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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Jun 09. 2016

푸른바다

인소: 고독의 슬픈 베아트리체

바다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느리게, 때론 빠르게 수면위로 고개를 내미는 하얀 물결들, 영원히 섞일 수 없어 다시는 보지 않을 듯 걸려있는 바다와 하늘의 선명한 경계, 하늘의 손잡이처럼 무뚝뚝하게 서있는 빨갛고 딱딱한 등대, 구름들, 뿌연 매연처럼 사방에 꽉 차있는 구름들, 그 틈에 숨어버린 노란 태양, 퍼져나가는 비릿한 녹색의 물미역냄새,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작게 들려오는 생명의 고동 소리, 그리고... 거기 앉아 있는 너.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니었던 너는 아무렇지 않게 내 눈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 탁하고 눈이 막혀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연속의 세계에서 정지버튼을 눌러 준 건 둥그런 새우잠 같던 너의 웅크린 등. 그래, 네 구부정한 등, 늘 안아주고 싶었던 고독의 슬픈 베아트리체.


사람은 언제 자신이 사랑에 빠져있다고 느끼는 걸까. 그 시작의 명확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 텐데.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채하며 새로 산 수세미처럼 거슬한 고독을 부드럽게 부비며 닦아낸다. 그리하여 나의 외로움과 방황이 더는 티가 나지 않게 조심히 헹구어 낸다. 그래야만 나는 너의 앞에 설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너무도 부족한 사람이거든. 그래서 나는 알면서도 다 알면서도 노을처럼 번져가는 너의 주황진 외로움을 안아줄 수 없었다. 그저 바라보기에도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눈치 빠른 바다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조용히 내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다. 빛이 없어도 기어코 자라나는 녹색 식물들처럼 그 질긴 검은 침묵 속에서 다 지켜보고 있었다. 빤히 보는 그 눈길이 때론 발가벗겨 진 것 같아서 스스로 생각을 감추기도 했다. 바다에 손이 있다면 너와 나의 엇갈림을 중재 해 줄 텐데. 그러나 짙은 청록은 어느 편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마주 보고 있을 수밖에.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바다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어디 가니?”     


커튼 사이로 여전히 꺼먼 밤이 창문 틈으로 우리 집을 엿보고 있었다. 엄마는 나의 작은 소리에도 잠을 깨어 뭐하니? 왜? 어디 가니? 하고 볼에 붙은 짧고 까만 눈썹 같은 질문을 늘 흘리곤 했다. 나는 나갔다 올게. 라고 말하며 조심스럽지만 바쁘게 신발을 챙겨 신었다. 현관에는 분리수거함에서 혼자 삐져나온 플라스틱 통 같은 엄마의 하얀 구두가 여기저기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엄마의 걸음만큼 낡고 까진 흰 구두를 가지런히 모아 앞코가 밖을 향하게 정리했다. 엄마는 더 이상 묻지 않았고 그 잠깐의 침묵이 어색해 나는 현관을 조심히 열고 나갔다.     


텅-삐리릭.     


30kg의 현관문이 내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침묵의 꼬리를 잘라먹었다. 나는 더 이상 아무 생

각도 하지 않으려 애쓰며 아파트 계단을 밟았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서른 둘. 나는 언제나 변함없는 계단을 무의식적으로 세면서도 어느 날은 이 계단의 숫자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 인생은 내 현실은 그렇게 늘 기대도 상상도 현실이 되지 않는 현실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이제야 내가 살아있음이 실감이 났다. 나는 축축하고 습한 공기를 폐안 가득히 집어넣었다. 그리고 2초간 숨을 참은 뒤 탁탁 털어낸다. 그 행위는 내가 취하는 그 어느 행동들보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의미 있는 토테미즘이다. 나는 이 별거 아닌 일을 하지 않으면 내 하루의 책임을 그것의 부재에 돌린다. 그 날의 운세가 나빠진 건 그 탓이라고 한다. 그래야지 하루의 나쁜 운을 책임질 무엇인가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시한 행위는 언제부터인가 내 인생의 좁은 희망탈출구가 되었다.


무심코 시계를 보니 벌써 오전 6시가 다 되어간다. 나는 아침 7시 7분 첫차를 타고 강릉으로 갈 계획이다. 마음이 급했다. 내 생애 첫 여행을 어이없는 지각으로 딜레이 시키고 싶지 않다. 기차는 6시간동안 숨을 뱉으며 달려 오후 1시 4분에 도착한다. 그리고 바다를 봐야지. 그리고...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나는 지하철에서 쏟아지는 온갖 세상의 냄새를 들이키며 바다의 짠 내를 상상한다. 그리고 이어폰을 꽂으며 흘러나오는 웅산의 노래에 눈을 감았다.     


Yesterday I lost my lover never had it so good

now you've gone and left me I've been alone all night long

and this morning I find myself waiting for u...

I want you to tell me baby why you left me     


개미들의 줄지음처럼 사람들은 어딘가로 바삐 향했다. 나도 그 속에 끼여 때론 줄 지어 때론 흩어져서 앞만 보고 걸었다. 명확하게 목적지가 있는 인간은 늘 앞만 보고 걸으니까. 청량리 역에 들어서자 나는 그 높은 천장의 울림이 여행의 시작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역사에서 나는 그 웅성임이 좋았다. 역사의 느낌은 정적이면서도 언제나 활기차다. 여행이 늘 그럴 수는 없겠지만, 그곳 공기 중 반은 아마 설렘 혹은 기대감이 잘 반죽되어 있으리라. 그 찰진 반죽의 색깔은 잘 숙성되어 가득 부풀어 오르면 연 핑크색을 띄겠지. 지금 내 코에서 나오는 이 숨소리처럼.


열차에 올라타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열차는 들썩였다. 몇 젊은 청춘들은 열차바닥에 자리를 펴고 앉아 시시덕거리거나 휴대폰에 집중했다. 나는 창가에 짐을 풀고 앉아 텅 비어있는 내 옆자리를 보며 앞으로 남은 6시간이 무엇으로 채워질지 상상했다. 약간의 욕심이라면 조용한 식물이 내 옆자리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로에게 서운해지지 않게.     



