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by 조현두

나는 출근하기 위해 신호등 앞에 섰다. 그렇게 여느 평범한 하루, 신호를 기다리던 내 옆에는 낯선 노신사가 있었다. 그는 그 시기를 보내는 보통의 사람이 그러듯 쩌렁쩌렁하게 통화를 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소리도 뚫고 들리는 소리는 통화내용은, 대충 이번 명절에는 바빠서 못 올라갈 것 같다는 자식의 변이였나보다. 노신사는 괜찮다며 지금 돈 버는 것만큼 중요한게 어딨냐며 보이지도 않는 자식이 앞에 있는 것 마냥 손짓발짓 섞어 웃어가며 말했다. 통화 내용을 의도치 않게 들은 덕분에 나도 집에 가야하나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통화를 마친 노신사의 한숨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는 전화의 잔상이 남았는지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혼잣말을 덧붙였다. 참 속아주기도 힘들구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호등은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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