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벽지

#498

by 조현두

오래 된 집의 벽지는

묵은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먹어

거칠게 울며 일어났다


어쩐지 그 모습 보기 싫어

끝부분 살짝 뜯어보았더니

그 속에 회색 나체가 거무튀튀하다


찢어진 벽지를 거무튀튀한

벽에 아무일 없다는듯 붙여본다

찢어진 자리만 남았고 달라진게 없다


다 뜯어버리고 싶은 마음

잘 못 된것 아닌데 잘 못 된 것처럼 보이기만 한다

그 벽지는 그냥 오래 있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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