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맷자락은 나른한 볕아래서
풀려버린 실밥이 되어 늘어진다
나는 떠나는 봄이 그저 아숩다
꽃가루처럼 떠다니는 미련은 봄을 위한 것
아직 여름볕이 되지 못한 어수룩함 아래로
한 그루 수국이 보인다
청량하게 익어가는 꽃망울을 보니
나는 어쩐지 수국을 갖고 싶어지기만 한다
그러면 오는 여름 반가이 맞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국은 여기에 심으면 푸르고
저기에 심으면 붉어진다
수국은 제가 서 있는 곳을 투명하게 비추는 꽃이다
그래서 나는 수국을 보면
이제 잊어야하는 오랜 인연을 생각한다
슬프고 기쁘고 투명하게 드러나던 생기를 기억한다
수국 한 그루 그에게로 보내려다
잊으며 살자던 약속과 통보
그 어딘가 끼여버린 마음에 목이 막힌다
오는 여름엔 작은 수국을 뜰에다 심을까
푸른 수국도 붉은 수국도
모두 사랑해마지 않던 사랑을 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