6시간 동안 나의 첫 여행의 동반자는 세 번 바뀌었다. 청량리에서 함께 출발한 첫 동반자는 20살의 고양이눈망울을 가지고 있었다. 수줍게 자리를 확인하고 앉은 그녀는 행동도 고양이 같았다. 사뿐하게 자리에 앉은 그녀는 자신의 작은 배낭을 들고 무릎위에 놓았다가 다시 발밑에 내려놓았다. 흘끗 내 발을 보곤 혹시나 불편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자신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나는 짐짓 창밖을 보는 척 하며 그녀의 행동에 신경을 곤두 세웠다. 내 첫 여행의 상대자가 누구인지 빠르게 파악하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보이면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할 요량이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조심스러웠고 경계심이 많아 보였다. 몸에서 옅은 로즈마리향이 났지만 역하지 않았다. 나는 진한 향을 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을 속이는 것만 같아서.     


“어디까지 가세요?”     


그녀는 겁먹은 길고양이처럼 놀라며 갈색의 큰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약간 몸을 오른쪽 뒤로 빼면서 나와 거리를 둔 채 조용히 말했다. 원주에 있는 집으로 간다고. 강릉으로 여행가는 나를 부러워하던 그녀는 말없이 웃었다. 그때서야 작은 입술 언저리에 숨겨져 있던 노란 보조개가 옴폭, 하고 들어갔다. 누군가의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면 왜 그것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일까. 나는 그 작은 우물이 귀여워 계속 말을 걸고 싶어졌다.     


“대학생이신가 봐요? 무슨 과?”


“주얼리 학과요.”     


그녀는 자신의 손목에서 허우적거리며 그네를 타고 있는 팔찌를 내밀어 내게 보여줬다. 가느다란 철봉에 걸려 휘청거리는 깃발처럼 오색 빛의 구슬팔찌가 흔들흔들 거렸고, 그녀의 해맑은 열정을 닮아 반짝-하고 빛났다. 나의 가벼운 칭찬에 고양이 같은 눈망울로 그녀는 다시 한 번, 별거 아니에요. 하며 쏙하고 팔을 감추었다.


 자신만의 무엇. 그 무엇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나는 나만의 결과물이 있었던가. 내게 필요한 것은 그게 무엇이든 만들어진 공산품을 사들였고 소비했다. 쏟아지는 물건에 고민하기 싫어 나는 남들이 사는 걸 샀고 유행하는 것을 가졌다. 궁금한 건 인터넷으로 찾아냈고 작은 인터넷 세상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바쁜 일정 속에서 직접 눈을 마주치는 친구보다 SNS속의 친구와 손가락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모든 결정을 스스로가 아닌 남이 해놓은 결과물을 보며 행동했다. 먹는 것도, 정보도, 음악도, 공부도, 심지어 연애관도.


모두가 똑같은 삶. 빛바랜 인생. 나는 점점 무기력해졌다. 내 짧은 인생을 공산품처럼 마무리 할 수 없어. 그래서 나는 여행이 하고 싶었다. 무엇도 찾아볼 것 없이 그냥 몸으로 느끼는 나만의 여행. 이 여행이 나만의 결과물이 되길 바랐다. 내 인생축제의 마지막 날 뒤돌아보았을 때 완전하게 나를 느낄 수 있는 커다란 상징이 되길. 내 열정으로 인해 반짝거리는 빛깔 고운 기억이 되길.


몇 마디를 더 나누고 있을 때쯤 그녀의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라는 글자가 핸드폰 창에 뜨고 그녀의 작은 보조개는 더 깊이 빛을 발하며 작은 새의 지저귐 같은 들뜬 콧소리를 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레 이야기를 중단했다.


그녀는 그렇게 몇 번을 더 웃었고 몇 번을 더 수줍어했다. 원주 역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고 그녀는 다시 조심스레 짐을 챙겼다. 집으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사뿐사뿐 거렸고 아래로 축 처진 그녀의 오색 빛 구슬팔찌가 반짝이며 나에게 눈인사했다.


안녕. 빛나는 청춘.     



원주에서 탄 나의 두 번째 여행 동반자는 하얀 머리를 보글보글하게 볶은 70대의 노인이었다. 그건 순전히 나의 나이 가늠일 뿐 사실 정확한 사실은 아니다. 대신 진한 양귀비처럼 붉은 입술을 가진 노인은 자리에 가까이 오자마자, 아가씨 이 자리가 맞는지 좀 봐봐. 하며 표를 내게 내밀었다.


 그리곤 자신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푸념부터 늘어놨다. 그것이 자신이 관심 받을 수 있는 무기라도 되는 냥. 나는 네, 맞아요. 앉으세요. 라고 했고 노인은 짐 보따리를 자리에 턱-하고 힘들게 놓으며 하이고. 하고 한숨부터 쉬었다. 이내 저기, 노인네가 힘이 없어서 그러는데 이것 좀 올려주오. 하고 내 쪽으로 짐을 밀었다. 나는 네, 하고 노인의 그다지 무겁지 않은 짐을 들어 선반위에 올려놓았다. 또 다시 하이고, 젊은 아가씨가 고마워. 하며 노인은 자리에 앉아 자신의 앙상한 무릎을 주물럭거렸다.


지퍼가 달린 빨간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안쪽에는 커다란 꽃이 색색이 박혀 있는 얇은 티셔츠가 삼중으로 흘러넘치는 몸매를 타고 자리 잡고 있었다. 세월이 엿보이는 주름진 목에는 알이 꽤 굵은 진주목걸이가 여전히 꾸미고 싶은 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손위에는 역시 빨간 석류 알 같은 매니큐어가 알알이 박혀있었다.


그렇게 사람은 늙어도 여자는 늙지 않았다.     


“아가씨, 자리 좀 바꾸면 안 될까. 나 멀미가 있어.”


“네?”


“나 창가에 앉아야 돼. 창가 자리로 달라고 했더니 직원이 없다고 하더라고. 어디까지 가? 나는 사북에 가는데.”


“강릉이요.”


“그럼 사북까지만 나랑 자리 바꾸자. 영 머리가 아파서 그래. 노인네가 힘들어서 그래.”    

