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감을 감출 수가 없다.
불쾌감을 감출 수가 없다. 게임 오픈 베타하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어울린다. 이번에 오픈 베타를 진행한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가 딱 그 꼴이다. 게임 발표 전부터 홍보 영상과 떡밥을 계속 뿌려놓고 이딴 걸 내보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베타의 끝을 보지 못하고 중단해버렸다. 짜증이 확 올라오는데, 글로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모르겠다.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는 《고스트 리콘 와일드 랜드》의 후속작으로서 전작과 내용이 이어진다. 주인공은 똑같이 "노마드"다. 전작에 등장했던 인물들도 보인다.
이번 작품의 컨셉은 생존과 드론이다. 여기서부터 전술적인 면을 강조했던 지금까지의 프랜차이즈와 다른 행보를 보인다.
그럼 이번의 새로운 컨셉으로 다른 게임과 차별이 되는 독특한 게임이 나왔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대신에 조금 더 불편할 뿐인 《고스트 리콘 와일드 랜드》에다가 《더 디비전》 시리즈를 섞은 혼종이 탄생했다.
게임성은 설명할 것이 많이 없다. 모션만 몇 개 늘어나고 기력과 체력 시스템만 생긴 《고스트 리콘 와일드 랜드》다. 똑같이 자기 캐릭터 얼굴 커스터마이징하고, 적들은 여전히 오픈 월드에 산개해있고 총 쏘는 느낌도 비슷하고, 그 놈의 스킬 트리가 있다. 시체 옮기기나 단서 찾기 등의 추가된 요소도 있지만 그렇게 강조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그냥 있다. 존재만 한다.
여기다가 《더 디비전》의 장비 시스템과 레벨 시스템이 더해졌다. 《어쌔신크리드》 최근작들의 RPG 시스템도 덧입었다. 그냥 이게 의미가 있나? 게임 컨셉이 중구난방이고 짬뽕이어도 재미만 있으면 장땡이긴하다. 근데 재미가 없다. 밋밋했던 《고스트 리콘 와일드 랜드》를 기본 베이스로 해서 뭘 더 얹어봐야 좋은 결과가 나올리가 없다. 오히려 더 재미가 없어진 거 같다.
요새 유비소프트 게임들을 보면 대체 왜 게임 프랜차이즈의 기존 정체성을 파괴하면서까지 프랜차이즈와 프랜차이즈 사이의 경계를 없애버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작품도 피해갈 수는 없다.
《고스트 리콘》 프랜차이즈는 플레이어에게 하여금 적을 어떤 방식으로 처치하고 팀원들에게 무슨 명령을 내릴지 고민하게 만드는 게임 시리즈였다. 지금 게임을 보면 이제 겉핥기식 생존 시스템에다가 드론 컨셉 하나 얹어놓은 고만고만한 "유비소프트 게임"이다. 프랜차이즈만의 개성이 없는데 《고스트 리콘》이라 불릴 자격은 있는지 궁금하다.
새로운 컨셉이 게임에 최소한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하는가? 내 생각에는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드론이라는 컨셉은 독특하지도 않고 유비소프트 게임에 계속 등장해왔던 요소인데, 이 컨셉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봤자 별 임팩트는 없을 것 같다.
생존이라는 컨셉은 딱히 부각되지도 않고 총 몇 발 맞으면 헥헥거리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게 끝이다. 적을 죽이기만 하면 바닥에 치료제가 계속 떨어지니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생존한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기력 시스템의 추가는 굳이 의미도 없다. 조금 달리면 헥헥거리는 거 밖에 없다.
그냥 게임을 성의없이 만들었다는 게 보인다. 새로 추가된 요소라는 것들도 까보면 별거 없다. 시체 옮기기는 있으나 없으나고 포복 위장은 쓸 일이 별로 없다. 눈 요기용으로만 넣은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의 야간 투시경이 생각난다.
캐릭터 모션도 엉망이고 스토리는 멍청하고 컷씬 수준도 실소가 나온다. 동료가 눈 앞에서 죽는데 주인공의 반응 하나 없다. 컷씬 전개가 하도 뜬금없이 되어서 나는 동시간대에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는 줄로만 알았다. 주인공과 대화하는 인물이 상자를 땅에 내려놓는 장면에서는 상자 소리가 나지도 않는다. 술을 나눠마시는 장면에서는 술병이 입으로 가야되는데 코에다가 갖다 대고 있다. 그 와중에 입은 우물거리고 있다. 이게 《고스트 리콘: 퓨처 솔져》 나오고나서 7 년 뒤에 나온 거라는 게 믿겨지지가 않는다. 환장하겠다.
이 게임을 보면 우리가 맨날 하는 팀플이 생각난다. 대충 빨리하고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인드. 딱 그거다. "뭐야 그 주제를 정해야되니까 요새 개나소나 드론 드론 하니까 드론을 컨셉으로 잡고 요새 개나소나 생존 게임하니까 그거로 맞추자!" 이렇게 주제가 정해지고 "뭐 복잡한 거 할 거없이 그냥 땅바닥에 누워서 위장하도록 하는 거 대충 때려박자!" 이렇게 새로운 요소가 정해지고 "못 나와도 되니까 일단 결과물 자체는 내자!"하고 게임이 나온 거 같다.
살면서 처음으로 게임 중간에 베타를 때려쳤다. 화가 끓어올라서 참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