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레멘타인 Jul 01. 2018

쓸데 없이 즐거운 일

#클레멘타인 솔직 에세이

2018. 07.01


난 왜 쓸데없는 것들에 끌리는 걸까.

가령, 다른 사람이 무얼 했다거나 어떤 삶을 살았다거나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떤 경로를 거쳐왔는지 그런 일들 말이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건 너무 재미있다.


그렇게 남의 이야기에 한 참 빠져 물개 박수만 백번쯤 치다 집에 오면, 어딘가 내 방 한 구석이 한 뼘 자라 있다. 그래서 그곳은 찬 바람이 뱅글뱅글 돌고 오소소 한기가 느껴진다.


아닌 척 못 본척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방을 왔다 갔다 하며 잠잘 준비에 들어간다.

TV도 음악도 켜지 않고 화장을 지우고 보일러를 켜고 대충 씻어 낸다.


고양이 털 가득한 침대에 올라 유튜브에서 빗소리를 켜 놓고 하루를 되새김질해보며 눈을 감는다.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오늘 종일 왜 그랬는지 이유가 없어서, 이유를 찾지 못해서, 나는 또 외로워진다.

바보 같다,한심하다 생각하면서 이불 속에서 뒤척뒤척 해본다.


나는 왜 그런 것들에 매료되는 걸까.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일이 왜 이렇게 즐거운 걸까.

그리고 그냥, 양심 같은 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 따위 하나도 없어서, 불안이나 죄책감 같은 건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아서 즐거운 건 단순히 즐거운 일로 끝나면 안 되는 걸까?


왜 나는 쓸데없는 일에 빠졌다며 자책하고 또 괴로워하냔 말이다.


매번 편의점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아,세상 간편하다 생각하면서, 왠지 이건 내 몸에게 너무 미안한데 하고 고개를 푹 숙이게 되는 일들이 일상에서 반복되고 있다.


그냥 맛있었다.

꽤나 행복했지.

재밌었으니 땡!


이런 생각으로 끝맺고 싶은 데 그게 잘 안된다.

나만 그런걸까.


별 일 아닌 일에도 속 안에 있는 이상한 윤리적 도덕적 의무감 같은 실체없는 벽에 갇혀 괜히 스스로 죄인으로 만든다. 길티 플레져는 어쨌거나 플레져니까 그냥 플레져였으면 좋겠구만.


고양이가 이불을 열어 달라고 보챈다.

미지근한 다리 밑이 뭐가 그리 포근하다고 매번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저마다 자기 위안의 행위는 있나 보다.

그러고보니 이 세상 누군가의 밤 역시 그렇게 공허할 것만 같아 세상이 또 한 뼘 늘어난다.

오늘따라 밤하늘의 별도 쓸쓸해 보인다.


그러게.

비가 와서 그렇지 뭐.

특별한 의미가 있겠어?



@클레멘타인




매거진의 이전글 직립 보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