 

나는 대답대신 일어섰다. 그리고 할머니는 아이휴. 하고 일어나서 으차. 하고 앉았다. 아가씨, 고마워. 노인네가 이래 주책이야. 하며 할머니는 자신이 누리는 대우에 만족한 듯 내가 앉아 있던 의자에 즐겁게 앉아 몸을 기댔다. 그리곤 친근함이라도 느낀 건지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무슨 일해?”


“간호사일 했었는데, 지금은 쉬고 있어요.”


“어쩐지 아가씨 인상이 참 좋더라고. 간호사 아가씨들이 힘들지.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데, 하물며 남의 병치레 하는 게 어디 쉽겠어? 암. 힘들어.”   

  

할머니는 자리를 비켜준 내가 마음에 드셨는지 연신 칭찬을 하셨다.  

   

“그래, 젊을 때는 과감한 것도 특권이야. 무언가를 잃어 본 사람들이 얻으려는 노력도 하거든. 대신 한 번 얻으면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아서 조바심 내는 사람도 있어. 그러다 보면 얻는 기쁨보다는 잃는 슬픔에 치우지기도 해. 사람이란 게 그래.

아가씨는 그 무언가가 내 손안에 들어왔다 싶을 때는 지체하지 말고 즐기라구. 근데, 아가씨 휴지 같은 것 좀 있나? 코가 간지럽네. 킁킁.“     


나는 쏟아지는 화살 같은 직설적인 질문이 계속 되어 약간의 짜증이 났고, 그에 따라 대답을 해야만 하는 이 상황이 부담스러웠다. 처음 보는 나에게 마치 오랫동안 애정 했던 사람인 듯 무한한 관심의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이란 말인가.


 나이가 늘어난 다는 건 그 시간만큼 인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일인가보다. 아니면 그 반대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일인지도 모르지. 어쩌면 나의 첫 동반자도 날 그렇게 생각했을까. 바뀐 입장을 생각하니 괜스레 웃음이 났다. 나의 인내심에도 빨간 불이 켜질 때 쯤 나는 휴대폰을 붙잡고 밖으로 나갔다. 요즘 사람들은 죄다 휴대폰만 본 다고 혀를 차던 노인은 내가 한참 돌아오지 않자 그때서야 열려진 뚜껑을 닫듯이 고요히 잠이 들어있었다.


휴. 고단하게 잠들어 있는 노인의 얼굴을 보자 나는 엄마 생각이 났다. 그리고 엄마의 늙은 얼굴을 싹둑싹둑 오려 노인의 얼굴에 살짝 올려붙여 보았다.


엄마는 말이 많지 않은데 이십년 후면 우리 엄마도 이럴까.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엄마. 우리 엄마. 그다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엄마는 일찍부터 혼자였다. 그리고 평생 장사만 해온 엄마는 늘 잠든 모습이었다. 나는 혼자 잠에서 깨고 혼자 학교로 갔다. 혼자 돌아와 혼자 씻었고 혼자 잠에 들었다. 집은 늘 시계소리와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빈 공기로만 가득했다. 엄마는 아침이면 잠에 취한 목소리로 학교 가니? 라고 했고, 돈은 식탁위에 있어. 라고 했다. 그게 우리의 대화의 전부였다.


내가 사회에 나가 일을 할 때도 우리는 마주칠 시간이 없었다. 나는 더 바빠졌고 엄마는 여전히 장사를 했고 더 늙어 갔다. 가끔 일요일이면 밥을 함께 먹기도 했다. 함께 밥이라도 먹는 시간이면 우리는 도통 할 이야기가 없었다. 그래서 더 묵묵히 밥을 먹고 묵묵히 일어났다. 묵묵히 티비를 보고 묵묵히 각자의 방에 들어갔다. 내 인생과 엄마의 인생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장사하는 엄마의 딸에게 가족 여행 같은 건 없었다. 살가운 대화도 없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도 없었다.


아마, 엄마에게도 고단함이 있겠지. 복숭아 빛의 사랑이야기가 있겠지. 책 한권의 인생의 이야기가 있겠지. 이 노인처럼. 하지만 난 알지 못했다. 알 수도 없었다. 엄마는 이야기꾼이 아니었다. 나 역시 살가운 딸은 아니었다.    

  

말 보다 침묵이 주는 부담감이 훨씬 크다는 걸 엄마는 모르나보다.     

 

나는 자리에 앉아 가만히 잠든 노인의 얼굴을 바라봤다. 오래된 나뭇결같이 주름진 얼굴위에는 닦이지 않는 진득한 고단함이 묻어있었다. 여기저기 버석거리는 검버섯을 감추려는 듯 잠든 노인의 얼굴에는 분내가 났다. 49%의 미안함과 51%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오면서 나도 의자에 몸을 뉘이며 잠을 청했다. 혹시나 노인이 나의 돌아옴에 깰까봐 아주 조심하면서.      



“할머니, 다 왔어요.”     


노인은 내게 다시 한 번 짐을 내려달라 청했다. 연신 예쁘다고 고맙다며 진심인지 습관인지 모를 말을 던지고는 열차에서 내렸다. 느릿느릿 걸으며 애처로움이 매달린 짐을 다시 한 번 한껏 끌어올렸다. 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감정 없는 눈으로 쫓았다. 노인은 그렇게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왠지 친한 친구가 사라지는 묘한 감정이 일었다. 그 사이에 정들었나. 나는 갑자기 텅 비어버린 집안에 들어 온 아이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덜컹. 큰 짐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때였다. 너를 처음 본 것은.


너는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반쯤 가려진 얼굴 밑으로 까칠한 얼굴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리되지 않은 수염들은 잡초처럼 자라나있었고 너는 커다란 가방을 선반에 올리며 동시에 앉았다. 그리고는 어떤 시선처리도 없이 그대로 의자에 몸을 깊숙이 집어넣었다. 그때 풍기는 너의 냄새는 시큰한 바다냄새였다.


나는 그런 너에게 불편함을 주기 싫어 더 창문으로 붙어 앉아 흔들리는 초록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때부터 나는 빠르게 달려가는 작은 풍경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시선을 고정했다. 간간히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마다 창문에는 밖을 내다보는 내 얼굴이 어색하게 비쳤다. 그리고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이 없는 너도.


나는 한동안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기에 이렇게 말이 없는 동반자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때는.


