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 높은 시리즈의 몰락.
아기자기한 풀 3D 그래픽을 본가 《심시티》 게임에서 보게 되었다. 미래 도시 확장팩을 설치한 상태.
심심해서 내 블로그를 둘러봤다. 게임 블로그의 정수는 리뷰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뷰부터 슥 둘러봤다. 그나마 게임이라고 불릴 수준의 작품들이 리뷰되어 있다.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 몸과 정신을 혹사시킬 때가 온 것 같다.
2013년에 발매된 《심시티》는 25년 전통의 유서깊은 《심시티 프랜차이즈》 본가의 10 년만의 복귀작이다. (물론 그 전에 《심시티: 소사이어티》라는 게 나오긴 했는데, 그걸 누가 심시티 시리즈로 인정하겠는가!) 글래스 박스라는 새로운 엔진을 사용했으며 게임의 모양도 크게 바뀌게 되었다. 게다가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심시티》라니, 이런 게 나올줄 누가 알았겠어. 당시 고등학교 1 학년이었던 나는 오랫동안 사랑해온 프랜차이즈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쾌재의 비명을 질렀다. 쾌재의 비명은 발매 후 얼마가 지나지 않아 고통의 비명이 되기는 했다.
《심시티》는 2013년에 맥시스에서 제작하고 EA에서 배급한 건설 경영 게임이다. 《심시티 4》의 후속작이기도 한데, 넘버링이 붙지 않았다. 초심을 되찾는다는 포부로 이런 이름을 썼다.
상단의 사진은 《심시티》의 게임 아트이다. 패키지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기도 하다. 난 살면서 이렇게 끝내주는 게임 아트를 본 적이 없다. 여유로워보이는 조그만 마을과 공해 가득한 디스토피아, 뒤로 보이는 미래지향적 도시를 대비시키면서 재난까지 암시하는 끝내주는 아트다. 게임 자체만 완벽했으면 좋았을텐데.
시각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풀 3D가 되었다는 것이다. 가까이서 풍경을 들여다보면 주변이 흐려지는 틸트쉬프트 렌즈 효과는 끝내준다. 마치 미니어쳐 도시를 보는 듯하다. 딱딱하고 차갑고 세련된 이전 작들의 느낌보다는 아기자기한 모습의 도시를 보는 것도 새롭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나는 시각적인 스타일이 차별화되어서 좋다.
특히 도시의 인물들이 다양한 행동을 보여 도시의 활기찬 모습을 잘 표현했다. 뛰어난 배경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같은 음악도 낮과 밤과 같은 요소에 따라 변한다.
UI도 깨끗하고 잘 정제되어있다. 대부분의 버튼이 아이콘으로 되어있어서 헷갈리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봐줄 수 있다. 아이콘이 아주 못 알아먹겠는 상태도 아니니까.
그래도 신작이니만큼 신기하고 굵직한 요소도 몇 개 추가되었다.
그 중 하나는 건물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건물이 커지며 기능이 늘어난다. 특히 시청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만족감을 얻을 수가 있었다. 마치 높아져가는 건물과 같이 내 도시의 시청도 커지니까. 공간 활용에 대해서 걱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건물을 건설할 때 이미 여유 공간을 만들어 두도록 업그레이드 시에 건물의 크기를 미리 표시해주어서 편했다.
건물 업그레이드도 있지만 역시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멀티 플레이다.
