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

by 조현두

남자는 편지의 끝마무리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21세기 첨단 사회지만 그는 종이에 손글씨로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자신을 떠나간 연인에게 마지막을 자기답게 보여주고 싶었다. 질척이는. 주책 맞음. 촌스러움 같은 단어들이 어울릴 법한 행동이겠지만 그에겐 진심이었다. 다 썼다. 남자는 그리 길지 않은 그 이별 편지를 한참 두고 읽더니 뭐가 마음에 들지 않은듯 펜 끝을 잘근 잘근 물었다. 그러다 한참을 가만히 있더니 편지 끝에 두 줄을 덧붙였다. 내용은 이랬다. 너도 나도 각자 새로운 연인을 만나곤 서로를 잊고 살아가겠지. 다만, 내가 너보다 조금 더 오래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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