이윽고 얼마 안가 창문 밖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나는 설레었다. 깊은 바다. 하지만 이렇게 기차에 앉아 눈으로 저 푸른빛의 칵테일을 다 마셔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들었다. 그래서 종종 눈을 감기도 하고 하릴없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미적지근한 냄새의 열차안은 타고 내리는 사람들로 들썩였다.


너는 그 어수선함 속에서도 고개를 들거나 돌리지 않았다. 자는 거 같지는 않은데. 너는 이 모든 세상을 등져버리고 혼자만의 공간에 갇혀 있는 사람처럼 고요했다. 너의 주변으로 푸르스름한 색깔 다른 공기가 둥실둥실 부유했다. 다부진 옅은 회색 티에는 무슨 일인지 색색 깔의 물감의 흔적이 있었다. 그림이라도 그리려나? 예술 하는 사람같이 생기지 않았는데. 억겹의 세월을 견디는 바위같이 꼼작 않고 있는 너를 몰래 곁눈질로 훔쳐보며 잠깐 동안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순간, 너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멈칫거리며 나는 눈을 돌렸다. 지금 돌아보면 아마, 그게 문제였던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가파른 절벽 아래로 한없이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을 처음으로 느꼈던 게.


너의 그 깊고 푸른 고독을 마주하게 된, 그 순간, 말이다.     



“우리 열차 이번 정차할 역은 열차의 종착역인 강릉, 강릉역입니다. 내리실 때에는 두고 내리는 물건이 없는 지 다시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코레일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아무렇지 않게 나는 일어났고 너는 짐을 꺼내려고 일어선 채로 선반에 손을 길게 뻗었다. 그 사이를 통과해서 나오는 동안 나는 다시 한 번 바다 냄새를 느꼈다. 이상했다. 하지만 이내 곧 잊어버렸다. 나는 진짜 바다를 보러 가는 길이었으니까. 나는 개찰구를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경포요. 라고 외침과 동시에 창문 밖으로 네가 걸어 나오는 걸 눈으로 쫓았다. 너도 택시를 타려는지 내가 서있던 쪽으로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었다. 시선은 여전히 땅에 꽂은 채. 그리고 경포를 향하는 택시에서 너는 이내 머릿속에서 잊혀져버렸다.


아니, 잊힌 줄 알았다. 그때는.



차를 너무 오래 탄 탓인지 경포해수욕장에 내리니 끊어진 고무줄처럼 탁- 하고 다리 힘이 풀렸다. 경포해수욕장 입구에는 거울처럼 맑아 하늘을 비추는 커다란 경포호수가 햇빛에 반짝거렸다. 호수 주변으로 현지인인 듯 운동하는 사람들, 추억의 순간을 포착하려 커다란 사진을 찍는 사람들, 두 손을 꼭 잡은 커플, 호숫가의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거나 덜컹 덜컹 마차를 타는 사람들이 그림처럼 수놓았다. 이렇게 여유로운 거구나. 이곳의 생활은.


오늘 아침 줄지어서 개미소굴 같은 지하철을 빠져나오던 순간이, 펌프질 되는 수돗물처럼 머릿속에 쏟아져 내렸다. 그 사실은 왠지 멀고 먼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아 내가 다른 곳에 와 숨 쉬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좋다.


머릿속에는 그 짧고 명료한 단어만이 자꾸만 입에 붙어 맴도는 노랫말처럼 나를 휘젓고 다녔다. 길을 건너 경포해수욕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왠지 모르게 다부졌고 단단해졌다. 나는 가까워지는 바다를 느낄수록 어깨에 오돌오돌 소름이 돋았다. 짜릿한 무언가가 솜솜이 나있는 나의 미세한 털들을 봉긋봉긋 솟구치게 만들었다.


푹-


발이 따스한 모래에 파묻혔다. 한걸음, 그리고 또 한걸음, 잘게 부서진 모래는 엄마를 떠나보내기 싫어하는 세 살배기처럼 내 발에 매달려 휘감았다. 나는 무겁지만, 그 느낌이 좋아 모래를 자근자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푸른 녹빛의 바다를 향해 다가갈수록 내 토막진 작은 발은 모래 깊이 빠져들었고, 나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푸른 바다는 연신 누런 모래의 얼굴을 씻어 내렸다.  


하아-


바다냄새 그리고 저 끝없는 평행선. 잊지 않을 거야. 이 순간.


나는 멀리 조그맣게 보이는 배의 아스라이 사라질 듯 하는 작은 형체에 시선을 못 박았다. 바다는 드넓었다. 그리고 간지러웠다. 향기로웠다. 형체도 소리도 냄새도.


두 눈 속에 바다를 가득 퍼 담아 두고 싶었다. 어린아이의 보드라운 머릿결 같은 풍성한 넘실거림을 천천히 쓰다듬고 싶었다. 그러나 넘치는 푸른 물결의 흘러내림이 두려워 나는 두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뇌리에 남길 바라며. 천천히 울어야지. 아주 천천히.     




참을 수 없는 갈증이 일었다. 꿀꺽, 꿀꺽 바다를 다 마셔버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면 나는 완전한 바다가 되겠지.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 그 커다란 푸른 빛깔을 다 마셔버리기에 내가 가진 유리잔은 너무 작았다. 그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저 진한 카페인생각이 간절했다. 자신의 핫도그를 목청껏 소리 높여 홍보하는 포장마차주인에게 물어보니 경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커피거리가 있다고 했다. 그 길로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쌉싸래한 커피향이 유혹하는 안목으로 향했다.


 커피거리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녹색물결의 바다였다. 그것은 끝없이 숨 막히게 펼쳐지는 소나무 숲이었다. 좁은 길을 통과하는 내내 나를 굽어보는 빼곡한 소나무들이 마치 이곳을 통과하는 모든 이를 위한 호위무사 같았다. 그것들은 태양을 삼켜버릴 만큼 겹겹이 군림을 이루고 자신들의 영역을 완강히 나타냈다. 낯선 이의 방문을 쉽게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근엄한 녹색의 위엄은 환상적이었고, 나는 가는 내내 그들의 언어로 가득 찬 숲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었다. 그들의 조용한 울림을 느끼고 싶어 조용히 창문을 내리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위로의 손길을 곧게 펼치고 있는 것 같아 왠지 모를 위안이 느껴졌다. 택시는 미끄러지듯 좁은 로터리를 돌아 안목으로 들어섰다. 작고 네모난 자판기들이 줄 지어 서있었고, 저마다의 상호를 뽐내는 커피가게가 이어져 있었다.


