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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Nov 04. 2022

게으름

2022.11.4


나 게으른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살면서 스스로 게으르다 생각해본 적 없기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자체에 기분이 다운된다. 게으르다 생각하게 된 이유를 따져보자면, 글쓰기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고 있어서. 어제도 글 하나 겨우 퇴고한 게 다다.


나 왜 게을러졌지, 생각하다가 요즘의 내 일상을 생각해본다. 그러니 게으른 나, 앞에 바쁜 나, 가 있다. 그렇다면, 나, 게으른 게 아니고 바쁜 거네. 그러니까 요즘 글쓰기 속도가 더딘 건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글쓰기 외의 것 때문에 바빠서 그런 거야. 바쁜 걸 전혀 좋아하지 않고 좋은 가치라고 생각하기도 않지만, 어찌됐건 요즘 난 많이 바빠, 그래서 집에선 쉬고 싶은 거지. 쉬어야해서 글을 못 쓰는 거야. 그러니, 자, 바빠서 그런 거니 얼른 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벗어내자.


다시 한번. 그래, 얼른 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려놓자. 나, 안 게으름.


생전 스케쥴 조정하며 살아본 적 없는데, 요즘엔 하루에도 몇 번씩 스케쥴 표를 본다. 다음 주엔 무려 여섯 번 외부 활동이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건 아니다. 그냥 고마워서. 날 불러주는 게 고마워서 네, 됩니다, 했던 약속들. 안 하던 걸 하려니 매번 긴장하고 힘이 든다. 집에 오면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 있다가 겨우 일어나 몸만 움직이는 이유. 12월부턴 이 약속들을 줄여나가고, 내년엔 아주 안 바쁘게 살아가야겠다. 가장 하고 싶은 걸 못할만큼 바쁜 건 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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