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걸었습니다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나는 분명 걸음을 어디론가 가져갈테지요
간혹 여럿이서 뒤엉키기도 합니다만
보통은 걸음이란 혼자 걷는 것인듯 합니다
내가 걷는 자리엔 발자국이 남았습니다
질펀한 진창에도
매마른 모래 바닥에도
차가운 눈밭에서도
잃어버리지도 못하는 모양을 남겨두는 수 밖에요
내 오랜 기억과 아픈 마음도 함께
미련처럼 흐린 발자국에 남습니다
나는 발자국을 딛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존재인가봅니다
미련을 밟아야하는 일이란 참 우스운 모습이지요
날 따라오지만 나보다 앞서서
날 기다리지는 못하는 마음을 나는 잘 알 것만 같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발자국 지우는 일따위는 없겠지요
어짜피 발자국을 딛어야 나갈 수 있음을 압니다
그대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