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적한 바다 가운데
짙은 파도와 머리칼에 스미는 바람만이 반기는
낯선 섬
그 섬엔 다른 이름을 가진 같은 남자가
온갖 것들로 등대를 밝히며 오롯이 산다
우직한 촛불 같은 섬
등대가 말한다
나는 여기 있다오
여기에 내가 있다오
여길 찾아주오
등대가 우는 모습
어쩐지 허수아비 같아
아주 깊은 초록에 베인 씁쓸함으로 날 초대하니
나는 그 섬에서 본 것들엔 침묵할 수밖에 없다
섬, 섬
그 섬엔 등대지기가 산다
태풍이 부는 날에도 우직하게 더 크게 빛나는 등대를 갖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