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긴 기억

#649

by 조현두

오랜만에 만난다면

우리는 별로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것 같아요


하늘에 뜬 별의 수 만큼

자주보아야 우린 여러 이야기 나눌 수 있었을텐데

그대와 나의 시간은 시렸던 계절에 얼어붙어버렸네요


몰아놓았던 이야기들

있을지도 모를테지만 난 부끄럽기만 하니

그대 앞에서서는 어쩐지 한마디 꺼내지도 못할테지요


우리가 서로를 쫓지 못하게 된 순간부터

곱게 빚어놓았던 기억도 성기어지기 시작했나봐요

우리 젊었을 적 어떻게 서로를 아끼어왔는지 도통 생각이 나질 않네요


맞아요 그대는 내 삶에 달이 되어버렸습니다

나의 밤에 그대가 뜨면 작은 생각들은 빛을 잃고 맙니다

그러니 허락해줄수 있을까요


내가 손톱달처럼 가늘어져가는

그대에 대한 생각을 조금 어루만질 수 있게 말입니다

우리 비록 지금 서로를 쫒지 않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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