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겨울에는 그림자가 길어 보이는 법입니다
잿빛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얀 가루에 저를 맡기면
가만히 덮이게 됩니다
괜시리 천천히
천천히
왼발과 오른발을 섞어가며 어디론가 가보는 일
나아가야 하는 길보다
가만히 서서 뒤돌아
지나온 길의 발자국을 바라볼 때 익숙한 것은
지난 봄이 혹시 날 따라오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 때문입니다
시리게 흰 것이 저를 덮고선 비웃을까
겁이나는 일이 될까
밤에는 잊혀지는 것이 두려워지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