌지라 마음이 또 복잡했는 데 나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왠지 돌봐야 할 상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애틋해지거나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책임감이 생기는 일들은 꽤나 귀찮으니까.


하지만

지독하게 질긴 외로움에 대해 알고 나면 삶은 비틀린다.

나도 50,60이 돼서 그제야 젊음을 내밀하게 꿈꾸고 다가가고 싶으면 어쩌지?


왜냐면 그게 좀, 뭐랄까. 아 그러니까. 늙은 여교사의 외로움이 너무 처절해서 또 한편으로 섬뜩해 보여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젊음을 보상으로 받은 것이 아니 듯 늙음도 벌이 아니건만.

시간은 영혼을 새롭게 만들어 줄지언정 겉 가죽은 부패시켰다.

점점 한심해지는 몰골을 보고 있으면 나 역시 종종 외롭다.


어느덧 내가 이렇게 되었나.

하는 생각.


(설마 젊은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니지 않겠지 ㅠ)


그래서 그런 생각은 되도록이면 안 하려고 하는 데, 이런 식으로 간접 경험하면 또 나는 괴롭다.

외롭다는 생각은 곰팡이처럼 퍼지기 마련이니까.


외로움은 인간의 삶의 조절 능력을 파괴시킨다.

누군가는 불륜을 꿈꾸고 누군가는 스토킹을 한다. 누군가는 우울증에 빠지고 누군가는 자신을 고립시킨다.


자신의 외로움에 조금 더 안테나가 서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조금 컨디션이 안 좋을 것 같으면 최대한 미리 약을 털어 넣거나 좋아하는 것들로 내 삶을 채우는 데 그게 엄청난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나름의 예방책은 된다.

그러니 뭐든 방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로움이든 감기든 뭐든.

아플 땐 더 외로워진다니까 조심하려고 한다.


으.

근데 이런 말 할 자격이나 있나. 내 방에 방치된 것들이 100가지도 넘는 데.



@클레멘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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