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덩어리에서 낭만을 느끼다

by CleverFenber

먼저 나에 대해 소개해볼까 한다. 여행과 모험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영어 교사이신 어머니 사이에서 나 어릴 적부터 많은 경험을 하며 자라왔다.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경험'의 가치는 아버지께서 일깨워 주신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당연히 내 마음속에는 항상 여행이 주는 경험과 새로운 문화와 지식을 습득하는 즐거움이 자리했다. 경험의 힘이 가슴을 뛰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였다. 나는 어떤 분야에 한 번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항상 새로운 취미를 가지고 관심이 생기면 연구했다. 나는 그렇게 쌓아온 내 취미와 잡지식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철도, 패션, 프로그래밍, 그림, 영화, 언어 그리고 그 외 다양한 분야들. 취미라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기회나 다름없다. 살아가면서 항상 좋아하는 것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기회는 정말 소중한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의 철도에 대해

의외로 일본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철도 강국이다. 우리보다 빠른 개항 때문이 아니다. 일본의 지리는 철도가 발달하기 좋은 환경이며, 이것은 개항 직후 서양의 영향을 받아 철도가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다. 세계 최초의 고속 철도인 신칸센은 1964년에 개업했고, 세계에서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역 50개 중 46개가 일본의 역일 만큼 일본의 철도가 갖는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특이한 점은 일본엔 200개에 가까운 민영 사유 철도 회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보통 현대 국가에서 철도업은 국가 또는 공공 기관에 귀속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지금도 민간 사업자에 의한 노선망이 성립하는 철도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 민간 철도 회사들은 비슷한 구간을 달리는 회사끼리 경쟁하기도 하지만 더 편리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상호 협력하기도 한다. 또한 회사의 기원은 철도업이지만 유통과 부동산으로도 큰 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 일본 내에서는 철도 회사를 하나의 브랜드로써 대중에게 어필한다. 도쿄의 랜드마크인 스카이트리는 도부철도의 소유인 것 처럼 말이다.


고철덩어리에서 낭만을 느끼다

친구에게 철도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열차가 길게 늘어진 모습과 정해진 규칙에 따라 플랫폼에 들어오는 게 재미있지 않냐며 말이다. 별 감흥이 없던 친구는 의아하다는 말투로 고철덩어리가 뭐가 좋아서 그러냐며 되물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일상에서의 철도는 단순한 이동을 위한 고철덩어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고철덩어리라는 말이 따뜻하게 들렸다. 차가운 고철로 싸여 있지만 그 속은 그곳을 거쳐간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이처럼 철도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좋아하는 사람도 명쾌히 설명하기 어렵다. 일명 '철도 매니아'가 되는 계기도 사람마다 너무 다양할뿐더러 자신이 정확히 철도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게 태반이다. 나는 철도를 좋아하기 시작할 때, 어릴 적 무궁화호의 불편하면서 편안한 시트에 앉아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소시지를 먹던 기억을 자주 했다. 그리고 그 느낌을 느끼기 위해 열차를 탔지만 바쁜 수도권에서 그런 여유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낭만이 전부 사라지고 오면 타고 멈추면 내리는 이동의 매개체가 되어버린 철도는 재미가 없어졌다. 내가 일본 철도에 발을 들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매니아의 나라'인 일본의 철도 문화는 경이로울 정도로 복잡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국 구석구석 아직도 많은 로컬선들이 굴러다니는 일본은 고철덩어리의 낭만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2023년 일본 철도 전국 일주를 마친 후, 내 마음속 여행에 대한 열정이 더 불타올랐다. 그 이후로 정말 많은 도시에 방문했다. 그리고 철도는 항상 내 여행의 중심이었다. 1년만에 복귀한 브런치에서, 이곳저곳에서 내가 느끼고 경험한, 그리고 바라본 이야기들을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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