택시에서 내린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잠시 고민하다 일단 한 바퀴 걸어본 다음에 결정하자 라는 생각으로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고민의 시간은 길어졌고, 그 심사숙고한 결정 역시 선택받지 못 한 기회들이 아쉬워 100%의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인생은 늘 그렇게 욕심쟁이였다.


그렇게 몇 걸음 걷다 순간,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너였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너는 아까보다는 한결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나는 짐짓 모른 체 하면 천천히 너의 앞을 지나쳤다. 그 짧은 순간은, 평생 끝나지 않는 미로를 걷는 것처럼 길고 긴 시간이었다.


그때부터 네가 있는 곳을 쳐다보지도 돌아보지도 못하고 나는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걸었다. 네가 날 알아보지는 않을까. 너도 날 봤을까. 혹시 눈으로 날 쫓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너무 궁금했다.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똑바로 너를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으로는 날 바라봐줬으면 했다. 더 이기적으로는 너도 날 발견하고 멈춘 시간 안에서 호흡하고 있었으면 했다. 그렇게 같은 마음으로 같은 시간 안에서 만났으면 했다.


정신없이 걷다보니 어느 새 가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낚시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그때서야 멈춘 숨을 내뱉으며 엉망이 된 생각을 더듬었다. 내가 왜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건지 생각했다. 너와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인데 말이다. 나는 널 알지도 못하고 너 역시 날 바라 본 적도 없다. 그저 나만의 상상 속에서만 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런 내 감정에 너는 티끌 같은 관심조차 없을 지도 모르지. 아니야, 어쩌면 너도 내 옆자리에 앉은 순간부터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짐짓 아닌 체 하려고 한건지도 몰라.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 위해 더 아닌 척 할 때가 있잖아.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며 모른 척 하는 게 더 쿨 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아니면 내 떨리는 눈길을 너는 처음부터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체 즐기고 있는 건 아닐까.


어찌됐건 나는 왔던 길을 돌아 가야했다. 어린아이가 놀다간 놀이터처럼 어질러진 내 머리는 더욱 카페인을 간절하게 원했다. 나는 멀리서 네가 앉아 있는 야외테이블을 눈으로 쫓은 후, 이 길이 아주 처음인 것처럼 발칙한 표정연기를 하며 네가 있는 커피가게로 들어갔다.      


“아이스 까페라떼 우유 많이 넣어주세요.”


“드시고 가시나요?”


“네.”     


나는 진동 벨을 받아들고 너의 등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너는 무언가에 골똘히 집중하고 있었다. 깊게 눌러 쓴 모자 아래로 보이는 갈색의 머리칼은 너의 성격이라도 대변해 주려는 듯 이리저리 뻗쳐있었다. 그다지 단정한 사람은 아닌가보다. 지이잉- 질척대는 생각의 늪에서 울려 퍼지는 진동 벨을 들고 주문한 음료를 받으러 갔다. 그때, 너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그리고 내가 있는 입구 쪽으로 빠르게 걸어 나왔다.


가는 걸까. 심장이 요동친다. 나는 또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시선을 피하며 그저 느낌으로 널 살폈다. 작은 세포 하나하나가  네가 나를 알아보는 건 아닐까 하는 열망으로 분열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넌 무심한 바람처럼 가게를 빠져 나갔고 익숙하게 너의 그림자를 쫓고 있는 불쌍한 나를 발견했다. 허무해. 너의 남은 온기라도 느끼고 싶어서 인지 무슨 이유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앉아 있던 자리로 옮겨 앉았다.


너는 이 곳에서 무얼 보고 있었던 걸까. 테이블 밑으로 무언가 반짝인다. 핸드폰. 허리를 숙여 집어 든다. 오래 쓴 듯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숨어있는 투박한 핸드폰. 네가 흘리고 간 걸까 하는 생각이 내 입 꼬리를 올라가게 했다.


야릇한 즐거움의 감정이 먼저 떠올랐다. 얼마 가지 않아 네가 휴대폰이 없어진 사실을 알아챌 테고 그때 이 자리로 다시 돌아오겠지. 손가락이 살짝 떨리기 시작하고 박자 놓친 심장이 제멋대로 춤을 쳤다. 고르지 못한 숨이 투르락 투르락 오르내리며 더위를 느꼈다. 어지러워.


왠지 이어지는 작은 사건들이 인연인 것만 같아 이 이상한 우연에 더 집착이 갔다. 나는 어쩌면 널 만나기 위해 강릉행 열차에 몸을 실은 거 아닐까. 뭐라고 첫마디 해야 할지 나는 생각했다.


어? 아까 혹시 기차타고 오지 않으셨나요? 제 옆자리 앉으신 분 같은데. 라고 하면 그도 따라 웃으며 반가워할까. 휴대폰을 찾아 주었으니 밥이라도 사준다고 먼저 말 걸어오지 않을까. 혹시 내가 훔친 거라고 오해하면 어떻게 하지.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이 잡념의 구렁텅이에 날 밀어 넣었다.


뭐야. 나 뭐하고 있는 거야. 좋아하기라도 하는 거야? 말도 안 해본 남자를? 너를 좋아하는 지, 따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지, 뭐 하는 사람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장 같은 사람을? 어떻게?


나는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사이의 인연은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좋아할 리가 없다고. 하지만 내 눈은 끝없이 네가 남긴 흔적들을 쫓았고, 내 머릿속은 내 인생 첫 여행의 묘미 따위엔 관심도 없었다. 오히려 내 첫 여행이 이런 운명을 받아들일 여정이었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이상한 토테미즘이 여기서 또 발병나기 시작한다.


빙글빙글 현기증이 나며 머릿속은 오롯이 너라는 생각 하나로 떨어진 낙엽처럼 켜켜이 쌓여가고 있었다.    

