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와 고스트리콘으로 보는 유비소프트의 맥도날드화
유비소프트의 게임을 볼 때마다 내가 맨날 하는 소리가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칼같이 날카로운 분석으로 게임을 만드는 게 유비소프트다. 맥도날드를 생각하면 된다. 드라이브 인 식당을 운영하던 맥도날드 형제는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햄버거를 조립해서 빠르게 내보내는 방식을 터득했다. 밀크 쉐이크 기계를 판매하던 레이 크록이란 사업가가 맥도날드 형제의 운영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프렌차이즈화 했는데 그의 분석력으로 능률을 더욱 향상시켰고 지금의 맥도날드를 있게 했다.
유비소프트의 방식도 맥도날드와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명작을 만들었던 유비소프트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무엇을 선호하는 지에 대한 분석이 완성된 것이다. 지금 유비소프트의 게임 제작의 모양은 경험과 분석의 두 요소가 알맞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경험과 분석에서 나오는 공장식 게임 제작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대신에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특별한 것은 나오지 않는다.
전술한 모던 《어쌔신 크리드》는 유비소프트 게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모던 《어쌔신 크리드》가 대체 뭐냐? 뭔고 하니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과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두 개의 게임을 같이 부르는 말이다. 누가 이런 용어를 지어냈냐 하면 내가 지었다. 나 밖에 안 쓰는 말이다. 그래도 사회에 녹아들어가는 게임 요소가 있고 액션 게임 성향만을 강하게 띄는 《어쌔신 크리드》 초기 작품들과 RPG 요소가 강해졌고 사회적 잠입 요소가 사라진 최근의 《어쌔신 크리드》 작품은 좀 구분을 해놔야지. 벌써 첫 게임이 나온지 12년이나 됬으니까. 그렇다면 요새 나오는 게임을 모던 《어쌔신 크리드》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아님 말고.
모던 《어쌔신 크리드》 중에서도 유비소프트 게임 제작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임이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다.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을 게임을 만들었다. 무난하게 재미있다. 분량도 늘어났고 전작들과의 구분이 될 정도의 요소를 추가했다. 그러나 게임의 분량이 늘어난 만큼 게임의 농도는 연해졌다. 새로운 도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쌔신 크리드 2》 때의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어쌔신 크리드 3》보다도 인상깊은 장면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게임의 시각적 요소만 보더라도 같은 건물이나 같은 구조의 동굴 등의 배경이 다른 구역에 반복되어 나온다. 에셋을 많이 돌려쓰는 것이다. 그럴싸한 배경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대신에 구역의 특색은 퇴색된다.
할 것도 많아졌다.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에서는 사이드 퀘스트 개념이 생겼고,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에서는 이게 한 술 더 떠서 용병 의뢰 퀘스트가 무한히 생성된다. 다만 특색있는 퀘스트, 기억에 남는 퀘스트가 별로 없다. 세부 구역이 생겼고, 그에 따라 구역 목표라는 것도 생겼다. 지휘관 한 명을 죽이고 보물 두 개를 찾으라는 식의 반복 퀘스트다.
물론 새로운 것을 추가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있다.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부터 기존의 프랜차이즈와 차이점을 준다고 보스 몬스터를 잡는 이벤트가 생겼고,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에서는 에덴의 조각을 이용한 액션과 컷씬에서 대화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게 되었다. 기계적으로 게임을 뽑아내는 유비소프트가 보여주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다만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보다 특색이 적다. 《유니티》에서는 향상된 파쿠르나 특별 암살과 같이 《어쌔신 크리드》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추가되었으나 모던 《어쌔신 크리드》 두 작품은 오히려 다른 게임에서 요소를 빌려오는 모습이다. 하지만 두 작품의 변화는 무난하다. 게이머가 별 탈 없이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다. 많은 도전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뭘 좋아하는 지 분석이 적용된 모습이다.
특히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는 대사와 컷씬이 많아진 만큼 들이는 정성도 좀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이 생각난다. 연출과 카메라 위치, 표정과 행동 등이 제약되서 나타나는 부분이 많다. 이 또한 애니메이션 에셋을 사용한 모습이다. 이렇게 해서 많은 양의 컷씬을 게이머가 내용을 이해할 정도로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어쌔신 크리드 2》에서는 비교적 적은 분량의 컷씬이지만 캐릭터 표정이며 행동이며 다채로웠고 기억에 남았다. 물론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에서도 정성을 들인 컷씬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스토리 상 매우 중요한 부분에만 등장하고 《어쌔신 크리드 2》 때만의 감동도 주지는 못한다. 이해할 수는 있는 요소이다. 게임 특성 상 컷씬의 양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고 스토리 상 중요한 부분은 유저가 직접 대화 내용을 선택하기 때문에 에셋으로 이루어진 대화 장면을 봐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2 편의 컷씬보다는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전작들의 전율이 너무 강하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아쉽다.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과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는 유비소프트의 게임 만들기 비법이 잘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적당히 재밌고 일부러 늘린 감이 있지만 플레이 타임도 충분하다. 이런 게임 제작 방식은 전혀 망하지 않는다. 계속 똑같은 것만 반복해서 말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이거다.
그렇지만 유비소프트가 경계해야할 점은 어느 순간부터 분석만으로 게임을 만드는 시기가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고스트 리콘 와일드 랜드》가 분석만 들어간 예시이다. 게이머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분석해서 배경과 플레이 컨셉을 잡았고 지금까지 어찌어찌 경험한 것으로 게임을 만들어왔지만 빈약한 동료 AI와 반복적인 플레이가 문제였다.
동료 AI를 짠 경험이 없으니 알고리즘을 새로 짜던가 해야하는데 그런 노력은 없었고 개판인 동료 AI로 게임을 그대로 내놓은 것이다. 분석으로만 이루어진 오픈월드 맵은 텅텅 비었고 적만 산개해 놓은 모양새니 레벨 디자인은 빈약할 수밖에 없다. 동료 AI는 끔찍한 모양새라 자동차, 보트에 제대로 타지도 못하고 플레이어가 그들을 놔두고 일정 거리를 운전하면 차 안으로 스폰해 들어오는 엉성한 꼴을 갖추게 되었다. 스토리는 괜찮고 컨셉도 좋아서 더 아쉽지만 좀 어설픈 게임이 탄생했다.
하지만 뭐다? 게임은 절대로 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샌가 밑천을 보일지도 모르니 조심해야한다. 이번에 새로 나오는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를 보면 많은 비판을 받았던 싱글 플레이의 동료 AI를 아예 빼버렸다. 물론 나야 개판으로 내놓을 바에는 없는 게 낫다는 생각이지만 《고스트 리콘》의 정체성인 분대 플레이를 없애버렸단 게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이게 또 나한테는 AI를 새로 만들 생각이 없다는 제작사의 생각으로 보인다. 걱정된다. 경험이 다 소모되기 전에 제발 새로운 경험 쌓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망하는 게임이 몇 개는 나오겠지만 말이다. 잘하자 유비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