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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두 Oct 02. 2024

어쩌지 못한 엽서

#603

빈 자리 정리하다 오랜 마음를 만났습니다

글씨체조차 낡아버린 듯한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어설픈지

당신이 보낸 마음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얼핏 이제껏 살아온 시절을 돌이켜보면

얼추 알것도 같은데 말이지요


아마도 당신은 내게 대한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나를 위해 정말 많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계절처럼 물러난 마음들 가운데에도

아직 내게 이러한 마음들이 남아 있으니

나는 오래 당신을 그리워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너무 오래 몰랐나 봅니다


아무런 다짐을 할 수 없고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다보면

나는 오랜 사진이 빛바래저가듯 당신을 잊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가 되면 엽서에 남긴 마음도 홀연히 사라질까요

나는 그러면 이 엽서

그때는 버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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