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편지

by 조현두

너와 나는 편지를 주고받았다

노랗기도 하고 분홍빛도 띄던 네가 부친 편지에는

슬픔

외로움

기쁨

공허함

서글픔

쓸쓸함

천박함

졸렬함

우매함

경쾌함

즐거움

충만함

이 그득하였고


그리고 그 반대 나의 편지엔

고마움

안락함

고단함

이 묻어났다


그러다 내가 편지에 외로움을 담아 보냈을 때

니가 보낸 편지는











공백


나는 그 편지에 사무쳤고

한참이 지나서야

아무것도 없던 편지지에 여백을 읽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아무것도 적혀지지 못하던

그 편지의 여백에서 너를 읽었다


그래서 나

괜찮았다

매거진의 이전글나비 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