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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Jul 13. 2018

인생 짜장면

#클레멘타인 솔직 에세이

2018. 07.13


 아주 오래전부터 맛있는 짜장면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분명 세상 어딘가 '맛있는, 어릴 적 맛을 간직한, 중국집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복대처럼 차고 산다.


내 인생 짜장면을 소개하자면, 지금은 사라진 그린 소주방 1층에 있던 중국집이다.

일단 무엇보다 먼저 말하고 싶은 건 알바생이 잘 생겼었다는 점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내 일기장에 적힐 정도면 말 다했다. 찹쌀떡분을 바른 마냥 허여둥둥한 얼굴에 말 수가 적었다. 물론 대화를 해 본 적은 없다. 그가 말수가 없으리라 짐작하는 일은 꽤나 쉬웠는 데,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는 그를 발견하면 옆 자리에 앉아 오락을 하며 그를 살피는 것이다. 그러면 잠시 뒤 고등학생 언니들이 침을 뱉거나 재잘거리며 등장해 그에게 농을 걸었다.


그는 말없이 오락에 집중하거나 귀찮은 듯 제지했고, 그럴 때마다 그녀들은 하나도 웃기지 않는 상황에도 뭐가 웃기는지 자기들끼리 떠들며 깔깔 웃었다. 과묵해. 100점. 나는 평소에 하지도 않던 짓을 하며 그를 살폈는데 몰래 창문에 서서 길에서 놀고 있는 그를 훔쳐본다거나 괜히 슈퍼를 왔다 갔다 한다거나하는 이상행동을 했다. 그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은색 철가방을 한 손에 들고 배달을 갈 때 후광이 났다는 점이다. 그 많은 배달원 중에 단연코 그 사람만 보였는 데 그게 주변 인물들로 인해 상대적인 건지, 내 콩깍지의 문제인지는 지금도 모른다. 그의 얼굴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상한 건 그곳 짜장면이 맛있었다는 믿음이다. 그 맛도 짜장면을 먹었던 장면도 기억에 없다. 다만 그 집이 맛있었다는 확신만 있다. 그래서 지금도 인생 짜장면집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것이 사실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믿고 있으니 거짓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어떤 진실은 진실이 아니며 어떤 사실은 사실이 아니다.

한 번은 짜장면을 먹던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간짜장이 왜 이렇게 짜"

"간짜장이니까 짠 거 아니야?"

"아니야, 간짜장은 원래 짜긴 한 데 이 정도는 아니야."


나는 아직도 "원래"라는 의미를 모른다. 왜냐면 내게는 "원래"라고 부를 만한 기억 속 간짜장이 없기 때문에 짜기의 정도를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이에게 진실은 진실이 아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내게는 짜장면이 맛있다는 식당 리스트가 있으며 조만간 방문해볼 생각이다. 감각을 깨우는 인생 짜장면집을 새롭게 찾을지도 모른다. 바라건대 짜장면 위에 윤이 나는 완두콩과 작고 하얀 새알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래전 그 날처럼.



@클레멘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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