  



보였다. 멀리서 네가 빠르게 돌아오는 모습이. 너의 시선은 커피가게에 앉아 있던 자리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곳에 앉아 있는 건 나였다. 나는 짐짓 모르는 척 바다를 바라봤다. 너무 긴장이 돼서 까마득한 절벽위에 까치발을 하고 서 있는 기분이었다.      


“저기요.”     


낮고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목소리가 날 부른다.     


“네?”    

 

나는 흠칫 놀란 연기를 하며 네 얼굴을 바라봤다.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커다란 눈매를 미끄럼틀 탔다. 그 깊고 따스한 눈과 마주 순간의 아찔함이란. 내 눈동자는 가늘게 흔들렸고, 네 눈동자 속에서 춤추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혹시 휴대폰 하나 못 보셨나요? 좀 전에 여기서 나갔는데.”     


나는 내 옆에 두었던 휴대폰을 내밀며,      


“이거요? 바닥에 떨어져 있던데요. 그쪽 건가요?”

    

라고 했다. 그는 하얗고 고른 치아를 내보이며, 네,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하고 핸드폰을 집고 돌아섰다. 나는 너무도 다급해 나도 모르게,   

  

“저기, 잠시 만요. 그 쪽 휴대폰인지 어떻게 알아요?”     


내 다급한 목소리에 너는 멈춰서며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어떻게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핸드폰 번호 불러보세요. 제가 전화해보게.”   

  

라고 저돌적으로 말했다. 짧은 순간, 고요한 식당 안에 접시가 깨진 듯 날카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너는 잠시 고민하더니, 그럴 수도 있다는 듯이, 네 번호를 불렀다.


나는 손가락이 떨려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걸 숨기려고 아주 천천히 너의 번호를 눌렀고 전화를 걸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너의 핸드폰이 울렸고 너는 울리는 휴대폰을 들고 내 얼굴 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그리곤 이내 다시 고맙습니다. 라는 짧은 말을 툭 내뱉고 뒤돌아섰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너와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왠지 질척거리는 여자같이 보일까 겁이나 붙잡을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용기 있는 사람이었던가? 그 짧은 순간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나는 네 뒷모습이 작은 점이 되고, 그 점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이내 흩어진 먼지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때 나는 긴장이 풀린 탓인지, 풋, 하고 헛웃음이 났다.


내 핸드폰에 찍힌 숫자들은 점점 몸집이 커지면서 내 눈앞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나는 혹시나 잊을 새라 살아 숨 쉬는 번호들을 붙잡아 새 주소록에 추가했다.


바다.


너는 그렇게 내게 바다가 되었다.     




그 이후부터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머릿속은 잘려나간 나무의 썩은 밑동처럼 그렇게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파란 바다위의 하얀 파도만 끊임없이 눈앞에 생생히 재생되었다.


전화를 해 볼까. 문자를 보내 볼까. 카톡을 보내 볼까, 불안증세를 보이던 나는 몇 번을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했고, 용기는 그렇게 활화산처럼 부르르 끓어올랐다가 다시 냉정하게 사그라들었다. 채팅 목록에 네 이름이 뜨고 너의 사진이 보였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너의 모습은 그야 말로 금단의 열매처럼 매혹적이었다.


 취미인지 생업인지 온갖 호기심에 달뜬 나의 관음증은 자꾸만 너를 보고 싶어 했다. 그리고 너와 나누었던 짧은 대화의 순간을 떠올리며 혼자 얼굴이 빨개지곤 했다. 다시 한 번 그 짜릿한 전율의 순간을 맛보고 싶었다. 이야기 하고 싶고, 알고 싶었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그런 건가보다. 자꾸만 궁금해졌다. 다 알고 싶었다. 다 알고 나면 내가 상상하던 그런 사람이 아니겠지만, 그냥 지금은 너와 대화했던 그 떨림의 날개 짓으로 끝없이 비행하고 싶다. 너의 커다란 손을 맞잡고 미끄러지듯 4분의 3박자에 맞춰 왈츠 춤을 추고 싶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덧 바다 위 하늘에는 데킬라 선라이즈 칵테일이 쏟아져 있었다. 나는 슬슬 허기가 지는 것 같기도 해서 짐을 챙겨 가게를 빠져나왔다. 안목에는 딱히 식당이 눈에 띄지 않았다.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시내도 구경할 겸 다시 버스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바다나 보고 나갈까.     



멀리 등대가 보이는 곳을 지도판 삼아 나는 무작정 방파제로 향했다. 저 멀리 빨간 등대가 보이고 그 곳을 따라 바다 깊숙이까지 길게 길이 이어져 있었다. 가는 도중 출입금지라는 철조망이 보였지만 그곳은 열려 있었다. 나는 약간의 고민을 하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이럴 때는 여러 명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용기가 날 텐데, 오로지 혼자 일 때는 경고의 문구에 더 규범적이 되는 것 같다.     


삐걱-     


한 참을 바다와 낚시꾼들을 보며 걷다보니, 저 멀리 네가 등을 구부린 채 무언 갈 하고 있다. 그 모양새가 꼭 연못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는 수선화 같았다. 그 가녀림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들고 흔들리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나도 그 시선을 쫓아 펼쳐진 망망대해에 눈을 두었다. 바다의 끝을 찾아보기라도 하려는 듯이.


점점 너와의 거리가 좁혀 질수록 내 심장은 방망이질 쳤고, 걸음걸이에 힘이 들어가 아주 어색했다. 꼭 신경 써서 걸으면 나는 넘어지곤 했는데, (특히나 좋아하는 남자 앞을 도도한 척 지나갈 때) 그런 나만의 징크스가 여기서 일어나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너는 무언가에 집중 하느라 내가 곁에 오는 소리조차 느끼지 못 했고 나는 혹시라도 네가 돌아보면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에 대해 속으로 연기연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너의 굽은 등 뒤에까지 온 뒤에도 너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어깨 너머로 훔쳐보니 너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냥 지나가 버릴까 하다가 왠지 지금을 놓쳐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발걸음을 니 쪽으로 향했다. 아니 사실은 이미 마음이 그쪽으로 먼저 걸어가고 있었다. 내 하찮은 두 발로 뜨거운 마음을 잡아 둘 수는 없으니.     


“그림 그리시나 봐요.”     


