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양식으로 가득 찬 상자를 베란다에 그냥 놔둔 것이 화근이었다. 한국의 추위를 믿었건만, 아무리 그래도 냉동 식품을 상온에 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상자를 열자 썩은 내가 훅 끼쳤다. 생선살과 튀김 옷에 곰팡이가 피었다. 친구가 나 먹으라고 준 건데… 미안한 일이었다. 상자를 안고 나가 내가 소화하지 못한 음식들을 버리며 개운함과 죄책감이 동시에 들었다. 따뜻하기도 했다. 게으르고 멍청한 나머지, 잘 다루지 못할 만큼의 넉넉함이라.
부패 역시 살고 죽는 과정의 일이다. 사람들은 음식을 보관할 때 필연적인 부패를 피하려 얼리거나, 절이거나, 말려왔다. 온기와 습기가 끼치면 생선살도 내 마음도 취약하다. 차갑든지 짜든지 메마른 사람이 되어야 견디기 쉬워지려나.
친구에게는 잘 먹었다고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