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는 빈자리를 감추려한다

#454

by 조현두

가을 무렵 하얗게

아니 볕을 받아 벌겋게 달아오르는 은빛 억새

찬 바람에 부대껴

제 빈자리 감추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흔든다

그 억척스러운 모습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빈자리 가득 품는 모진 억새 사이

가녀린 바람 스미어 따스하다

빈 자리 돌처럼 단단했다면

아마 여린 바람은 선하게 도망쳤으리라

아마도 사랑은 빈틈에 스미우나보다

그러니 완벽은 사랑을 그려도 사랑 받을 수가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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