너는 무심한 눈길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곤 다시 얼굴을 푹 숙이고는 네. 하고 그림을 그렸다. 나는 무안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서 계속 떠들 수밖에 없었다. 사랑의 약자는 그렇게 계속 관심 범위 안에 들고 싶어 노력하고 있었다.      


“뭐 그리시는 거예요?”     


너는 머뭇머뭇 하다가 별로예요. 하고 시큰둥하게 내게 그림을 내 밀었다. 사진을 찍은 듯 너른 바다풍경의 모양새가 너의 빛깔로 그려져 있었다.

너는 노트를 가방에 집어넣고 일어나 엉덩이를 탁탁 털었다. 아슬아슬 놓쳐버릴 것 같은 막차처럼 뛰어들 듯이 질문을 던졌다.     


“여기 맛집 어디 있어요?”


“여긴 없어요. 좀 나가야 되요. 순두부 드실 거면 초당에 가자고 하세요. 아니면 편하게 시내로 나가시던가. 그럼.”     


너는 그냥 돌아섰다. 안 돼.     


“저기요!”     


이번에도 대답 없이 너는 뒤만 돌아봤다.     


“저녁 먹었어요? 같이 먹어요. 혼자 먹기 민망해서 그래요.”     


너는 외국말을 들은 것 같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대답하지 못 하고. 나는 한 발짝 더 다가가면서,     


“제가 살게요. 어때요? 저 오늘 강릉 처음 와서 그래요. 부탁해요. 약속 있으신가요?”


“아니, 약속이 있는 건 아닌데.”


“그럼 같이 먹어요. 제가 핸드폰도 찾아 드렸잖아요. 네?”     


난처한 표정을 짓던 너는 더 이상 물러설 대가 없다는 듯, 그래요 그럼. 가요. 하고 먼저 돌아섰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것 같은 그 순간의 즐거운 감정은 어디 비할 대가 없었다. 뛸 듯이 기뻤지만 짐짓 아닌 채 하면서 네 옆을 종종 걸음으로 따라 나섰다.      


“근데 여기 출입통제라고 쓰여 있던데, 막 들어와도 되는 거예요?”


“여기가 너울성 파도가 유명해요. 그래서 위험지역이긴 한데 날씨가 좋은 날 낮에는 개방되어 있어요. 안목 바다는 샘이 많은 여자라서 사랑하는 사람만 보면 죽음으로 그 둘을 갈라놓으려고 하죠. 대신 시샘 많은 여신마저 인정해 주는 커플은 영원히 사랑한대요.”     


“그럼 우린 통과 한 거네요?”     


너는 대답대신 피식. 하고 웃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택시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금세 도착한 초당의 순두부 골목은 커피거리와 마찬가지로 순두부가게들이 저마다 원조를 내 걸고 줄지어 서있었다. 너는 익숙한 듯 마당이 있는 작은 가게를 골라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이모.”


“옴마야라. 우찌 이리 오랜만이나. 니는 얼굴 까먹겠다야.”


“그렇게 됐어요. 저희 순두부 백반 두 개 주세요.”   

  

나는 생각보다 살가운 그의 말투와 표정에 또 다른 사람을 보는 기분이었다. 뭐야. 이렇게 따뜻한 말도 잘하는 사람이면서 나한테는 왜 나무토막 같이 굴었던 거야. 어찌됐든 나는 낯부끄러운 용기를 내길 잘했다고 혼자서 백번을 스스로 칭찬했다.


이윽고, 정갈한 밑반찬에 뽀얀 순두부가 내어졌다. 우윳빛 깔의 자태를 뽐내는 순두부를 보자 나는 심한 허기가 밀려와 허겁지겁 먹었다. 입속에 퍼지는 특유의 고소함과 바다의 짠 내가 적절이 어우러져 혓바닥 안에서 휘감겼다.     


“덕분에 맛있는 거 먹어서 고마워요. 근데, 좀 늦긴 했지만 저...이름이 뭐예요?”


“지훈 이요. 권지훈.”


“나는 이승아. 우리 되게 신기하지 않아요? 나는 이런 적이 처음이라 자꾸 마주치는 게 영화에서 나오는 일 같기도 하고.”     


너는 그런가. 하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밥을 먹었다. 이왕 이런 거 친구하자는 나의 당찬 말에 너는 대답대신 나를 빤히 쳐다봤다. 아주 잠깐 동안 날 바라보는 그 멍한 표정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너는 그렇게 말보다는 표정으로 속내를 들키는 사람이었다.     


“뭘 놀래. 놀래긴. 싫어? 싫음 말고.”     


그때, 너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피식. 대답대신 너는 웃으면서 밥을 다시 먹었다. 혹시나 거절할까봐 속으로 전전긍긍하던 나는, 그 모습이 좋아 연신 비싸게 구네, 치사하네, 등등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던지며 토라진 척 했다. 그렇게 따스하게 차려진 밥은 달디 달았고, 모래 속에 파묻힌 조개처럼 숨겨져 있던 네 웃음도 나 혼자만 발견 한 거 같아 기뻤다.      


“오이 싫어해?”


“응, 맛없어.”     


너의 밥상위에 절여진 오이 조각이 몇 개 흐물흐물 나뒹굴고 있었다.     


“우리 엄마가 음식 투정하는 남자는 사랑을 못 받아서 관심을 끌려는 어린애 본성이 있는 남자래.”


“그냥 식감이 싫어.”


“하긴. 내 친구 중에도 못 먹는 애 꽤 있었어. 어릴 때 처음 맛 본 그 맛이 문제야. 사람은 대부분 음식을 접할 때 처음이 중요하잖아. 그게 정말 최악이라면 머릿속에 그 맛이 인이 박혀 버려서 다시는 쳐다보기 싫은 거지.


나도 몇 번 시도는 해봤어. 안되더라고. 그러고 보면 음식이나 사랑이나 매 한가지야. 뭐. 어린애가 뭘 알겠어?”      


너는 풋 내나는 과실처럼 떫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무관심한척 했지만 다 알고 있었다. 너도 내게 점점 마음이 영글어 가고 있다는 걸.     



