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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오기 전

#678

by 조현두

두텁게 쌓인 흰 눈 위에
손끝으로 자국을 남겼다
많이 보고 싶다던 말은
그림자로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그대는 가만히
바람에 작은 꽃잎처럼 흔들리고
그대는
눈 속에서도 고운 빛을 띠려 했지
나는 그 곁에 서서
말없이 바라볼 뿐


방 한구석엔
읽히지 않은 책들이 쌓이고
잊힌 것들이 자꾸 떠오른다
손을 뻗어볼까 하다가도
그저 묻어두기로 한다


오늘 하늘은
그저 아득히 푸르다

온기가 스며든 바람이 분다
봄이 오려나 보다
그때 남긴 흔적처럼
그대가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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