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보러 가자

#352

by 조현두

춥다 우리 남쪽으로 가자

바다에 닿은 땅 끄트머리에서 포슬포슬한 바람 맞자

물 빠진 쪽빛 하늘 가운데 흰 달걀

라벤더 빛 스카프에 구르며 남도의 귤이 될 때까지 뒹굴자


동백꽃도 보면 좋겠다

얼어 붙은 바람에도 녹음이 바래지 않고

꼿꼿한 붉은 대가리 툭툭 떨어뜨려

지저분한 바닥에 한 마디 한 마디 수 놓는 꽃을 보자


아주 먼 일이어도 좋겠다

너랑 꽃을 보러 갈 수만 있다면

나는 이 계절을 조금 더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 운명처럼 부둥켜 뒹굴며 남쪽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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