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잘 찾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중앙일보는 왜 이런 기사를 냈을까?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전원일치로 파면을 선고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남을 중대한 결정이었다. 헌재는 114쪽에 달하는 결정문을 통해, 계엄 선포의 위헌성과 법률 위반의 중대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헌법 수호를 위해 국민이 치러야 할 민주주의의 비용”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하지만 이 언론은 이 판단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프레이밍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헌재, 국회·야당도 꾸짖었다」는 기사에서 헌재가 마치 야당의 책임을 본격적으로 추궁한 것처럼 묘사했지만, 실제 결정문에는 그러한 명시적 비판이 없다. 헌재는 국회의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이 탄핵 소추를 자주 발의한 점을 '우려할 수 있는 정치적 배경'으로 설명했을 뿐, 이는 계엄 정당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선을 그어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이러한 문맥을 제거한 채, '야당 27번 언급', '정치적 전횡' 등의 키워드를 앞세워 마치 헌재가 양비론적 판단을 내린 것처럼 보도했다. 사법적 판단을 정치 프레임으로 전환하는 위험한 재해석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본질적인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정보를 어떻게 읽고, 믿고,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시민 개개인의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수많은 뉴스 콘텐츠와 알고리즘 기반 정보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한 언론의 제목이나 특정 문장만으로 사건의 의미를 단정하거나, 사회 현안을 정파적으로 오해할 가능성은 어릴수록 더 높다. 언론 보도의 제목과 실제 내용, 그리고 해당 사건의 맥락을 분별 없이 수용할 경우, 사법과 정치의 경계조차 모호하게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
내게 이런 사례는 청소년들이 디지털 사회의 시민으로 자라기 위해, 뉴스와 정보 해석 능력—곧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일깨우게 된다. 단순히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맥락 속에서 이해하며, 민주주의의 원리와 연결지어 해석하는 능력이야말로 21세기 교육이 목표해야 할 핵심 역량이다.
정치적 사건이 언론에 의해 변형되고, 시민의 이해가 그에 따라 왜곡될 수 있는 시대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에게 디지털 리터러시를 가르치는 것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삼아야 할 때다. 진실을 읽는 능력은 단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시민적 품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ps.
결정문을 직접 읽어보니 헌재는 탄핵 반대론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서최대한 존중을 보여줬다. 결정문 전체에서 그러한 부분이 3곳에 있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여부를 떠나 정치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타개하여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계엄 선포권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한다~"
나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식을 우아하게 보여준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