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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Oct 27. 2022

쌍갑포차

2022.10.27 목

언니가 김밥을 싸들고 점심에 왔다. 언니는 김밥과 함께 쌍갑포차 최신 이야기를 본인이 여섯 개나 대여했다며 내게 내밀었다. 쌍갑포차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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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빵' 편을 봤다. 총 20화. 언니는 내가 30분이면 다 볼 줄 알았다는데, 그럴 리가. 원래 글을 느리게 읽는 데다 쌍갑포차엔 대사가 많아 나는 2시간이 넘도록 언니 폰을 돌려주지 못했다. 두 번 눈물을 흘렸고, 읽다가 언니에게 이 작가님 나이는 어떻게 돼? 물었으며, 작가 정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언니의 대답을 들으며 계속 읽었다.


가끔 언니를 통해 쌍갑포차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단단하고 현명해서 좋다. 한쪽의 희생을 당연시하거나 신파로 흘러가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든다. 이번 이야기에 나온 소인숙. 40년 동안 바보처럼 시집살이를 했고, 시어머니 장례식에서 상을 뒤집어엎고 나온 뒤 죽은 시어머니에게 복수를 다짐하는데, 그 복수를 아주 멋진 방식으로 이뤄낸다. 현명하게.


소인숙의 딸과 아들 또한 엄마의 변화에 매우 현명하게 대처한다. 여기서 현명함이란, 엄마 역할 운운하며(답답) 엄마의 희생을 강요하는 대신 이젠 짐을 나눠지겠다는 것이다. 엄마에게만 헌신과 인내를 강요하는 대신, 엄마가 자유롭게 행동하게 내버려 두면서 그 후폭풍은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것. 딸이 아빠에게 하는 말도 아주 마음에 든다. 원수지간이 되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하고, 들어야 할 사람은 들어야 한다는 작가님의 의지가 내 스타일.


언니 덕분에 오후 2시간이 홀라당 날아갔다. 그런데 뭐 좋은 이야기 읽느라 그랬으니, 아깝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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