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을 비우며

by 조현두

어떤 일들은 이해 할 수가 없다 그런 일들은 그 자리를 벗어나야만, 비로소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 널 사랑하던 일이 그렇다 너와 내가 헤어지고서 같은 듯 다른 몇 번의 계절을 흘려보내고 나서야 기억의 눈부심이 바래졌고 그제야 기억의 형태가, 색깔이 또렷해지곤 하는 것이다


어떤 욕망은 나도 모르게 내 마음 옷장, 서랍에 들어간다 그런 욕망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절여져 있고, 빨래해야 하는 때를 놓친 젖은 빨래처럼 코가 아릿해지는 시큼한 냄새를 풍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일은 그런 것이다 어디서 알 수 없는 시큼한 냄새가 내 마음 옷장, 서랍에 빨려 들어갔을 때 옷장에 옷을 모두 꺼내어 다 빨아본다면 하나 하나 개어가며 버릴 옷과 남길 옷, 앞으로 입을 옷을 찾아두는 일

너와 사랑했던 일을 정리하는 일

그땐 모르고 지금 뒤돌아봐야만 이해가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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