밥은 얻어먹었으니 2차는 내가 살게. 라며 나는 니 등 뒤에서 종종거리는 참새처럼 계속 졸라댔다. 이모는 그런 내가 귀여운지, 뭔지 몰라도 여자 속 태우는 거 아니라며 너에게 좀 해주라고 했다, 너는 그때서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택시 잡어. 라고 짧게 내뱉고 문을 나섰다. 나는 막혔던 숨통이 겨우 트이는 것 같았고, 또 다시 올 헤어짐이 싫어 벌써부터 조바심이 났다.


사실은 말이야, 나는... 네 이야기가 궁금해. 너를 알고 싶어.


시내에 도착한 우리는 지하에 있는 작은 바에 들어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매캐한 담배연기와 축축하고 습한 냄새가 가득했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냐는 바텐더의 말에 너는 그러게요. 하며 익숙한 듯 좁은 구석자리로 날 이끌었다.     


“여기 자주 와?”


“예전에는.”     


칵테일을 잘 모르는 날 위해 핑크레이디를 시켜주고 넌 잭콕을 마셨다. 시간이 천천히 녹아내리고 우리 사이에 빈 잔들이 어지러이 쌓여 갈 때쯤 나는 숨겨왔던 서랍 속비밀을 조심히 꺼내보였다.     


“너...만나는 사람 있어?”


“없어. 몇 년 됐어.”     


얼마나 궁금했던 대답인가. 나는 지금 네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 반가웠다. 널 만나려고 그 먼 시간 여행해서 이곳으로 온 걸까. 술기운 때문인지, 널 향한 내 마음 때문인지 심장이 쿵쾅쿵쾅 두 방망이질 쳤다.     


“그럼, 그럼 말이야. 만약에 말이야. 그러니까, 생전 처음 본 여자가 막 너 좋다고 하면, 남자들은 싫을까? 너는 어때?”


“글쎄. 여자 나름이지.”


“나 같은 여자라면?”     


너는 대답대신 조용히 칵테일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나는 너의 꼬리 긴 침묵이 너무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왜 대답안해? 싫은 건가. 열쇠를 잃은 자물쇠처럼 좀처럼 대답 않는 네가 야속했다. 너의 표정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얼굴 위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에는 슬픈 노랫말이 걸려있었다.


 아닌데. 내가 원하는 대답은 그게 아닌데. 왈칵. 눈치도 없는 눈물이 쏟아졌다. 뭐가 서러웠던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네가 나에게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그냥 나 혼자 착각 한 거잖아. 뭐가 그리 슬프다고. 누구 잘못도 아니잖아.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이러는 건 정말 아닌 거 알아. 나도 아는데, 나도 모르겠어.      


“많이 마셨네. 그만 먹어.”     


술 취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들썩이는 내 슬픈 어깨를 나 혼자 주체하지 못 해 나는 울며 고백해버렸다. 사실, 나 너 좋아해. 좋아한단 말이야. 나도 이런 내가 이상한데, 마음이 자꾸 가는 걸 어떡해.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는걸 어떡해. 주체할 수 없이 끝없이 눈물이 흘렀다.


순간, 뜨거운 큰 손이 내 젖은 두 볼을 감싸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지마. 나는 두 눈을 씀벅이며 네 얼굴을 쳐다보았고 너의 흔들리는 눈 속에 숨어있는 나를 보았다. 너도 나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눈은 그렇대.


나는 너라는 바다 속에 빠진 헤엄치는 법을 잊은 작은 고래였다. 숨이 끝까지 차올라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잠수부였다. 뜨거운 숨결을 잦게 뱉는 입술이 열리고, 달콤한 푸딩 같은 혀가 내 입안에서 가득히 녹아내렸다.


너는 조심조심 밀려오는 파도소리처럼 내 귓가에 키스해주었다. 미안해. 심장을 찌르는 속삭임. 자꾸만 밀어내는 파도에 빈 껍데기만 남은 조개껍질처럼 너는 그 곳에 나 혼자 남겨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는 다가오지 말라는 듯이.     




창밖으로 흰 눈이 쏟아진다. 멍하게 밖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커피포트에 스위치를 켰다. 쉬이익. 뽀얀 연기가 창문에 달라붙는다. 뜨거운 카페인에 머리가 맑아질 때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며칠 전 문자를 확인한다.     


발신: 바다     

훈이엄마예요.이런문자보내서

미안해요.오늘새벽훈이가

따스한하늘의품으로떠났어요.

병실에서매일같은그림만

그리길래.실례되는줄알면서

돌려주고 싶었어요.

훈이의마음을.

부담스럽지않다면,

주소좀알려줘요.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좋은추억안겨줘서.

마지막까지행복해했어요.     



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며칠을 그렇게 울었는데 아직도 눈물이 남아있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아마 커다란 가슴속의 감정이 눈으로 작게 방울져 나오기 때문일까. 알알이 부서지는 내 마음이 쏟아지는 눈 속에 파묻혔다.       


딩동-.택배입니다.     


나는 택배를 받아 든 자리에 서서 정갈하게 포장 된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손이 너무 떨려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툭.     


느리게, 때론 빠르게 수면위로 고개를 내미는 하얀 물결들, 영원히 섞일 수 없어 다시는 보지 않을 듯 걸려있는 바다와 하늘의 선명한 경계, 하늘의 손잡이처럼 무뚝뚝하게 서있는 빨갛고 딱딱한 등대, 구름들, 뿌연 매연처럼 사방에 꽉 차있는 구름들, 그 틈에 숨어버린 노란 태양, 퍼져나가는 비릿한 녹색의 물미역냄새,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작게 들려오는 생명의 고동 소리, 그리고... 그 곳에 앉아 있는 여자.


바로 해맑게 웃고 있는 나였다.


 허물어지듯 앉아 그림을 붙잡고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엉망으로 울었다. 네가 있는 그 곳까지 내 목소리가 들리도록.     

그림 위에는 짧게 쓰인 글귀가 그날의 네 마지막 대답이었다.     


바다 그리고 사랑하는 너, 보고 싶다. -JH


몇 년전에 써둔 이야기인데 중간에 살짝 빠진 내용도 있꾸 ... 하아...좀 그르킨 하네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1초도 안 걸리나봐요.본인만 모를 뿐~ 요즘 왜 자꾸 러블리를 올리냐 그러시면 저 며칠전에 또오해영 처음 봐가꾸 ㅋㅋㅋㅋ 자극에 반응하는 타입이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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