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링테스트를 통과하는 AI 앞에서
https://www.hani.co.kr/arti/science/technology/1191044.html
최근 심리상담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거나 보완해가는 흐름 속에서, 심리상담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현실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나는 이 변화를 단순히 ‘기술이 상담을 대체할 것인가’라는 차원이 아니라, ‘효율성 중심의 사고가 상담의 본질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라는 문제로 바라본다.
이미 24시간 긴급개입 심리상담, 또는 상담센터에 반복적으로 과도한 전화를 거는 내담자 대응 등 일부 영역에서는, AI의 개입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상담자의 심리적 소진을 불러오고, 서비스 품질과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영국 등에서는 Woebot, Wysa 같은 AI 챗봇 기반 심리상담 앱이 경증 정신건강 문제의 1차 대응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AI가 기본적인 정서 상태를 점검하고, 위험도를 분류하거나 응급 기관과 연계하는 역할을 맡는다면, 인간 상담자는 보다 고차원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상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상담의 질을 높이고,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기술 도입은 상담 인력 시장의 구조를 빠르게 재편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고도화된 대면상담은 숙련된 정신과의사나 일부 고경력 상담사를 중심으로 고급화될 것이고,
상대적으로 제도적 권한이 약한 많은 민간 자격 상담사들은 효율성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신과의사는 국가 면허를 통해 의료체계에 편입되어 있지만, 심리상담사는 민간 자격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직업 안정성과 제도적 보호 면에서 훨씬 취약하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한 기술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성과 인간성을 기반으로 했던 상담 시장의 생태가 재편될 수 있다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
우리는 AI가 상담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에 집중할 뿐만 아니라, 사람이 중심에 서야 할 상담의 본질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비다.
정부와 학계는 AI 도입이 상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상담사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며, 기술과 사람이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상담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치유의 공간이다.
그 중심에 사람의 온기와 판단이 계속 남아 있도록, 우리는 지금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