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

by 조현두

여기 내가 아닌 내가 있습니다

분명 나이긴 한 것 같은데 그 모습은 참 익숙치 못하고 낯설기만 합니다

나는 따뜻한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여기의 나

아니 거기의 당신은 차갑기까지 합니다


나는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만

아무래도 당신 역시 날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히어 서로를 그리기만 할 뿐입니다


이 벽을 넘어, 당신께 가고 싶어서

벽을 가만히 밀어보았더니 벽에 금이 가고

건너편 당신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을 보고 말았습니다

실수했나 봅니다 제가 또 실수했나 봅니다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벽을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당신이 품고 있는 나를 그대로 만나기 위해 당신을 잊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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