발매 초기에 터졌던 서버 문제와는 별개로 지금은 게임이 참 쾌적하다. 물론 그건 그만큼 유저가 적어서일 것이다. 여하튼 멀티플레이는 생각보다 재미있다. 경찰력 등을 친구의 도시에 지원을 해준다던가 내 도시와 남의 도시와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뛰어난 시각적 요소들은 게이머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새로운 게임 요소의 추가는 이번 《심시티》를 특색있게 만들어 주지만 문제점은 게임성 그 자체에서 나온다. 게임이 전반적으로 캐쥬얼해졌다. 그 정도가 지나치다. 지하철과 수도관 같은 지하요소도 사라지고, 전기를 연결해주는 전선도 없다. 대신에 도로로 전기, 수도 등의 모든 것이 연결된다. 시설 관리 및 건설의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지하철이 없어진 대신에 이쁜 트렘이 돌아다니기는 하는 걸 보면 이 게임은 눈으로 보이는 것에만 집중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 또 나왔다. 캐쥬얼. 몇몇 사람들은 내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꼰대 게이머라 이런 생각을 한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해한다. "전작 발매로부터 이미 10년이 지난 게임이고, 그렇기에 새로운 게이머들을 불러야했을 것이다. 《심시티 3000》도 《심시티 2000》보다는 캐쥬얼해졌지 않느냐, 《심시티 3000》부터는 건물에 일일이 전기줄을 달을 필요도 없어졌고 수도관도 하나하나 이을 필요가 없어졌다. 대신에 전봇대나 수도관을 설치하면 그 범위 내에 자동적으로 전기와 물이 통하게 하게 하지 않았느냐. 결국에는 더 좋은 결과가 나왔고 이번 《심시티》의 이런 변화도 그런 것과 비슷할 것이다."란 생각을 할 수 있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번 변화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심시티 3000》에서의 변화로 시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심시티 2000》에서의 불필요한 게임 플레이를 개선한거지. 이번의 《심시티》는 어떤가? 시설을 건설하는 요소가 지나치게 축소되어서 도로와 건물만 건설하는 양상이 되었다. 《심시티 3000》의 간소화는 정도가 지나치지 않을 뿐더러 다른 게임을 따라간 변화도 아니다. 당연하지, 그 때는 이런 현대 도시를 건설하는 게임은 진짜 《심시티》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변화는 정도를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이미 다른 게임에서 먼저 차용한 방식이다.
도로로 수도와 전기를 잇게하는 방식은 《시티즈 XL》의 시스템과 똑같다. 심시티 시리즈의 정체성이었던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이어나가지 않고 굳이 남의 시스템을 쓰며 《심시티》 프랜차이즈가 쌓아왔던 이미지를 해치는 이유를 모르겠다. 새로운 유저들을 위해서 이런 변화를 꾀한다기에는 이런 변화는 너무 엉성하다. 오히려 유저 유입을 해칠만한 수준이다.
지형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 지형 시스템은 더 끔찍하다. 도시를 짓기 전에 지형을 편집할 수가 없다. 살다살다 《심시티》에 지형 편집툴이 없다. 멀티 플레이를 위해서 제한을 걸어놨다해도 이 수준의 자유도는 진짜 끔찍하다. 심지어 모독적이기까지 하다.
좁디 좁은 맵의 크기에 대해서는 뭐라 더 할 말도 없다. 이 정도면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가 건물로 꽉 찬다. 도시가 성장해갈 수록 보상 건물이 나오는 데 애초에 도시가 그 정도 성장했을 때에는 이미 보상 건물을 배치할 공간이 없다. 결국에는 이미 있는 건물을 밀어버려야한다. 물론 재개발은 전 게임에서도 중요한 요소긴 했지만 이건 진짜 너무하다. 진짜 어처구니가 없는 크기다.
멀티플레이고 뭐고 새로운 건물 업그레이드고 뭐고 다 좋다. 하지만 최소한의 근본은 가지고 새로운 요소는 추가해야하지 않겠는가? 《심시티》의 틀 조차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채로 무슨 요소를 넣어봤자 전혀 좋은 효과는 못 볼 것이다. 애초에 이렇게 추가된 것들이 시리즈 자체의 장점을 희생시켜서라도 들어갈 가치가 있지는 않다. 전 게임들의 명성에만 눈이 멀어 저지른 처사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몇 가지 시도는 좋았으나 기틀이 없었다.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기둥에 옥으로 만든 지붕을 올려놓는 격이다. 상식적으로 뭐는 완성시켜놓고 뭘 더 넣던가 해야하는 거 아닌가? 게이머들이 가지고 있던 최소한의 기대에는 부합했어야 했다. 게임이 완전히 실패한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도시 건설 및 경영 게임의 원조가 무너졌음에도 장르 자체는 망하지 않았다. 그 중심을 《시티즈 스카이라인》이 꿋꿋이 지키고 있다. 《시티즈 스카이라인》에는 멀티플레이와 같은 신기한 요소 자체는 없다. 탄탄한 기초와 정교한 시스템이 있을 뿐이다.
멀티플레이를 위시로 한 새로운 요소들
2점 / 6점 만점
근본도 없는 게임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