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날

by 조현두

그런 날이 있다

어쩐지 눈을 뜰 때 무엇도 하기 싫고

눈을 그냥 감으면 안 될 것 같고

마치 아무것도 없는 날인 마냥

아무것도 없길 바라는 마음인 날


하루가 귀찮기보다는

내가 가진 하루가 남루한 날 말이다


그런 날엔

벌건 눈을 끔벅거리다

투명한 창 아래로 시선을 둔다


내리는 볕이 슬그머니 둥둥

떠다니는 먼지를 비춰

별빛 같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있자면

내 먼지 같은 하루도 빛나는 순간이 있으리


조금은 기대해봄직하다

먼지처럼 따스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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