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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두 Feb 12. 2024

발자국 남기기

#502

오늘도 걸었습니다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나는 분명 걸음을 어디론가 가져갈테지요

간혹 여럿이서 뒤엉키기도 합니다만

보통은 걸음이란 혼자 걷는 것인듯 합니다


내가 걷는 자리엔 발자국이 남았습니다

질펀한 진창에도

매마른 모래 바닥에도

차가운 눈밭에서도

잃어버리지도 못하는 모양을 남겨두는 수 밖에요


오랜 기억과 아픈 마음도 함께

미련처럼 흐린 발자국에 남습니다

나는 발자국을 딛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존재인가봅니다

미련을 밟아야하는 일이란 참 우스운 모습이지요


날 따라오지만 나보다 앞서서

날 기다리지는 못하는 마음을 나는 잘 알 것만 같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발자국 지우는 일따위는 없겠지요

어짜피 발자국을 딛어야 나갈 수 있음을 압니다

그대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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